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의 장 출범식에는 몰래 조용히 가야한다
"학교 골목마다 전경이 쫙 깔렸어요"
출범식 참가를 위해 학교에 나오던 새내기의 겁먹은 말과 함께, 학교 안에 대기하고 있던 버스들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마포서에서는 "출범식 참가를 위해 단체적으로 함께 출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소수의 인원이 '조용히' 나가는 것만 용납하겠다고 밝혔다. 대동의 장, 출범식을 참가하러 가기 위해 마치 MT 참가단처럼 떠들벅썩하게 출발하는 것은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가좌역에서 수색역, 이대입구역, 교대역, 수서역, 마침내 부산으로
이에 홍익은 다른 서부총련 단위들과 함께 가좌역으로 행했으나 역시 전경들이 역을 봉쇄하고 있었다. 한참을 거리에서 서성인 끝에 몇몇 조는 버스를 탈 수 있었지만 전경들에 의해 바로 막히게 됐다.
홍익 학우들은 태연함을 가장하며 "우린 MT가는 거에요"라고 항변했지만 "출범식 가는 거 다 안다"며 끝끝내 비켜주지 않은 전경들 덕에 버스에서 내려야만 했다. 이에 깃대를 전부 잃어버리기도 했는데, 그 전날 밤, 각 단위별로 전부 깃발을 새로제작했던 터라 그 아쉬움은 더욱 커져만 가고.
다른 버스를 대절하기 위해 여기 저기 연락을 취했고, "부산 톨게이트에서 버스가 부서질 것 같다"던 운전사 아저씨 등, 우여곡절 끝에 수색역에서도 버스를 타지 못한 채 지하철 이대입구역, 교대역, 수서역에서의 기나긴 시간을 보낸 후, 오후 5시에야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출발 예정 시간을 8시간 넘긴 시각이었다.
퀴즈-이북 바로 알기
아침으로 먹으려 했던 도시락은 결국 저녁이 되어버렸고, 시민학생마당은 이미 끝나고 전야제가 시작할지도 모른다는 소식만 들려오자 많은 학우들이 버스 안에서의 시간을 초조, 지루해 할 때 즈음, 홍익대학교 이윤진 조국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이북 바로 알기' 퀴즈를 시작했다. "이북의 대학생은 당구를 칠까?" "이북에는 전봇대와 전깃줄이 있을까?" "이북에서도 전자오락을 할까" "이북에는 환경미화원이라는 직업이 있을까?" 등의 문제들이 출제됐는데, 의외로 대부분의 학우들이 정답을 쉽게 맞추어 위원장님을 실망케 하기도.
위원장님은 "나 땐 이렇게 배웠어요"라며 반북 반공 이데올로기 교육을 받지 않았느냐고 묻기도 했지만 학우들은 "세대차이 느껴요"라고 답할 뿐. 새내기들은 "너무 쉬웠다"는 반응이었지만 "재밌었다" "유익했다"며 즐거워했다.
‘주한미군 철거가’를 부르며 부산 톨게이트 통과
이북 바로 알기 퀴즈를 마친 학우들은 단결홍익 출범식 꼬마자료집을 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벗들이 있기에’, ‘지금부터야’ 등의 즐거운 노래를 부르면서는 앉아서 들썩이며 문선을 함께 하기도 했고, ‘통일선봉대 찬가’를 부를 때는 위험하다는 경고에도 불구, 모두가 일어서서 부르는 바람에 ‘한총련 진군가’, ‘서총련 찬가’ 등은 아예 부르지 못했다.
한편 부산 톨게이트 앞에 도착했으나 이미 검문이 없다는 뉴스를 접한 뒤라 학우들은 당당히 ‘주한미군 철거가’를 부르며 통과했다. "몰아내자, 몰아내자"는 노래가 크게 퍼지는 가운데 갑자기 한 경찰이 차를 세우는 바람에 퍼뜩 놀라기도 했었는데, "우리의 노랫소리가 너무 당차서 그런 것 아니었냐"며 학우들은 즐거워하기도 했다.
당당하게, 그러나...
부산대에 도착한 홍익학우들. 예쁘게 맞춰 입은 빨간 T가 돋보여야 한다며 겉옷도, 우산도 전부 접어버리고 부산대 교정에 입성. 쏟아지는 비속에서도 당당히 노래를 부르며 전야제가 시작하는 곳으로 행했다.
모두가 입고 있는 형형색색의 우비가 부럽기도 했지만, 옷이 전부 젖은 홍익에게 돌아온 것은 검은 비닐봉투뿐. 흰색 일색이던 운동장에서 빨간 T에 검은 조끼를 입은 무리를 보았다면, 그 무리가 자랑스런 민족사학 단결홍익 학우들이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출범식 공동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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