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0.03.31 15:43수정 2000.04.0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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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에 사는 정氏.
88년식 중형 승용차의 정기검사를 출장지인 경기도 광주시의 한 공업사에서 3월 말 받았는데, 생각할수록 열불이 난다. 한마디로 궁색한 형편에 도둑 맞은 기분이었다.
운행에는 큰 지장이 없으나 제동력이 떨어지고 잔 고장이 여럿 있어, 불합격 판정이 나면 이번 기회에 아내를 졸라 진작부터 탐내던 차로 바꿔 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정확히 15분 만에 정氏는 세상 물정 모르는 자신만 확인하고 돌아서야 했다.
그가 내심 고대한 말끔한 새 차는 명분을 못만들어 슬그머니 사라지고.
검사소에서 정氏는 깔끔한 여직원이 건네는 커피 한 잔과 스포츠 신문의 머릿기사를 대충 훑어보았고, 그의 차량은 누군가에 의해서 전.후진을 딱 한 번 했을 뿐인데 <검사 끝>이었다.
"벌써 끝났습니까?"
"그냥 요식행위인데요, 뭘. 다 이렇게 합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그럼 좀 봐 드릴까요."
검사료 4만원을 졸지에 날린(?) 정氏.
정말 다 그렇게 하는지 알아보기로 작정하고 수화기를 들었다. 설마, 혹시.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확인에 나선 정씨의 결론은 이렇다.
첫째, 검사 수수료(21,600원~50,000)는 쌀 수록, 검사 시간은 길수록(15~30분) 차량 검사에 정확하다.
둘째, 안전관리공단 직영검사소가 아닌 출장검사소로 지정된 일반 공업사나 대행 업소가 합격 판정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들은 한결같이 친절했고, 검사 결과는 묻지마로 단정적이었으며 고객이 원한다면 뭐든지 OK 할 만반의 준비를 갖춘 듯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감독 기관이나 일반 차량 소유자나 합.불을 찾기 위하여 정기검사를 시행하지는 않을 것임에도 그런 요식행위에 관대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일상화 된 부조리에 무감각해진 것이 아닐까.
자동차 정기검사는 운전자는 물론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며 공공의 복리를 증진시키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식행위에 불과한 자동차 정기검사는 이제 더 이상 존립 근거를 잃고 말았다.
어차피 공공의 복리라는 당초의 취지에서 멀어진 지 오래고, 자동차 운행과 관련된 중대한 결함은 운전자 스스로 정비하므로 굳이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할까 싶다. 또한 불법 부착물이나 구조변경 등은 지도 단속과 처벌 강화로도 정상적인 정기검사 이상의 충분한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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