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제 투표를 안한 이유

투표소 배정에 문제가 있다.

등록 2000.01.31 00:00수정 2001.02.1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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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 투표를 하지 않았다. 우리 아파트에 사는 주민중 상당수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굴러온 돌에 자리를 빼앗긴 듯한 불쾌감 때문이다.

내가 사는 곳은 전주시 송천1동의 한 아파트다. 주변에 여러 다른 아파트들과 함께 하나의 거대한 아파트군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렇게 인구밀집 지역이다 보니 아파트들 중간쯤에 주로 아파트 주민들을 겨냥한 투표소가 하나 따로 있다.

이사온지 1년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아직 그 곳에서 투표를 해본 적은 없지만, 앞서 살아온 사람들의 얘기에 따르면 그 전까지만 해도 우리 아파트 주민들은 바로 그 곳에서 투표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만큼은 반드시 투표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그저께 저녁 투표소를 확인해 보니 이게 웬일? 투표 안내문에 지정된 우리의 투표장소는 송천2동 동사무소라고 돼 있는 것이 아닌가? 아파트 인근의 투표소도 아니고, 우리 집이 소속돼 있는 송천1동도 아닌 송천2동 동사무소라니….

정말 황당했다. 그전까지 투표하던 곳을 놔둔 채 우리완 아무런 연관도 없고, 한번 가본 적도 없으며, 위치도 모르는 곳에 가서 투표를 하라니 이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짓거린가 싶어서다.

그러나 나를 더 황당하게 한건 따로 있었다. 결국 나로 하여금 투표를 포기하게 만든 결정적 원인이기도 하다. 그게 무엇이냐 하면 최근 우리 동네엔 아파트단지가 하나 새로 들어섰는데, 그 곳 주민들의 경우 앞서 말한 동네 투표소에서 투표를 한다는 것이었다.

아파트단지가 우리보다 커서 그런지 어쩐지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보나마나 돌대가리 같은 공무원놈들이 아무런 생각없이 저지른 짓일 테니까),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순간 나는 투표할 마음이 싹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나는 어제 투표를 하지 않았다. 다른 주민 몇몇의 얘기를 토대로 유추해 보건대 우리 아파트에 사는 다른 많은 사람들도 역시 투표를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만일 우리 지역에 낙선시켜야 할 후보라도 있었다면 투표소가 어디건 기를 쓰고 찾아가 투표를 했을 것이지만, 누가 되건 별 상관도 없는 후보들끼리 맞붙은 터에 굴러온 돌에 자리를 뺏긴 불쾌한 심정으로 투표를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런 형평에 어긋나는 투표소 배정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나는, 앞으로도 특별한 사안이 없는한 결코 투표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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