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를 불러야 한다. 병원으로 가자"

김용구-조현종부부 안방수중분만 체험기⑤<완결>

등록 2000.05.30 15:12수정 2000.06.0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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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순서
-우리 아긴 안방에서 태어난다
-'수중분만 시도', 그 70여시간의 생생한 현장기록: 안방수중분만 체험기①
-"자궁이 열리고 있다…별아, 조금만 더 힘내" 체험기②
-"28일 새벽3시 수중분만을 시도하다" 체험기③
-"70여시간의 진통…뭔가 잘못됐다" 체험기④
-"119를 불러야 한다. 병원으로 가자" 체험기⑤<완결>





<28일 PM 8시>
원으로 갈 짐을 챙긴다.
자궁수축이 없어지고 있다. 몸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 같다는 조산사의 말. 진통도 없어졌다.
119에 연락. 남편과 조산사, 산모가 병원으로 향한다.
당초 취재계획과 차질이 있다며 MBC는 철수한다. '그래도 끝은 봐야 하지 않겠나?" 그래, 오마이뉴스와 MKID는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28일 PM 9시>
원자력병원 도착. 분만실에서 산모가 검사를 받는다. 아마도 수술을 하게될 것 같다.
문제는 이 병원에 현재 소아과가 없다는 것. 의사는 '아마도 태아가 건강하지 않을 것 같다'며 다른 병원을 권한다.

가족들 의논. '일단 다시 옮기는 건 무리다. 여기서 수술을 하자' 결정.

가정분만에 입실하지 못했던 시아버지 김수두씨가 어두운 얼굴로 며느리를 지켜본다.
"산모가 건강하게 아이를 낳았으면 좋겠다"는 말 외에 그는 말을 삼갔다.

병원으로 옮겨진 산모는 계속 울고 있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산모가 우는 순간 아이의 심장박동도 현저히 떨어졌다.
'아이도 위험하다'


45분. 산모가 심전도 검사를 받고 있다.

의사는 "'아기가 혹시 태변을 먹지 않았을까. 자궁이 열린 상태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냈다. 수술해야 한다" 고 말한다. 남편은 수술실 입실 불가. 5박6일의 입원. 산모와 가족의 가슴에 상처가 남을 듯.


시아버지에게 물었다.
-수중분만 선택했던 것을 후회하는가.
"어쩔 수 없는 선택 때문에 병원으로 온 것이니 후회할 필요는 없다"

입원실이 정해졌다. 2인실 388호.
초조한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낮에 아버지가 병원으로 옮기자고 했을 때 옮겼더라면..."이라는 시어머니의 혼잣말..

조산사의 생각은 어떨까.
-수중분만에 실패한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자궁수축이 잘 안됐다. 산모의 파워가 적었다는 말이다. 아기가 크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부천열린가족 조산원은 5월7일 개원했는데 큰 시도가 실패해서 개인적으로 부담이 클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 서운함은 없다. 차기에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이었다. "

-새벽에 양수가 터졌는데 더 빨리 수중분만을 포기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오전중에는 아기가 내려올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만 해도 수중분만이 가능했다."

-현재의 이런 처치가 가장 현명했던 것인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4시45분경 항생제, 촉진제를 쓴 이후 바로 결과를 보고 진통이 줄어들었다면 대처를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다."(조산사는 2시부터 5시까지 다른곳의 교육에 다녀왔다)

-산모가 수중분만을 시도하다가 지쳤던 시각이 오후 1시30분부터 4시45분까지 인데, 그 3시간여의 공백이 문제를 키웠다고 보지는 않는지.
"그렇지 않을거다. 누구나 다 수중분만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조현종씨의 경우 시도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봤지만 수중분만이 가능치 않아서 병원으로 오게된 거다. 수중분만이 실패하는 경우가 자주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패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다만 조산사는 항상 산모의 옆에 있어줘야 한다는 생각은 다시 한 번 들었다."

결국 제왕절개 수술…산모의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28일 PM 11시>
현종씨는 수술을 앞두고 내진중이다.
11시10분부터 수술이 시작된다. 수술은 단 10분이지만 마취가 깨려면 1시간 가량 걸린단다.

부인이 수술하는 동안 김용구씨는...
병원앞마당에서 담배를 한 대 피워문다. 영문도 모르는 친척, 친구들은 '애기 낳았냐'는 안부전화를 물어오고.

