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꿈꾸는 자, 자우림을 만나

다가 올 그들의 색깔은?

등록 2000.05.31 20:30수정 2000.06.0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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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 지루해 난. 하품이나 해. 뭐 화끈한 일, 신나는 일 없을까?"

지난 5월 24일.
무료한 일상으로의 탈출을 꿈꾸던 자우림이 회색도시 서울을 떠나 조치원에 자리한 홍익대학교 제2캠퍼스 축제 게스트로 온다는 사실에 학우들의 설레임은 남달랐다. 심지어는 교수님까지 말이다.


그날 공연 시간은 7시였지만 자우림은 8시가 다 돼서야 그들이 타고 있는 흰색 차의 모습을 나타냈다. 공연 기획자는 게스트가 늦어 안절부절하고 있었는데

"저희는 연락이 없어서 공연이 딜레이 된 줄 알았어요"
자우림을 섭외한 기획자에게 매니저가 처음 내뱉은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무대에서는 자우림을 기다리다 못한 나머지, 자우림 공연 후의 무대로 내정되었던 교내 그룹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결국 자우림은 차를 돌려 그 공연이 끝 날 때까지 30분간을 기다려야 했고, 학우들은 2시간 가량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를 이용하여 두세 번 매니저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인터넷 신문과는 안 된다며 딱 짤라 거절을 받았다. 또한 메이크업도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사진도 찍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두 조건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했다. 인터넷 신문에는 싣지 않고, 사진도 찍지 않으며 다만 홍대 신문 이모저모에만 싣겠다고. 그러나 매니저는 계속 거절했다. 계속되는 실랑이 끝에 3가지만 묻고 인터뷰를 끝내겠다는 다짐으로 해서 이루어진 그들과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는 바에 의하면 자우림과 홍대는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데?(그러나 전혀 자우림은 이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서 추가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자우림이 홍대 앞 "블루 데빌"이라는 곳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우연히 "꽃을 든 남자"의 제작진 눈에 띄어 영화음악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가수활동을 하기 시작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자우림이 갖고 있는 홍대의 이미지는 어떤가요?

김윤아 - "지역에 대한 편견이랄까? 홍대 공연을 하고 나면 관객들의 반응이 세련된 것은 사실이에요. 그런데 여기는 같은 홍대지만 근접했을 때는 축제를 하는지도 모를 만큼 조용하더라구요, 다행히 차가 정문 안으로 들어오고 나니까 주막촌과 무대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는 학생들을 보고서야 축제 기분이 들었어요."


이선규 - "홍대가 미대로 유명하지 않나요? 그래서인지 홍대인들의 미적 감각이 뛰어난 것 같아요.(어디서 그런 느낌을 받으셨어요? 라는 보충질문에 멋적은 듯 웃으며) 실은 소문으로 들었어요."

구태훈 - "뭔가 재미있는 일이 생기겠구나 하는 기분이 들어요. 홍대는."

축제는 대학인들 모두가 함께 하는 대동의 자리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그간 보셔서 알겠지만 자우림과 같은 초청 게스트들의 행사만이 그 대동의 장이 되어버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윤아 - "우리는 초청가수니까 우리를 불러주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고는 생각합니다.(웃음) 저도 대학 다닐 때 축제에 참가를 잘 안 했던 것 같아요.

음...그 문제는 축제를 받아들이는 주체 측도, 그리고 준비하는 행사 측 모두의 잘못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좀 더 많은 학우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이 분위기라는 것은 어쩔 수가 없죠? 그죠? 축제하면 대학생들에게는 또 하나의 봄 방학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고... 축제를 즐기는 학생들도 여기가 아니면 언제 이런 문화를 누리보겠어요? 그런 생각을 갖고 적극적인 참여를 하는 것이 대동적인 축제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대부분의 곡들을 자우림이 직접 만드시던데, 특별히 남의 곡을 받지 않는 이유라도 있나요?

김윤아 - "우린 밴드잖아요. 밴드가 남의 곡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우습죠."

그렇군요. 그처럼 대학 내에 있는 음악 동아리에서도 점차 자작 곡의 노래를 만들어 발표하고 있는데...

김윤아 - "예전에는 안 그랬어요. 캬바곡이라고 하죠? 남의 곡을 그대로 따라 부르는 것. 요즘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창의적인 노래를 발표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라잉 넛", "3호선 버터 플라이" 그리고 "자우림" 같은 밴드를 제외하고는 인디밴드를 볼 수가 없는데 이런 인디 음악의 침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윤아 - "침체기이긴 합니다만, 솔직히 락 음악은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아요. 한국 사람들은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잖아요. 그래서 주류 음악이 되긴 힘들죠. 그렇다고 락 음악이 주류가 되길 바라지도 않아요(왜죠?) 돈만 되면 개나 소나 다 덤벼들어서 "나는 당신의 여자예요"라는 노래들을 불러대니까요."

이선규씨는 기타 다른 인터뷰에서 별난 대답하기로 유명하신 데 살아가는 데 특별한 좌우명이라도 있나요?

이선규 - "내 맘대로 살자."

지난 총선 때 자우림의 노래 "hey hey hey"가 개사 되어 불러졌는데 참여하게 된 의의는?

김윤아 - "사회운동 많이 하시는 손혁재 교수님의 부탁으로 참여하게 됐다. 그리고 내가 좀 혁명분자 쪽에 가까운 편이다."(웃음)

자우림의 노래의 경우도 그랬지만 방송 심의에 걸려 사장되어 버리는 곡들이 있는데 그런 심의 절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윤아 - "그 점은 DJ. DOC의 입장에 공감합니다. 사장이라는 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그 말을 틀려요. 공중파를 타는 음악만이 전부라고는
할 수 없죠. 아직도 제 이름이 자우림인 줄 아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우리의 음반을 사고, 공연을 보러 와주는 사람들은 비록 방송에서는 들을 수 없지만 그 노래들을 사랑해 주니까요. 그 문제는 누구를
위해 음악을 하는가에 달린 것이 아닐까요? 심의에 연연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혹시 가수 한영애 씨의 별명이 마녀인 것은 아시나요? (그래요?) 듣기로는 김윤아 씨의 별명도 마녀라고 하던데 특별한 이유라도?

김윤아 - "특별한 이유는 없구요. 한 때 제 대화명이 "악당마녀"이긴 했어요."

인터뷰 내내 매니저의 눈빛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지만 자우림의 표현대로 "일단 들어와서 이야기하면 그게 인터뷰이지 않겠는가?"에 힘입어 끝까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혁명 분자가 만든 노래이기에 그 특별한 의미를 감춘 채 저마다의 색깔을 보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자우림의 3집이 곧 있을 예정이라니 이번 자우림의 색깔은 어떤 것일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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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톡톡 6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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