경제관련 정부 발표 비딱하게 보기

등록 2000.03.29 15:51수정 2000.03.29 16:11
0
원고료로 응원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내놓은 '1999년 국민계정(잠정)'자료는 숨은 그림 찾기와 다름없다. 지표나 자료의 읽기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 실상이 낙관적, 또는 비관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먼저 '장미빛’으로 살펴보자.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대비 10.7%나 성장, 87년(11.0%)이후 12년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특히 99년 4/4분기동안 13.0%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88년 1/4분기(14.4%) 이후 분기별 성장률로도 역시 최고치를 나타냈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데다 수출 또한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이에 따른 경기과열까지 조심스레 점쳐지기까지 한다.
경제규모를 나타내는 명목 GDP도 483조8,000억원으로 전년대비 8.9%증가했으며 달러기준으로도 대미달러환율이 연평균 15.0% 하락해 전년대비 무려 28.0%나 늘어난 4,067억달러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8,581달러로 전년(6,742달러)대비 27.3%(1,839달러)나 높아졌다. 이에 따라 99년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세계 13위(98년 15위), 1인당 GNI는 37위(98년 39위)로 각각 두 단계씩 상승했다.

98년 실질 GDP가 -6.7%의 성장률을 보이며 곤두박질치다가 1년만에 10.7%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솟아오른 것은 대단하다는 말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이번에는 '비뚤어진'눈으로 보자.
이같은 성장은 한마디로 상대적일 뿐이라는 것이다. 98년 우리 경제가 먹구름이 낀 밤이었던 것에 비해 지난해 겨우 구름이 걷혀 그믐달빛을 볼 수 있는 정도다. 한마디로 아직은 밤이고 여명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원화기준으로 99년 명목 GDP는 483조8,000억원으로 분명히 97년 IMF환란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달러기준 명목 GDP를 산출해 보면 99년에 4,067억달러다. 이는 겨우 98년(3,177억달러)과 94년(4,024억달러)의 수준을 회복했을 따름이고 95년 4,894억달러, 96년 5,183억달러, 97년 4,766억달러에는 못미치는 액수다.


1인당 GNI도 마찬가지다. 99년 1인당 GNI는 8,581달러로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틀림없이 98년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이도 역시 94년 수준(8,998달러)에도 모자라며 95년 1만823달러, 96년 1만1,380달러, 97년 1만307달러를 회복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성장의 질 역시 과거 IMF전보다 더 악화됐다는 지적이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


경제 파이중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보여주는 노동소득분배율은 96년 64.2%, 97년 62.8%, 98년 61.3% 등 60%를 웃돌았으나 지난해에는 59.8%로 급락했다.

이처럼 노동소득분배율이 떨어지는 것은 IMF 환란 이전부터 시작된 정리해고 등으로 상용근로자가 줄고 임시직이나 일용직 근로자가 많아지는 데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특히 IMF환란 이후 구조조정이라는 이름 아래 상용근로자를 계약직으로 대거 바꾸면서 실질적 임금의 하락과 근로조건의 악화 등 문제를 일으킨 바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선거를 앞두고 정부측의 홍보성 발표가 눈에 띈다. TV뉴스에 갑작스럽게 대통령이 등장, 금융정책 개혁을 소리높여 외치는가 하면 경제정책 당국이 비싼 돈을 들여 자신들의 성과를 일간지에 광고하기까지 방법도 다양하다.

23일 세계은행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고유가-고금리 등 '흔한 외부적 충격 요인(a common external demand shock)' 에 '취약하다(vulnerable)'며 금융개혁과 기업의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라고 경고했다.

또다시 IMF 환란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경제지표나 수치를 편한대로 해석하는 어리석음을 버려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MoneyToday의 MT칼펌에 실린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MoneyToday의 MT칼펌에 실린 글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항공사 승무원이 유니폼 위에 옷을 하나 더 입는 절박한 이유 항공사 승무원이 유니폼 위에 옷을 하나 더 입는 절박한 이유
  2. 2 "폭리는 반사회적 악행" 대통령 경고에 정유·주유소 업계 심야 '백기투항' "폭리는 반사회적 악행" 대통령 경고에 정유·주유소 업계 심야 '백기투항'
  3. 3 여수 가게마다 긴 줄, 먹어보니 이유를 알겠다 여수 가게마다 긴 줄, 먹어보니 이유를 알겠다
  4. 4 줄넘기로 '세계 1위' 찍고 대학 특기생 진학... "아시아 여성 최초예요" 줄넘기로 '세계 1위' 찍고 대학 특기생 진학... "아시아 여성 최초예요"
  5. 5 "여자는 안 됩니다" 귀를 의심하게 만든 한마디 "여자는 안 됩니다" 귀를 의심하게 만든 한마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