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전주 대사습놀이가 끝나고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행사장을 나왔다. 뭔가 께름칙한 표정들이었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수상자를 뽑기 위한 심사위원'이 '수상자를 위한 심사위원'이 되고 있습니다. 짜고 치는 고스톱 판처럼 되어버린 대사습놀이를 두고 5년 전부터 '개사습놀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죠."
이번 대사습놀이에서 예선탈락하고 남원 춘향제 판소리 명창부에서 2등을 차지한 송재영(41, 전북도립국악원 판소리 교수) 씨의 말이다. 송씨는 도립예술단 수석으로 활동하다가 1년 전부터 국악원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판소리를 가르치고 있다. 그가 대사습놀이를 '난장판'이라고 비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심사위원 선정 기준에 있었다.
"남아무개라고 내 후배이기도 한데 이번 대사습놀이에 심사위원으로 나왔었죠. 그리고 얼마 뒤에 열린 남원 춘향제에 참가해서는 예선에서 탈락했어요. 이건 말도 안되는 코미디입니다."
역사와 전통에 맞는 심사위원을 뽑아야 하는데 심사위원 위촉권자인 한선종((사)전주대사습놀이 보존회 이사장) 씨가 자신과 친한 사람이나 실력 없는 사람들을 뽑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계파와 이권, 돈 등이 작용했다고 그는 주장한다.
"이사장이 8회, 10회 장원을 제쳐놓고 14회 장원 민소완 씨를 자신과 친하다는 이유로 판소리 명창부의 심사위원으로 뽑았었죠. 7회 장원자는 오히려 일반부 심사를 보게 했더군요. 게다가 심사위원들이 심사는 안보고 속닥거리고 딴 짓하고 비아냥거리고... 한마디로 자질이 없었지요."
이러한 문제는 올해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지난해 아무개 교수가 자신은 탈락하고 박자가 틀린 사람이 장원을 하자 이사회에 항의를 했지만 오히려 미움을 사 올해에는 예선탈락을 당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나도 미움받아 올해 예선 탈락한 것입니다."
단순히 예선탈락이라는 쓴잔을 마신 한 예술인의 푸념일까?
한선종 이사장을 만나기 위해 전주 대사습놀이 보존회를 찾았다. 그러나 그를 만나기 위해 여러 번 시도했지만 그를 만날 수 없었다. 대신 보존회의 사무국장 전영술(64) 씨를 만날 수 있었다.
"남아무개씨의 경우엔 우리도 답답한 심정이다. 기본적으로 심사위원을 했으면 올해만큼은 다른 대회에 나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우리도 놀랐다. 이사장이 이사회와의 협의 없이 단독으로 심사위원을 선정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다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다른 사람의 증언이 필요했다. 며칠 뒤, 지난해에 문제제기를 했었다고 하는 아무개 교수를 찾았다. 그와 20여분 마주앉아 대사습놀이의 문제점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 그러나 그는 끝내 자신의 얘기가 기사로 나가지 않기를 바랬다.
"제가 죽어주는 거죠. 지금 얘기하면 실력 모자라서 하는 소리라고 할 테니까요. 일단 대통령상만 받으면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 다 꺼내 놓을 겁니다.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다른 증언자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던 이달 중순경 전 사무국장으로부터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이사장이 한번 만나자고 하니 아직 기사를 내보내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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