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풍물패들의 흥겨운 장구소리에 맞춰 춤추는 수십 여 개의 깃발들. 무대조명에 비친 깃발들이 운동장을 가득 메운 학생들과 춤추고 있었다.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부산대에서 열렸던 8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 출범식의 한 장면이다.
지난 96년 이후 한총련은 정부의 탄압을 받으면서 매년 한총련의 한해 시작을 알리는 출범식 행사를 사전에 원천봉쇄당해왔다. 이번 출범식은 97년 한양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5기 출범식 이후 이적단체로 규정된 한총련이 8기 출범식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냈다.
대의원 수배, 이데올로기적·물리적 탄압 속에서도 한총련의 깃발을 지켜왔던 지난 3년여 간의 고난을 견뎌낸 결과로 다시 민중들 속에서 정당성을 확보해가는 과정으로 보여진다.
이번 출범식도 경찰에서는 원천봉쇄를 발표했었다. 그러나 부산경남지역의 80여개 사회단체가 한총련 출범식의 평화적 개최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평화적인 여론을 형성하여 물리적 충돌 등 경찰의 직접적인 저지는 없었다.
그러나 서울, 광주, 강원, 전북 등의 전국의 대학가를 봉쇄하고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각 대학 학생회별로 미리 마련한 관광버스 회사 등에 압력을 가하는 등 타지역 학생들이 부산대로 가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출범식을 지연시켰으나 이 또한 전국각지의 1만이 넘는 참가자를 막지는 못했다.
많은 비에도 불구하고 한총련은 일정대로 출범식 전야제를 진행했다. 경찰의 탄압을 뚫고 도착한 1만 3천여명의 학생들이 함께 한 출범식 전야제는 새벽 5시경에야 끝났다. 전야제에서 출범식 준비위원장 노정현〈부산대 부총학생회장〉군은 “라면으로 밤을 새워가면서 40여개의 과학생회에서 출범식을 준비했다”며 “그동안 부경총련이 함께 반미투쟁을 실천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출범식 대부분의 행사가 열렸던 지난 27일은 아침부터 부산대 곳곳에서 한총련 박람회와 강연회 등 여러 행사로 분주했다. 한총련 박람회는 이번에 처음 치러지는 것으로 반미투쟁관, 조국통일관, 과뽐내기관, 열사관 등 7개의 부분으로 나눠 그 내용을 전시했다. 한편 강연회는 주한미군범죄사, 조국통일3대헌장 등의 주제로 진행됐다.
이외에 노농학 축구대회, 각 부문별 결의대회 등의 행사가 진행되었으며 출범식 본대회가 진행되기 바로전에는 민중연대 한마당이 진행됐다.
예년에 비해 비약적으로 참여가 늘어난 민중연대 한마당은 노학연대, 농학연대의 모범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모범으로는 고성군 농민회와 마산창원지구총학생회연합, 매향리 지역과 한신대 등 다양한 사례가 소개돼 많은 시간동안 진행되었으나 시간 관계상 모든 사례가 다 소개되지는 못했다.
출범식 본대회는 전국여대생대표자협의회(의장 유정숙, 전남대 총여학생회장), 한총련 산하조직인 학원자주화추진위원회(위원장 김상화, 경북대 총학생회장)와 조국통일위원회(위원장 송재혁, 창원대 총학생회장)의 출범식 이후에 한총련 의장을 추대하고 출범을 선언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한총련 의장으로는 지난 4월 7일부터 9일까지 열렸던 한총련 대의원대회에서 당선됐던 이희철 조선대 총학생회장이 추대됐다. 이 의장은 출범 선언문을 통해 “한총련의 자랑찬 투쟁역사를 오늘에 계승해 드높은 투쟁의 기상을 펼쳐낼 것"이라고 밝히고 8기 한총련의 출범을 선언했다.
이번 한총련 출범식은 최근 열렸던 출범식과는 다른 다양한 시도를 보여줬다. 부산대 곳곳에 한총련 박람회를 마련해 행사기간 내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나 학교별로 학과 중심으로 출범식을 직접 준비하도록 하여 다양한 참여를 유도한 것 등이다.
출범식이 열리는 장소였던 부산대의 경우 의예과에서 의료단을 구성하고 법대에서는 국보법 악법조항을 소개하고 애드벌룬을 띄웠으며, 건축공학과에서 무대를 설치하는 등 40여개과가 각 과의 특성에 맞게 출범식 준비에 참여해 이목을 끌었다.
또한 이번 한총련 출범식에는 다양한 강연이 준비되었으나 학생운동진로토론회와 강연일부가 열리지 않게 돼 아쉬움을 남겼다. 이 의장은 "3년만에 제대로 치르게 된 출범식에 이것저것 진행하고 싶은 행사가 많았으나 시간관계상 진행하지 못하는 등 아쉬움이 많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전국민적으로 반미의식이 고양되고 있는 가운데, 미대사관 진격투쟁 등을 진행해온 한총련이 6.10 남북청년학생실무회담, 남북정상회담, 2000 통일대축전 11차범민족대회를 준비하는 가운데 본격적으로 반미투쟁을 전면적으로 선포하고 나선 것이 눈에 띈다.
한총련은 출범식이 끝난 28일 오전 11시에 실시한 기자회견에서 오는 31일 전국 지역별 노동자 총파업 투쟁에 결합하고 다음달 10일 권역별 민중대회에 참가하는 등 6월 투쟁 계획을 밝혔다.
이번 출범식은 대중적 문화행사와 다양한 부대행사들로 진행됨으로써, 기간 소규모로 조직된 대중을 기반으로 한 행사의 소극성에서 벗어났다는 점이 긍적적이다. 다수의 다양한 대중을 대상으로 한 문화적 공감대 형성의 단초를 마련되었고 그 가능성을 확인한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8기 한총련 출범식 전체보도해설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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