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사람들

최근 진보정치의 제도권진입 위해 노력, 월1회 안양노동연구포럼 개최 등 다양한 활동 전개

등록 2000.05.29 22:34수정 2000.05.3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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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 출신으로 노동계에 투신한 사람들 가운데 현재까지 현장을 지키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자기 갈길을 가는 중에도 끝까지 노동운동의 한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

민주노총 경기지구협의회 양동규(37) 정치위원장도 그중 한 사람이다. 지난 86년 말 안양에 온 그는 10여년 동안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다.

지난 89년 안양지역 금속노동조합을 만들어 현재까지 위원장을 맡아오고 있으며, 민주노동당 노동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당시에 학교를 정리하면 현장으로 가는 분위기 속에서 그도 주저없이 이곳에 와서 금속노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다른 어떤 일보다도 인생을 걸고 할만한 일이라는 생각이었고, 10여년이 지난 현재에 있어서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최근에 그는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으로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그는 “근로대중이 중심이 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는 민주노동당 참여를 통해 본격화, 가시화되고 있다. 그는 작년에 출범한 민주노동당 안양군포의왕과천지부의 노동위원장을 맡아 진보정치의 제도권 진입을 통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단 한석도 얻지 못해 등록취소로 인해 재창당을 해야 하는 어려움을 맞이하게 됐다. 이에 대해 그는 실망하지 않는다.


“원내 진출이 좌절됐으나 실망하지는 않습니다. 민주노동당의 정치역량은 아직 미약한 단계로 이번 총선은 진보정당의 과제와 한계를 확인한 자리였습니다. 동시에 진보진영의 제도권 진출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 선거였다는 생각입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진보세력의 정계진출이 좌절된 반면 386 젊은피들은 대거 정치권에 진출했다. 그는 80년대 학생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보수정당의 공천을 받아 정치에 입문한 그들을 보는 시각이 비판적이다.


“1인 지배의 보스체제를 타파하고 지역정치의 관행을 깨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긍정적이 평가들도 있지만 결국 보수정당 하에서 386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입니다. 이미 정계에 진출한 운동권 인사들의 정치행보가 이를 입증합니다. 결국 묻혀버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386 담론은 한마디로 보수정치권의 위기를 상쇄시키려는 일시적인 미봉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386의 정계진출을 저널리즘의 작품이라고 그는 말했다. 각자의 분야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386이 있음에도 학생운동의 대표로서 주목을 받았던 이들만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

10여년동안 꾸준하게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해왔으나 아직까지 여러 조건은 열악한 상황이다. 지난 89년 안양지역금속노동조합을 건설했으나, 2만여명의 지역금속관련 노동자 중 조합원은 40여명에 불과하고 분회는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안양지역금속노조는 산별노조방식으로 개인가입이 가능하며 개별 사업장에 노조가 없어도 가입이 가능하다. 주로 1백인 이하의 소규모 사업장이 중심이라서 노동조합 활동을 전개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동안 지역금속노조를 거쳐간 조합원은 몇백명에 달한다.

지난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사회주의의 붕괴와 운동권의 이탈 속에서 어떻게 그는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었을까? 그는 자신이 미숙한 탓에 혼란의 쟁점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현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여러 논쟁으로부터 차단되는 상황이 운동의 지속성을 갖게 했던 힘이 됐던 것 같습니다”

보다 발전적인 지역노동운동을 위해 지역노조간부들과 노동자와 함께 월례토론을 준비 중이며, 박사·교수 등의 전문가를 초빙해 월 1회 안양노동연구포럼을 개최하는 등 양위원장은 묵묵히 자기 길을 가고 있다.

의왕시 내손동 주공아파트에 살고 있는 그는 아내 정선임(36)씨와의 사이에 딸 해민(8)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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