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다녀오다 (1) - <아시아관>

미술계의 떠오르는 샛별! 수상작 많은 아시아권

등록 2000.05.01 09:07수정 2000.05.0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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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껏도 아니구만~"
유난히 단체관람객들이 많은 4월의 마지막 주말 광주비엔날레 본전시장.

노인회에서 온 듯한 할머니들이 도무지 모르겠다는 말을 연발한다. 노인회 뿐 아니라 단체견학 온 학생들로 어수선하다. 이건 '관람'이 아니라 '관광'이다.


사실 굉장히 미술에 조예와 관심이 깊지 않고서는 5개의 본전시실의 작품들을 성의있게 관람하는 건 시간과 집중을 필요케 한다. 46개국의 247명의 작가가 선보인 작품들이니 오죽하겠는가.

게다가 사이사이 자리한 특별코너까지 유심히 보려면 본전시장에서 만큼은 바닥의 화살표가 미로처럼 느껴질 수 있으니 조심하길. 하지만 미리 겁낼 필요는 없다. 어떤 예술평론가가 그랬다. 작품의 구성요소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내적 고동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깊은 예술적 지식이 없더라도 오감을 모두 열고 작품을 대하면 나름대로 감흥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뜻이겠다.

이제 오감을 열고 본전시장으로 들어가 보자.

** 아시아 작가상, 토야 시게오의 <경계로부터 Ⅴ>**


1전시실은 아시아관이다. 광주비엔날레의 화두가 아시아적 정체성이라는 점 때문인지 수상작이 아시아권에서 많았다. 화살를 따라 관람하다보면 몇 작품 지나지 않아 '아시아 작가상'이라고 씌여진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일본의 토야 시게오의 <'경계'로부터 Ⅴ>.
작가의 생각을 18m나 되는 커다란 나무를 이용해 작품으로 담아내고 있다. 정면에서 보면 통나무에 구멍을 뚫어 놓은 듯하지만, 옆쪽에서 보면 통나무를 속만 둥그렇게 남겨두고 주변을 깍아 놓은 연필모양을 하고 있다.

나무의 폭은 족히 2m는 넘어 보이고, 뚫린 구멍은 어린아이들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의 크기다. 관람객들이 유난히 이 작품 주변에 모이는 이유는 작품 외의 것에 있어 보인다.


나이 70세의 박복희 할머니가 다른 젊은 도우미와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작품 앞에 서서 장황한 설명을 해준다.

"이 작품은 실화를 근거로 만들었습니다. 일본에서 13살 먹은 아이가 12살의 아이를 유괴해서 목을 베어 죽였답니다. 이 통나무에 죽은 아이 엄마의 갈기갈기 찢어지는 아픈 마음을 표현한 것이지요. 나무에 뚫린 구멍의 깊이는 18m입니다. 그런데 그 엄마의 마음이 어디 18m만 되겠어요?"

일본어 통역사인 박복희 할머니는 일본 기자에게 들은 이야기라며 마치 옛날 이야기 하듯 들려준다. <경계로부터> 시리즈는 인간의 인성과 그 한계를 예술매체를 통해 날카롭게 확인함으로써, 인간적 삶과 어제와 오늘의 역사에 대한 깊은 반성을 던지고 있다고 한다.

**몸으로 감상하는 <아시아 역사와 가치>, <집회 : 가족행렬>**

이외에도 관객들이 눈이 아닌 몸으로 감상하게 만드는 작품 몇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말레이시아 작가 웡 호이칭의 <아시아 역사와 가치>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 감상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특별히 제작한 바닥에 깔린 270여개의 대리석 타일은 권력을 상징하며, 사람들은 그 위를 신을 벗고 지나게 된다.

이 타일 위를 신을 벗은 채 지나가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신을 벗었다는 감각에서 오는 불안감과 아시아 역사에 대한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 있다.

타일 위는 권력자들의 얼굴과 그들에 관한 글이 들어가 있는데, 망월동 구묘역 입구 땅바닥에 묻어 둔 전두환 방문의 대리석을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당시 광주시민들에게 '살인마'라고 불렸던 그가 망월동 방문한 것을 기념해 세웠다는 그 대리석을 밟고 지나가며 욕을 해댔던 그때. 이미 훌륭한 작품감상을 경험했었구나 싶다.

몸이 즐거운 감상이 또 하나 있다. 첸 쉰-추의 <집회 : 가족행렬>이다. 280점의 사진들이 즐비하게 진열돼 있는 위로 나무마루처럼 좁은 길을 만들어 놓았다. 사람들은 한 줄로 서서 그 위를 지나면서 사진들을 감상하게 된다.

작가는 가족과 조국에 대한 기억 중에서 오래되고 가치 있는 것들을 사진을 통해 관객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가 우리에게 던진 화두는 추억, 향수, 그리움이다.

최근 10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는 아시아 미술.
서구의 광원이 바닥난 만큼 이제 아시아 미술에 새로운 광맥을 찾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대안이라는 생각을 갖고 남다른 눈으로 작품을 대한다면 아시아관에서의 관람이 좀더 즐거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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