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의 장 출범식에는 몰래, 조용히 가야한다?
"학교 골목마다 전경이 쫙 깔렸어요"
26일(금), 출범식 참가를 위해 학교에 나오던 새내기의 겁먹은 말과 함께, 홍익대학교 안에 대기하고 있던 버스들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마포서에서는 "출범식 참가를 위해 단체적으로 함께 출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소수의 인원이 '조용히' 나가는 것만 용납하겠다고 밝혔다. 대동의 장, 출범식을 참가하러 가기 위해 마치 MT 참가단처럼 떠들썩하게 출발하는 것은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홍익대학교 출범식 참가단은 다른 버스를 대절하기 위해 여기저기 연락을 취했고 "부산 톨게이트에서 버스가 부서질 것 같다"며 쉬이 응낙하지 않는 버스회사에 사정, 우여곡절 끝에 오후 5시에야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출발 예정 시간을 8시간 넘긴 시각이었다. 출발하기도 전에 지쳐버릴 법한 일정이었지만, 학우들은 차를 올라타자 출범식에 대한 기대로 들뜨기 시작했다.
이윤진(동양화4) 조국통일위원회 위원장의 사회로 '이북 바로 알기' 퀴즈와 노래를 부르며 부산으로 향했고, 부산 톨게이트 앞에 도착했으나 이미 검문이 없다는 뉴스를 접한 뒤라 모두들 당당히 '주한미군 철거가'를 부르며 통과했다.
"몰아내자, 몰아내자, 주한미군 몰아내자"는 노래가 크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갑자기 한 경찰이 차를 세우는 바람에 순간 긴장하기도 했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고 학우들은 "우리의 노랫소리가 너무 당차서 그런 것 아니었냐"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그리고 너무나도 당당히, 부산대에 입성했다.
"비 맞아도 좋아요" 흥겨운 전야제
"이 비는 하늘에서 흘리는, 한총련 탄압에 대한 분노의 눈물입니다"
한총련 출범식 평화 개최 보장을 위한 부산울산경남지역 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축사의 일부이다. 26일(금) 진행된 전야제는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진행됐다.
전야제에서 리비아 혁명위원회 이스카이 엘리자베스씨는 "한국학생과 앞으로 더욱 긴밀히 연대하길 바란다"는 축사와 함께 이희철 한총련 의장에게 미 제국주의 반대투쟁에 대한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범민련 남측본부, 전국연합, 부산연합, 한학협 등의 각 사회단체의 축사가 이어졌다.
"한총련의 뜨거운 열의를 따를 것은 아무것도 없다"
"민중의 희망, 한총련을 눈물나게 사랑합니다"
"불타는 가슴으로 출범식을 축하합니다"
각계 각층의 축사속에서 사랑받음을 확인한 한총련은 한총련이 가는 길이 옳음을, 많은 이들이 한총련을 지지하고 있음을 새삼 확인했다.
노래패 '우리나라' '희망새' '천리마' 등의 공연 등이 전야제 내내 계속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마지막으로 한총련 중앙상임위원회위원들의 무대가 진행됐다.
각 지역 총련 의장 및 이희철 한총련 의장, 송재혁 조국통일위원회 위원장, 김상화 학원자주화추진위원회 위원장은 결의발언과 함께 준비한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학생들의 환호 속에 진행된 문예공연 후 이희철 의장의 "'한번 더'가 없으면 안 할 줄 알았죠? 그래도 합니다" 라는 말은 학우들의 웃음을 자아냈고, 의장들은 비를 흠뻑 맞으면서도 즐거운 표정으로 '벗들이 있기에' 문선을 보여주어 더욱 많은 박수를 받았다.
부산대 교정 곳곳에는 한총련의 숨결이
이번 한총련 출범식에는 박람회와 강연회 등의 다채로운 행사가 함께 진행돼 학우들의 높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박람회는 부산대 교정 실내외 곳곳에서 진행됐다.
한총련관에서는 '조국이 맺어준 아름다운 인연 한총련'이란 주제로 한총련의 역사, 이적규정의 부당성, 국가보안법, 한총련이 바라는 세상 등이 전시됐고, 반미투쟁관에서는 한미관계의 역사, 양민학살 지역, 주한미군의 본질, 매향리등의 미군기지 피해 사례 등이 선보이며 "이 땅에 미군이 주둔하는 한 살인 만행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
또한 열사관에서는 이제까지 정권의 탄압속에서 목숨을 잃거나 분신·투신한 열사들의 영정 및 소개와 편지글 등이 전시됐고, 김준배 열사 관련 영상물 등이 상영,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외에도 학원자주화관, 과 뽐내기관, 민중관 등이 주제에 걸맞는 전시로 함께 진행됐다.