-지쳐보인다.
"조금 지치긴했다."
-아이가 엄마, 아빠에게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아마도 그런 것 같다"
-결국 병원으로 왔는데 수중분만에 대한 후회는 없나.
"할수 있는 최대한을 했다. 후회하지 않는다"
-산모가 고통이 클거다. 아버지로서 후유증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최선을 다 할 것이다."

<28일 PM 11시55분>
수술싶앞. 녹색 가운을 두른 의사, 간호사가 분주히 수술실을 드나든다.

"아기는 어떤가요?" "산모는 괜찮나요?" 질문에 답이 없다.
수술을 이미 끝났을 텐데... 답답하다.
안방분만과 병원분만의 차이점이 명확하게 느껴지는 순간. 산모 당사자를 제외한 가족들은 구경꾼일 수밖에 없는가.

탯줄은 의사가 자른다. 길상사에 묻으려 했던 태반은 다른 산모의 태반들과 함께 소각된다고. 특별히 태반을 길상사에 묻겠다고 부탁해 봤으나 소용없다.

<29일 AM 0시30분>
의사가 나왔다.
"아기는 양수를 많이 먹어서 폐렴기를 보이고 있다. 호흡이 많이 약해졌다. 산모는 아직 수술실에 있다. 아이가 역시 태변을 너무 많이 먹었다. 의사생활하면서 그렇게 많은 태변을 싼 아기도 처음 봤고, 그렇게 많이 태변을 먹은 아이도 처음 봤다. 패혈증을 보이고 있다. 호흡이 멈출 수도 있다. 후유증이 오래갈거다. 6시부터 똥을 싼 것 같다. 아기만 따로 입원시켜야 한다."

아이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다행히 산모는 수술이 비교적 잘됐다고.
한별이 입원할 병원이 필요하다. 다른 병원을 찾고 있다. 한별은 40주1일만에 태어났단다.
산모와 같이 입원할 수는 없냐고 가족들이 묻자,
"지금 같이 있어야 된다 안된다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의사가 돌아선다.
"그러게 집에서 조산사 불러서 무책임하게 아이를 낳으려다가 이런 일을 당한 것 아니냐"는 말도 이어졌다.

경희의료원. 아이가 옮겨질 곳은 그곳이다. 아이가 위험하다니, 도대체 어느정도일까.
간호사에게 물었다.
"경희의료원으로 옮기더라도 패혈증 치료가 안될 수도 있다. 폐로 숨을 쉬지 못하고 배로 숨을 쉬고 있다"

"한별아 미안하다…그러나 최선을 다했다"

<29일 AM 0시45분>
실로 옮겨진 산모. 수술뒤 매우 지쳐보이는 모습.
가족들이 병실로 들어서자 "한별이는?"이라고 묻는다.
"예뻐요?" "한별이 봤어요?" "모유는 먹일 수 있대요?"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 가족들은 없다. 아무도 별이를 보지 못했다. 심지어 그놈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른다. 다만, 아프다는 것 뿐.

<29일 AM 1시20분>
한별은 119에 실려 경희의료원으로 왔다.
다행이 이곳 의사들은 '심각성'을 강조하지는 않았다. 한별은 현재 응급처치를 받고 병실에 누워있다.

김수두씨에게 물었다.
-한별은 어떤가?
"생각보다 심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여기에 도착하자마자 우렁차게 울었다. 다행이다"
-한별은 남자애인가, 여자애인가?
"잘생긴 남자애다"
다행이다. 그러나 결국 기자는 한별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글을 마치며

방수중분만은 예기치 못한 상황발생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기자가 2박3일간 동행취재한 결과는 이렇다
시시각각 상황이 변해가는 걸 보면서 나 또한 주부로써, 예비 산모로써 두려움을 느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산고는 누구나 겪는 법이다. 또 예기치 못한 상황도 누구나 겪을 수 있다. 문제는 위기대처 능력일 것이다.

김용구-조현종 부부가 70여시간에 이르는 고통을 참아낼 수 있었던 이유는 '함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산모는 수중분만을 실패한 것에 낙심했다. 그러나 정작 조현종씨가 서글펐던 이유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남편과 아이의 얼굴조차 못보는 상태에 놓였을 때가 아니었을까.
우린 어쩌면 수중분만에 성공했을 때보다 더 큰 것을 배우고 왔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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