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적 관점으로 '5.18 바라보기'

5월 여성제 '5.18과 여성' 워크샵 열려

등록 2000.05.27 18:33수정 2000.05.2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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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수정'이라는 영화가 최근 개봉했다. 비슷한 장면이 두 번씩 반복되는 점이 특이해 관심을 모은다.

같은 사건을 두고 두 주인공의 해석이 다름을 드러내는 구성방식이다. 두 주인공은 자신의 관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고집한다.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주최로 26일 열린 '5.18과 여성'이라는 주제의 워크샵에서는 그간 5.18을 바라본 관객들은 남성이 주인공인 영화만 봐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남성이 화자가 되면서 남성 중심의 역사로 맞춰진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발표자들은 5.18에서 여성의 역할이 축소되었던 것을 지적하고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5.18을 바라보자는 데 목소리를 같이 했다.

이날 워크샵은 5.18 민중항쟁 20주년을 맞아 5월 여성제 기념식과 함께 마련된 행사로 1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청소년수련원에서 진행되었다. 주제발표와 토론, 질의 시간이 3시간동안 이어졌다.

·주제 1 '역사 속의 여성'
발표자 : 강현아(전남대 아시아태평양지역연구소 책임연구원)
·주제 2 '5.18 민중항쟁에서 여성참여 드러내기'
발표자 : 김난희(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사무국장)
·주제 3 '5.18 민중항쟁에서 여성들의 참여가 개인, 조직, 운동에 끼친 영향'
발표자 : 이윤정(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성과인권위원)

·토론자 : 이춘희(광주 YWCA 가정폭력상담소 부장)
·토론자 : 정현애(일곡중학교 교사)

'역사 속의 여성'


'역사 속의 여성'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게 된 강현아 씨는 여성의 참여와 배제의 양면성에 대해 얘기했다.

5.18 민중항쟁 기간동안 여성의 주체적인 '참여'로 'YWCA 여성지도부'를 예로 들고 있다. 18일 초기국면부터 여성들이 무장투쟁에 활발하게 동참하였을 뿐 아니라 23일부터는 선전활동과 물적 제공활동, 시민궐기대회추진위원회 구성 등 항쟁기간동안 YWCA를 거점으로 한 여성들의 활동은 또 하나의 '지도부'로서 역할을 담당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반해 공식적인 정치적조직(항쟁지도부)으로부터의 '배제'에 대해 당시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5.18 민중항쟁 기간 동안 여성들은 중요한 일에 끌어들였지만 더 이상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즉시 여성들을 배제시켰으며, 이는 여성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5.18 민중항쟁이 '양면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한 5.18 민중항쟁 이후 20년간 '여성 포함과 배제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는 민중항쟁의 정신을 전국적으로 알려내는 작업을 진행했고, 구속자 가족과 유가족들을 중심으로 '5월 운동'이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관단체로부터 배제되었음을 드러냈다.

강현아 씨는 "5.18 민중항쟁 이후 남녀불평등 문제와 항쟁에 관한 논의 구조 속에서 여성들의 배제는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이 시점에서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5.18 민중항쟁의 역사에 '주관성을 부여'하는 작업이 이루어질 때 5.18민중항쟁의 역사는 더욱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역사가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5.18 민중항쟁에서 여성의 참여 드러내기'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김난희 사무국장은 민중항쟁기간동안 여성의 '참여'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와 사례를 들어 발표했다.

항쟁 지도부로서의 운동권 여성의 개별적인 투쟁(화염병 제작, 궐기대회 준비)과 조직적인 투쟁(취사, 선전, 모금 활동)으로 구분했다. 또 집단적 가두투쟁의 리더인 여성노동자들과 조직적인 물적 지원에 앞장 선 노점상 아주머니들과 주부, 여중고생들의 가두시위와 헌혈, 취사활동과 같은 항쟁 참여의 근거를 제시했다.

김난희 씨는 "5.18 민중항쟁에서 보여준 다양한 여성들의 다양한 투쟁들은 어느 누구도 자신의 삶의 조건에 굴복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승화시켜 내는 여성들의 지혜로운 삶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주장하며 "이러한 여성들의 목소리는 영웅 중심의 역사 쓰기를 깨뜨리고 어느 누구도 역사의 흐름에서 소외 받거나 왜곡되지 않는 역사 쓰기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5.18 민중항쟁에서 여성들의 참여가 끼친 영향'

'5.18 민중항쟁에서 여성들의 참여가 개인, 조직, 운동에 끼친 영향'에 대해 발표한 이윤정 씨는 비록 총을 든 것은 아니었지만 여성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한 여성들의 참여는 힘을 집결하여 조직화·체계화시켰다.

또한 여성들의 참여가 5.18 민중항쟁을 조직적으로 이끌어 가는 중요한 원천으로 작용하여 광주지역 운동공동체형성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영향을 끼쳤음을 주장했다.

발표를 마친 후 이윤정 씨는 "5.18 광주민중항쟁이 좌절·절망으로 끝났지만 무엇이 문제였는가를 생각해 봤으면 싶다. 항쟁 지도부는 문제가 없었는지 생각해보고, 5.18의 진정한 정신은 무엇이고, 역사성은 무엇이며 앞으로 역사에 주는 과제는 과연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면서 5월 정신 올곧게 계승했으면 싶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현애 씨는 "남성적인 특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속에서 여성의 가치를 주변화 하는데 매몰되어 왔다는 주제발표는 매우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여성의 활동을 역사적 의미로 밝히기 위해서는 여성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과연 여성주의적 관점은 무엇인가? 남자를 적으로 생각하자는 것이 아닐 것이다. 남성중심이었던 지금까지의 역사에 여성을 포함시키는 양성중심의 총체적인 것이 되려면 여성주의적 관점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여성을 포함한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5.18 민중항쟁을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을 시작으로 여성을 '포함'한 역사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으면 하는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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