또한 이번 출범식은 부산대의 40여개 학과 학우들이 직접 참여해서 준비해 나갔다. 건축학과에서는 무대설계, 의류학과에서는 문예단 옷 제작, 도시공학과에서는 지도제작, 신문방송학과에서는 영상사업 참여 등의 활동을 벌인 것이다. 이는 기층 학우들의 참여를 이끌어내 보다 대중적인 출범식을 만들어간 의의가 있다.
누가 세상의 주인인가, 세상을 바꾸자
"누가 세상을 바꾸는가, 누가 세상의 주인인가, 기계를 멈춰라, 세상을 바꿔라"
27일(토)에는 민중연대 한마당이 노동문화예술단 일터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이번 민중연대 한마당은 각 학생회와 농민회 등의 연대활동 모범 총화, 함께 준비한 공연의 형식으로 진행됐다.
노동자, 농민들의 생존권 투쟁을 기반으로 한 '반미투쟁'이 모범적인 연대투쟁의 주를 이뤘는데, WTO반대와 통일을 통한 민족농업실현을 요구하는 전농경남도연맹, 구조조정, 정리해고 반대를 외치는 민주노총부산본부, 양민학살 진상규명 주한미군 철거 투쟁의 부산연합, 전민특위 경남위원회 등 단체들의 활동 내용이 보고됐다.
"어기야 디어차, 폭력단체 왠말이냐, 애국하는 학생들 여기 다 모였네" 해양대는 진주농민회와의 연대투쟁 모범 총화 후, 민가를 개사해서 불러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노래패 조국과 청춘의 공연에서는 학생들이 일어서서 열광하며 축제의 분위기가 연출됐다. '가자 철마야'라는 노래에 맞추어는 모두 기어이 가고야 말겠다는 듯 "가자!"고 외치며 뛰어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광경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계속되는 발언과 공연속에서 노동자, 농민, 빈민, 학생들은 다같이 외쳤다. "우리는 핍박받고 고난받는 민중들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 노·농·빈·학의 강고한 연대투쟁으로 세상을 바꾸자" 그리고 그 투쟁의 구심을 반미투쟁으로 맞추어가고 있었다.
"이적단체, 친북단체의 두목입니다"
28일(일), 전여대협, 학원자주화추진위원회, 조국통일위원회의 출범식에 이어 8기 한총련 의장의 옹립식과 출범선언문 낭독이 이어졌다. 조국통일위원회 출범식에서 서총련 양해성 조통위원장은 "한총련 보고 친북단체, 이적단체라고 한다. 맞는 것 같다. 한총련은 하나의 민족, 통일해야 할 우리 민족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것이 무엇이 잘못인가"라고 반문하며 한총련의 통일운동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이희철 8기 한총련 의장은 배 모형위에 오른 채 성조기를 불태우고 무대에 올랐고, "여기 모인 우리는 국가보안법상 죄인입니다. 저는 폭력, 이적, 친북단체의 두목, 8기 한총련 의장입니다"라는 소개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우리가 왜 승리의 감동을 외치는지, 미제와 김대중은 모를 것입니다. 이제 할 일이 있습니다. 전국 각지로 돌아가셔서 반미항전의 불바람을 일으킵시다. 우리에게는 자주, 민주, 통일을 이룩해야 할 역사적 과업이 있습니다"
이희철 의장의 발언과 함께 참가자들은 출범선언문을 낭독했고, 한총련은 출범을 공표했다.
이제 범국민 반미항전으로
무력탄압, 대의원 연행, 이데올로기 공세등의 한총련 탄압은 끝나지 않았다. 원천봉쇄없이 진행된 이번 출범식에서도 전남대 부총학생회장 등 8기 한총련 대의원이 연행됐고, 경찰은 수배방침을 확고히 했다.
그러나 이러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한총련은 전진, 전진만을 부르짖는다. 이제 한총련이 나아갈 길은 너무나도 뚜렷하다. 이희철 의장은 "출범식 평화적 개최는 역사의 진리 앞에 한총련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더욱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 이제 반미투쟁의 실천자가 되자"고 외쳤다.
노동자, 농민, 빈민, 학생들 모두 하나되어 한소리로 외쳤다. '양민학살, 광주학살, 경제침탈 미국반대' '주한미군 철거'의 구호를 외치며 이제 범국민 반미항전으로 나아갈 것임을, 자신들이 그 주역에 설 것임을 확인했다. 노동자 총파업, 민중대회, 6·25 50돌로 이어질 투쟁을 더욱 가열차게 가져나가리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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