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광주) 일간신문사에 우연히 들렀다가 편집국 게시판에 붙어있는 기자들의 부끄러운 고백서를 발견했다. 우리 언론의 현실을 드러낸 참담한 고백이다.
"4.13 총선 보도태도는 우리 모두를 혼돈과 벼랑으로 몰고 갔다. 우리는 좌절 섞인 방관과 침묵으로 일관했고 독자를 너무 무시했다 우리는 모두가 공범임을 고백했다"
전남일보사 사주의 선거당선 과정에서 편향된 보도태도를 시인하며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제목의 자성과 다짐이 담긴 참으로 부끄러운 사과문이었다.
총선 이후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부정선거니, 금권선거니 해서 재선을 요구하는 지역구가 상당수 있지만 이곳 광주 전남 지역의 선거 후유증은 언론사와 시민단체의 한판 싸움으로 치달아 지역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 4.13 선거에서 전남일보 회장을 지낸 이정일 후보는 무소속(해남-진도)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당선을 두고 시비가 붙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선거과정에서 보인 전남일보사측의 보도태도가 문제가 된 것이다.
시민단체의 성명서에 의하면 "전남일보는 자신의 사주를 당선시키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무소속 후보가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사주에게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애쓰거나, 사주의 경쟁후보의 약점을 들추기를 일삼고, 사주의 강점을 일방적으로 강조했다.
이는 비록 오보나 허위보도는 아니었다 할지라도 극도로 편향되고 의도적인 왜곡보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된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개련)는 선거가 끝난 이틀 뒤인 15일 전남일보의 지면 사유화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항의방문과 신문불매운동을 선언한 성명서는 심지어 “전남일보와 같은 언론 같지 않은 신문은 사라져야 한다”라고까지 주장했다.
시민단체에서 선거기간동안 모티터 활동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으나 반영되지 않았고, 전남일보의 보도태도를 강력하게 문제제기하지 못한 이유는 상대 후보가 총선연대의 낙선대상자였기 때문에 자칫 낙선대상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것을 우려해서였다고 한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지금의 방향은 명확해진 것이다. 언개련은 지난 27일 <전남일보는 시민의 신문으로 거듭나라>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를 통해 △문제발생의 총책임자인 사장을 엄중하게 문책하라 △지면에 공개적 사과문을 게재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 △편집권의 완전한 독립과 시민의 신문으로 거듭나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혀라 등의 내용을 전남일보에게 요구했으며 또 "광주지역의 다른 언론사들도 경영의 건전성과 편집권의 독립을 보장하는 자체개혁방안을 밝혀달라"는 주장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다음날 오후 편집국 기자들은 "우리는 이제 변해야 한다. 변화를 위한 몸부림은 작게는 공동운명체인 우리의 '올바른 생존'을 위해서, 궁긍적으로는 독자를 제대로 대접할 줄 아는 '올곧은 언론'을 세우기 위해서다. 창간된 이후 우리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그리고 상상할 수 없었던 참담함을 맛보아야 했다. '어찌 이런 일이 우리에게'라는 자탄과 부끄러움이 치솟았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남일보 노조 편집국지회는 1일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제목으로 자성과 다짐을 약속하며 "공정보도를 위해 편집국 기자로 구성된 보도감시기구(사전·사후)를 구성, 필요할 때까지 운용할 것"을 밝히고, 회사측에 "독자에게 약속한 '내부혁신'의 청사진을 하루빨리 제시하고 '언론정도'의 자세를 곧추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민주언론시민운동연합(민언련) 한 관계자는 "우리가 전남일보사에 요구한 것은 지면의 사과발표와 경영진의 퇴진이다. 사과문은 노조 편집국지회로부터 받았으나 경영진 퇴진 부분은 미흡하다.
앞으로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언개련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추진하도록 할 것이며, 서명운동까지 펼칠 생각이다"라고 말해 이번 총선에서 보여줬던 시민의 힘을 또 한번 발휘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이 지역 시민단체의 바램인 것으로 보인다.
독자를 무시하는 '지면의 사유화'는 과거나 지금이나, 지역이나 중앙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언론인이 양심선언과도 같은 이번 전남일보기자들의 부끄러운 고백이 언론 바로세우기의 핵심인 편집권의 진정한 독립을 위한 일침이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소유권제도의 혁신과 언론사 내부질서의 민주화가 요구되지만 적어도 언론인의 양심은 지켜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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