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이들은 부모 품을 떠난다

【오마이베이비29】친구를 사귀면서 점차 활동무대를 넓혀가는 아이들

등록 2000.01.31 00:00수정 2001.02.19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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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두돌만에 마침내 우리 아이들에게도 친구가 생겼다. 옆집 사는 수빈이라는,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아이다.

우리 아이들보다 생일이 일주일 빠른 수빈이는 얼마전 우리 옆집으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두 집 모두 같은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데다가, 알고 보니 엄마들 나이마저 같아 엄마들끼리 먼저 급격히 친해졌고, 자연 두 집 왕래가 잦아지면서 덩달아 아이들도 서로 친해진 것이다.


생후 처음으로 친구를 사귄 아이들은 아파트 현관 문 밖에서 옆집 수빈이가 노는 소리만 들려오면, 한창 잘 놀고 있다가도 엄마 아빠의 손을 잡아끌며 한바탕 난리를 친다. 나가서 수빈이랑 같이 놀겠다고 그러는 것이다. 그래서 문을 열어주면 아이들은, 옆집 수빈이를 봄과 동시에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한 것처럼 펄쩍펄쩍 뛰며 좋아한다.

그렇게 어우러진 아이들은 이제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다는 듯 옆집 수빈이를 가운데 놓고 양쪽에서 손을 꼭 잡고서는 아파트 복도를 헤집고 돌아 다닌다. 고만고만한 두돌박이 녀석들 셋이서 손을 맞잡고 다니는 모습을 보노라면 나는 절로 웃음이 나곤 한다. 뭐라고 쉽게 설명하기 힘든 느낌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론 ‘젖먹이가 언제 이렇게 자라 친구까지 다 사귀었나’싶은 생각이 들면서 세월이 참 빨리도 흘러간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어제는 일이 있어 집에 전화를 했는데, 이상하게 집안이 조용하다. 낮잠 잘 시간도 아니건만, 전화를 바꿔달라고 한바탕 난리를 쳐야 정상인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질 않는다.

무슨 연유인가 막 물어보려는 찰나 수화기 저편에서 “잠깐만” 하더니 “수빈아…” 어쩌고 하는 집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옆집 수빈이가 우리 집에 놀러온 모양이다.


잠시후 다시 수화기 저편에 나타난 집사람에게 “하늘이하고 바다는 왜 이렇게 조용해?” 하고 물었더니, 옆집에서 놀고 있단다. 옆집 수빈이는 우리 집에 와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옆집에 가있다고?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 집사람은 기가 막혀 죽겠다는 듯 웃으며 상황을 설명한다. 상황인즉, 아이들이 밖에 나가 놀겠다고 떼를 써 현관문을 반쯤 열어놓고 복도에 나가놀게 했는데, 옆집도 마침 수빈이를 복도에서 놀게 할 요량으로 현관문을 열어놓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옆집 현관문이 열려있는 것을 본 우리 아이들은 미처 말릴 새도 없이 뽀르르 그 안으로 달려 들어가더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제 세상을 만난 듯 아주 신나게 놀더란다. 아마도 우리 집에는 없는, 이런저런 수빈이 장난감에 정신을 빼앗긴 모양이었다.

한편 우리 아이들의 기습적인 습격(?)을 받은 옆집 수빈이는, 마침 잘됐다는 듯 이내 뽀르르 달려 우리 집으로 왔다고 한다. 우리 집에 있는 유아용 미끄럼틀을 타기 위해서다.

평소 밥을 잘 안먹으려 드는 편인 옆집 수빈이는, 엄마가 “우리 밥 먹고 하늘이네로 미끄럼틀 타러 가자”고 꼬시면 이내 밥을 먹을 정도로 미끄럼틀 타기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들이 자기네 집에 놀러와 설치고 노는 것을 보고는 나름대로 좋은 기회라고 판단을 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해서 두 집 엄마는 얼떨결에 서로 남의 애들을 봐주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를 사귀면서 아이들은 이제 활동무대가 한결 넓어졌다. 엄마 아빠와 함께가 아니면 좀처럼 집 밖을 벗어나지 못하던 아이들은, 이제 아파트 복도와 옆집까지로 활동무대를 넓혔다.

그리고 앞으로 또 다른 친구를 사귀면 다시 그 친구의 집까지, 좀더 지나선 유아원과 유치원 등으로 아이들은 점차 활동무대를 넓혀나가게 될 것이다.

엄마 아빠의 품을 벗어나 그렇게 아이들은 지들 스스로 보다 넓은 세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빠로서 나는. 장차 우리 아이들 앞에 펼쳐질 세상이 우리 세대가 걸어온 세상보다는 좀더 나은 세상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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