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0.05.31 20:38수정 2000.06.01 10:35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가 대신증권 주식을 산 것이 작년 7월 주식을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여겨지던 때였다.
100만원이 며칠 사이에 200만원이 되고 200만원이 다시 1,000만원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던 그 때, 코스닥은 겁이 나서 하지 못하고 거래소 종목 중에서 실적 호전이 예상된다던 대신증권 주식을 300주 샀다. 주당 18,000원에 샀으니 500만원 남짓한 돈이 들었다.
주식을 산 후 하루에도 몇번씩 시세판에 눈이 가고 뉴스에서 주식 관련 이야기만 하면 만사 제쳐두고 집중하곤 했었다. 하지만 당장 팔아 이익을 챙길 생각은 아니었기에 그것도 며칠이 지나자 시들해져서 다음날 아침에 신문을 보고서야 주가를 확인할 정도가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가가 올라 주당 26,000원까지 올랐다. 이제 그만 팔고 은행에 넣어두자는 아내의 권고에도 나는 30,000원이 되면 팔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당시 모든 방송, 신문들이 또 각종 분석 보고서들이 사상 최대의 이익이 예상되는 증권주를 사라고 할 때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때가 상투였다.
그 다음부터 주가가 떨어지더니 어느새 내가 산 가격으로 떨어져 있었다. 내 손에 한푼도 들어온 기억은 없지만 어느새 난 주당 26,000원이 내 원금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다시 오르리라 믿고 그냥 쥐고 있었다. 또다시 언론에서는 엄청난 배당수익이 예상되니 증권주를 사라고 연일 떠들어댔다.
종합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올랐다는 오늘, 대신증권의 주가는 8,000원이 겨우 넘는다. 단순히 계산해도 300만원이 공중에서 사라져 버렸고 그동안 받은 배당을 포함해도 원금의 반이 되지 않는다.
내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늘 하루 내가 얻어낸 점수가 몇 점이고 내일 잃은 점수가 몇 점이고, 그러다 보니 돈이 돈처럼 여겨지지 않는 것이었다.
월급을 받아도 그 돈이 귀하게 여겨지지 않고, 내가 얻은 점수에 몇 점을 더한 것에 불과한 것처럼 그렇게 생각되었다. 하루에도 몇십만원이 늘었다 줄었다 하니 물 한방울 아끼고 전기 한등 아끼는 일은 사소하게 여겨지는 것이었다.
주가가 오른 날은 아이들에게 선물도 사주고 집에 갈 때 과일도 사가지만 내린 날은 표정에서부터 짜증이 묻어나와 아내로부터 짜증섞인 이야기를 듣게 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오마이뉴스를 알게 되었고, 매일 신문의 경제면이나 인터넷의 주식 관련 사이트만 들락거리던 내가 주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그 이야기를 기사로 쓰기 위해 공부도 하게 되었다.
내가 쓴 기사 중 하나가 톱에 오르거나 서브를 장식하게 될 때, 혹은 내 기사를 읽은 이로부터 메일을 받게 될 때는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직장 동료들이 내 기사를 읽고 그에 대한 평을 이야기할 때는 긴장이 되면서도 슬며시 흘러나오는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어제 그간에 쓴 기사에 대한 원고료를 받았다. 세금을 제하고 받은 11만 5천원. 주식을 산 이후 내가 받은 돈 중에서 가장 기쁘게 그리고 고맙게 받은 돈이었다. 월급을 받을 때도 보너스를 받을 때도 이번처럼 기쁘지는 않았다.
그간 주식으로 인해 손해 본 250만원은 전혀 생각나지도 않고, 원고료로 받은 11만 5천원만 눈에 아른거려 다물어진 입을 닫을 수가 없었다.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옷을 한 벌 살까 아니면 컴퓨터 업그레이드를 할까.
아니, 아니
그럴 순 없지. 이 돈이 어떤 돈인데. 그럼 무엇을 할까.
난 오늘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주식으로 원금을 두 배로 불렸다손 치더라도 이처럼 고맙지는 않을 것이다. 250만원보다 11만 5천원이 더 귀하게 여겨지는 그런 특별한 경험을 오늘 난 맛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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