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 두 명의 성추문을 바라보며

등록 2000.05.28 20:26수정 2000.05.2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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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 전 녹색연합 사무총장의 성희롱 파문에 이어 이선 산업연구원장도 여직원 성추문과 관련 노동조합의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연합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산업연구원 노조가 이원장이 지난 해부터 6명의 여직원들을 퇴근 후나 휴일에 밖으로 불러내 성희롱했다고 주장하며 사퇴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이선 원장은 "딸같이 생각하며 손, 얼굴 등을 만졌을 뿐"이라며 곧 거취를 밝힐 것이라고 했다는데요,

이 일이 알려지기 바로 몇시간 전에도 우리 회사 휴게실에서는 장원 전 사무총장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서 여러 사람들의 난상토론이 벌어지기도 했었습니다.

아래는 바로 몇시간 전까지 오마이뉴스에 올리려고 쓰던 글입니다.

흩어져 있던 목소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휴게실(사실은 흡연실).
오늘의 주제는 단연 '장원 성추행 사건'. 흡연의 특성상 토론은 3분 정도로 멤버를 바꿔 가면서도 모처럼 활기를 띠었습니다.

<새발의 피 論>
"야. 그런 일이 어디 한 두 번 인 줄 아냐? 내가 알기론 X씨도 성추행 경력으론 타 추종 불허다. 제발로 따라 온 사람도 성추행이면, 성폭행도 쌔고 쌨다. 장원이니까 더 난리들이지, 그만한 공인들 다 털기 시작하면 신문 며칠은 도배할 걸?"

<풍속 변동論>
"참 우리나라도 많이 변했네. 예전 같으면 고소가 웬말이야? 젊은 여자가 아무리 부른다고 호텔까지 갔는데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그 아가씨 부모님이 아시면 뭐라시겠어?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지 쯧쯧..."


<시민단체 위기論>
"전 다음달부터 녹색연합 회비 끊을 거예요. 진짜 돈 아까워서... 아무리 사람만 미워하고 단체는 미워하지 말자 해도 그게 어디 되나요? 녹색연합만 끊을 게 아니라 이 참에 시민단체에 넣던 회비 다 끊어버릴까 봐요. 녹색연합 자원봉사 하는 후배 만났는데 자기도 그만 둘 거래요. 이러다 시민단체 다 망하는 거 아닌가 몰라"

<낙선운동 종말論>
"총선 낙선대상자들은 속이 다 시원할 거다. 매일 TV에 얼굴 내밀면서 저 사람은 민주화 경력이 어떠니, 뇌물이 어떠니 아픈데 콕콕 찌르더니 꼴좋다 싶을 거 아냐? 총선 때 터졌어 봐라. 16대 국회 판도가 바뀌었을 걸? 간통 경력 튀어나와 떨어진 사람도 있는데 오죽하려고? 어쨌든 시민단체 낙선운동도 한번 날리고 종쳤군"


<시민단체 옹호론>
"장원이가 곧 시민단체는 아니잖아. 왜들 그래? 음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그 사람 하나가 잘못했다고 해서 시민운동하는 모든 사람들을 매도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그 자리 있던 사람 모두 코웃음 또는 비난>
"순진한 소리 하구 앉았네"
"야 원래 운동권하고 시민운동하는 애들이 더해"
"너 장원이하고 무슨 관계 있냐?"
"장원이가 잘했다는 거야 지금?"

<정리>
도마에 오른 장원 전 사무총장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자신과 소속단체와 많은 시민운동가들에게 남겼습니다. 지난 총선기간 동안 시민연대의 활동을 눈엣가시로 여겼던 많은 사람들도 도마에 오른 그들에게 칼질을 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시민단체들의 활동에 이번 사건은 많은 제약을 줄 것이 분명합니다. 과연 위와 같은 시각들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겠습니다. 사건의 스캔들적 특성상 곧 잊혀질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잊혀지는 게 바람직할까요? 시민단체의 활동도 제약되어서는 안되지만, 성추행 자체도 결코 축소되어서는 안될 사안임에 분명합니다.

여기까지 쓰고 저녁 먹고 온 사이에 이선 산업연구원장 이야기가 퍼진 것입니다.

성추문은 성추문으로 끝났으면....열악한 환경에서 제도 하나,관행 하나 바꿔 보겠다고 음에서 양에서 일하는 많은 분들은 타격을 받지 않았으면하는 마음과 이 기회에 우리 사회 곳곳 에 숨어있는 성추행을 뿌리채 뽑아버렸으면 하는 마음이 엇갈리는 게 이 두 사건을 보는 많은 사람들의 시각일 겁니다. 어느 것이 더 클지는 모두가 다르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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