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드의 승리

장원씨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

등록 2000.06.01 03:49수정 2000.06.0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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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무의식 깊은 곳에 성적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 그것을 다른 활동으로 분출시키지 않으면 성적 노예가 된다."고 프로이드는 말합니다.

프로이드의 말을 따르듯, 성직자들은 성적 욕구를 다른 식으로 해소합니다. 많은 승려들이 여행을 즐기고 미식가(물론 야채로 이루어진 음식에 대한)이며, 신부님들 중에 스포츠를 즐기시는 분이 많듯이 말입니다.

저는 장원 씨 사건을 시민운동 그 자체의 도덕성 타락이라고까지 뭉텅이로 덧씌우지 않습니다. 장원 씨 개인이 성추행을 한 것이지 총선연대, 혹은 녹색연합이란 단체가 그 여자에게 성추행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는 녹색연합을 이끈 사람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개인적 성욕구가 그 단체 조직의 욕구와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클린턴이 르윈스키와 백악관에서 놀아났지만, 민주당이 욕먹는 것은 아니듯이 말입니다.

(사실 클린턴의 백악관 섹스 스캔들은 섹스 그 자체보다는 클린턴이 텔레비전에서 "I have no sexual relationship with her."이라고 아주 유명한 위증을 했다는데 있습니다)

물론 때로는 한 단체 혹은 조직이 성추행을 하거나 아니면 여성차별을 할 수는 있습니다. 이런 예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막 상근간사로 일을 하게 된 한 여성운동가가 노조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 사무실은 금연지역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남자 노조상근자들도 담배를 피우는 곳이었죠. 그런데 어느 나이드신 노조간부님이 어떻게 감히 여자가 담배를 피울 수 있냐고 버럭 화를 냈습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남자 노조간부들의 암묵적 동의하에 결국 그 여자 상근간사는 사무실에서 담배를 못피우게 되었죠.


이러한 경우는 일종의 조직적 성차별로서 그 노조단체가 그 여자 상근자에게 조직적으로 성차별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여자가"라는 발언은 더 나아가 sexual harassment의 범주로까지 확대시킬 수 있습니다.

그 개인 노조간부만 그렇게 차별을 한 것이 아니라 암묵적인 동의하에 모든 노조간부가 그 여자 상근자의 흡연행위를 여자라는 이유로 통제했기 때문에 이는 결국 그 조직 자체가 성차별을 했다고 볼 수 있고 그 노조조직 자체가 성차별을 한 것으로 그 조직이 비난 혹은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저는 개인의 한 도덕적 견해나 행위가 그 사람이 속한 조직의 도덕적 견해와 행위와 일치하지 않을 경우 명백히 그 개인의 행동에 대해 그 개인이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장원 씨가 술버릇이 안좋아서 그런 짓을 했다면 명백히 그 사람은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술버릇으로 인해 조직의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 사람은 조직에서 중요한 자리를 맡으면 안될 것입니다.

만약 술이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일을 했다면 저는 어쩔 수 없이 프로이드가 결국 승리했다고 손을 들어주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총선연대, 혹은 녹색연합이란 시민운동조직 자체가 프로이드가 말한 Libido로 인해 사고쳤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게 저 견해입니다.

어디까지나 우리사회에 만연한 남성중심적 문화에, 혹은 프로이드가 말한 리비도로 인해 장원이라는 사람이 잘못을 한 것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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