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벼슬입니까? 국민의 머슴이지요"

이 말이 진심이길 빈다.

등록 2000.03.31 23:32수정 2000.04.0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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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3시 20분.
부천역 근처 자유시장에 우렁찬 목소리가 넘친다.

"부천시민 여러분! 30분, 1시간 내시기도 어려운 이회창 총재께서 몸소 자유시장을 방문하셨습니다. OOO 의원의 압도적 당선을 위해 이 자리에 오신 이회창 총재님의 따뜻한 손을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비슷한 내용으로 내내 반복한다.

수행원은 30여 명 남짓.
좁은 시장을 꽉 메워 오가는 사람들이 잠시 주춤하고 서 있다. 이 총재는 죽 걸어가며 별 말 없이 악수하고 지나간다. 상인들, 지나가는 시민들 호기심어린 눈길로 쳐다본다.

손마이크에서 계속 나오는 소리중 귀에 거슬리는 게 있다.

'시간내시기 어려운', '몸소 방문'이란 말은 듣기에 따라서는 '이렇게 애쓰고 있다'는 말로 봐줄만 하다. 그러나 주권자인 국민의 심부름꾼을 자처해도 부족한 판에 '시간 내기 어려운 총재님이 몸소 방문했으니(여러분들 일손을 멈추고) 따뜻한 손을 잡아달라'니.

카리스마를 가졌건 안가졌건, 국민의 많은 지지를 받건 못받건 정치인은 떠받들어지는 존재가 돼서는 안되는데. 오히려 손마이크로 '이 총재님은 열심히 사시는 여러분의 거칠은 손을 잡아 보시고 싶어합니다.'고 해야 하지 않았을까?

이름있는 정치인이 국민의 머슴이 되고 싶어하는 대신에 국민위에 군림하려는 평소의 생각이 부지불식중에 나온게 아닐까?


선거운동을 위해 이 총재를 맞이한 그 지구당위원장의 생각이 나온걸까(이 총재가 그런 연설문까지 신경쓰지는 못할거니까)?

이 총재는 3시 35분에 차를 타고 떠났다.
자유시장 입구에 서 있는 OOO 후보의 선거운동 차량에 이렇게 쓰여 있다.


'국회의원이 벼슬입니까? 국민의 머슴이지요.'

이 말이 진심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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