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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추락
고여있는 빛은 춤추지 아니한다
뜨락에 앉아있지 말지니
하늘은 꿈을 꾸기 위해 푸르러 있다
취조등에 탈색되어
넝마로 버려진들, 너는 가장 빛나는
나신(裸身)
옷을 벗는다
피멍 든 몸뚱아리는 아름다워라
빛살들이 아침을 차고 오르는 날
꿈꾸는 하늘에 나포(拿捕)되어
사막같은 우리의 목구멍
매끄럽게 적셔줄 물방울이 될 수 있다면
이참에
너와 나는 추락하여
핏덩이로 뒹굴
새가 되어도 좋아라
1994년 봄 작(作)
시작 메모
사실 말이지만 스무살 한때, 사람에 따라서는 오랫동안 '추락하는 새'를 꿈꾸지 않은 이가 어디 있겠는가.
힘겨운 '날아오름'보다는 '근사한 몰락'의 날갯짓이 여러모로 매력적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스무살은 그런 나이다. 달콤한 굴욕의 열매보다 다소간 고통스럽더라도 거부의 눈 부릅뜸에 다들 익숙한.
전에 한번 거론한 적이 있다. 한때 내가 사랑한 하얀 얼굴의 주사파 소녀를.
나, 그때나 지금이나 사랑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핏덩이로 뒹굴 새'가 될 수 있다고 믿고싶다. 그러나 과연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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