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벚꽃 군항제를 시작으로 벚꽃 개화시기를 맞아 지금 나라 안이 온통 벚꽃놀이로 들썩거리고 있다. 내가 사는 전북지역만 해도 오는 9일 전국 벚꽃 마라톤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벚꽃축제가 줄줄이 열릴 예정이다.
벚꽃놀이가 관광수입 증대에 크게 일익을 담당한다며 지난해 전라북도내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앞을 다투어 벚꽃나무 심기에 혈안이 됐었으니, 아마도 올해는 다른 어느 해보다도 벚꽃축제 규모가 성대하리라는 예감이 든다.
보릿고개를 넘어 좀 먹고 살 만해지면서, 언제부턴가 해마다 봄철이면 관행처럼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하고 있는 벚꽃놀이와 만개한 벚꽃을 보기 위해 개미떼처럼 몰려드는 상춘객들을 바라보노라면, 그러나 나는 매번 눈살을 찌푸리게 되곤 한다.
벚꽃이 일본의 국화라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저희들 문화를 세계 만방에 퍼뜨리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벚꽃을 이 나라 저 나라에 뿌리내리게 하고 있는 것 때문만도 아니다.
그보다는 아무런 생각없이 벚꽃을 받아들이고, 제 나라 꽃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기 그지없는 정부와 국민들의 태도가 매우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벚꽃이 일본산이 아닌 우리나라 고유의 꽃이라는, 따라서 벚꽃축제는 일본과는 관계없이 마음껏 즐겨도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 벚꽃은 그렇다 치고, 벚꽃축제는?
일본인들이 대량으로 벚꽃나무를 심고, 벚꽃축제를 일삼기 전까지 언제 우리에게 그런 문화가 있었더란 말인가? 그리고 굳이 봄꽃을 갖고 축제를 할 것이면 우리나라의 봄꽃을 대표하는 개나리, 진달래도 있는 것을 왜 하필이면 벚꽃이란 말인가?
물론 나의 이같은 생각에 대해 혹자는 너무 속좁게 생각한다거나 국제화 시대에 걸맞지 않는 단견(?)이라고 비판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벚꽃만큼 우리꽃 무궁화가 전국 곳곳에 산재해 대접을 받고 있었더라면, 벚꽃축제 규모에 준하는 무궁화축제가 있기만 했다면 나도 이렇게까지 벚꽃축제에 대해 못마땅한 감정을 갖진 않았을 것이다.
나라꽃은 점점 전국 방방곡곡에서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데, 일제 식민시대의 잔여물인 벚꽃은 나날이 창궐하고, 이와 발맞춰 일본 문화니 제품이니가 우리 것을 밀어내고 판을 치고 있으니 답답해 죽겠어서 하는 소리다.
너무 무리한 억측일는진 몰라도, 이런 식으로 나가다간 어쩌면 애국가 가사를 바꿔야 할런지도 모르겠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에서 ‘벚꽃 삼천리 화려강산’으로….
벚꽃 삼천리 화려강산이 도래하면 대한 사람은 과연 어디로 갈 것이며, 무엇으로 보전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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