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보이스 넷-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이버 진지

'천덕꾸러기' 비정규직의 아픔을 하나부터 백까지 함께하는 곳

등록 2000.06.01 03:38수정 2000.06.0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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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노동자의 53%에 이르렀다는 통계가 나왔다. 내 주위에도, 여러분들 주위에도 이미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고 넘칠 것이다.

정규직이 아니어서 받는 설움, 정규직이 아니라서 당하는 차별... 이 사이트 한구석에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단결하여 폭발하는 날, 너희(자본가)는 더 크게 당하리라'고 부르짖고 있는 사람도 있다.

임시직, 계약직, 일용직이라는 말부터 단시간, 용역, 사내하청, 촉탁 등이 모두 비정규직을 일컫는 또 다른 말이다.

생활에 쪼들려 부업삼아 하는 가정주부부터 구조조정이란 이름 아래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하루 아침에 추락, 정규직때의 반에도 못미치는 임금을 받으며 6개월, 12개월마다 고용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노동자들까지. 생산현장에서 기술자로 일하다가 나이 많다고 쫓겨나 일용건설노동자로 나서는 사람들까지 그들의 애환은 다양하다.

여기 이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친구가 되겠다고 사이버상에 구축한 진지가 있다.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www.workingvoice.net
5월 1일 노동절에 첫문을 연 이 사이트는 지금 빠르게 구색을 갖춰가고 있다.

한마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아픔을 호소하고, 궁금증을 해소하며 놀이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단순히 비정규직에 관련된 것만 아니라 노동계동향, 국제동향, 경제동향까지 알 수 있는 '비정규직의 포털'이라 할 만하다.

먼저 이 사이트를 접속하면 가볍게 오른쪽 하단에 있는 'CINE VOICE'를 클릭해 보라! 감동적인 영화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로치감독,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감독에 대해서 들을 수 있다.


이렇게 준비운동을 한 후, 이제 사이트를 죽 둘러보라. 상단에 보면 작은 글씨로 웹진, 119센터, 커뮤니티, BBS(게시판), New & Info, My Desk 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밑에 뉴스속보, 정책자료 등이 나와 있지만 위 내용에 다 포괄되어 있으니 밑의 아이콘 내용 소개는 생략한다.

웹진 : 노동관련 헤드라인(최신소식이 매일매일 업데이트 된다), 특집, 칼럼, 주장과 대안, 일터에서 등이 주요 내용이다.
6월 1일치 헤드라인을 보면 '성모병원 노사 비정규직원 정규직화 합의', '민주노총 총파업 7만여명 참가'등이 실려 있다.


'10년 일해 남은 건 한달치 월급'이라는 특집기사, '비정규직 확산과 노동운동(윤진호 교수)'이라는 칼럼, 구수하게 이야기하는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이 '법과 노동'이라는 란에 쓴 장애인에 관한 이야기 등이 실려 있다. 기존신문에서는 보기 힘든 내용이다.

이런 무거운 내용말고도 '부부의 날을 제안하며'라는 제목의 글이 '일과 가족'란에 있다.

이 웹진은 맛뵈기일 뿐이다. 다음의 '119센터'와 'New & Info'를 꼭 봐야 한다. 그래야 포털이라고 운운한 것을 이해할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 뭔가 잘 이해되지 않는 처사를 당했을 때 혹은 주위에 있는 사람중에 그런 사람이 있을 때 이 곳을 가보면 된다.

119 신고 :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 직접 신고할 수 있는 '119신고', 그냥 신고만 받는 것이 아니라 처리 중인지 어떤지를 의견 올린 바로 옆에 표시해 준다. 이것이 답답하다면 'E-Mail 상담'을 하면 된다. 24시간 내에 결과를 알려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공인노무사와 전화상담도 할 수 있다. 실직당해 막막한 사람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는 '희망찾기'도 있다.

이걸로 '119센터'가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파견근로자 / 임시직, 계약직 및 단기계약 근로자 / 단시간 근로자 / 도금, 하청, 소사장제, 아파트 종사자 / 4인이하 영세사업장 근로자 / 기타 특수한 근로형태 / 비정규직의 산재, 고용보험 / 체불임금 받는 방법 / 성희롱 등의 각 소제목마다 세세한 항목으로 나누어 질문, 답 형식으로 나와 있다. 수많은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있으므로 그에 대해 법률적 근거와 방법까지 제시하며 권리찾기를 독려한다.

New & Info :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만 빠져도 안된다. 바로 'New & Info'. 노동뉴스, 국제뉴스에는 고용, 경제동향, 해외의 최신뉴스 등을 보도한 일간지 기사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읽을 수 있게 한다.

단위노조에서부터 민주노총까지의 행사내용, 시간, 장소를 안내하는 노동일정, 정부, 사용자단체부터 노동관련 단체가 연 토론회, 그 곳에서 발간한 자료집을 모두 다운받을 수 있는 정책자료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노동자료'의 창고다.

강도율, 통화불의원칙 같은 노동용어의 뜻을 알려주는 노동용어사전, 사진자료 등이 있다.
무엇보다 일하는 사람과 관련된 법령이 망라되어 있다는 점이다. 법률, 시행령, 새행규칙까지. 50년대부터 99년까지의 노동관련 판례가 나와 있다. 이 두 가지는 아직 최신자료로 업데이트 되지는 못했지만 이 사이트가 처음 뜰 때는 나오지도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BBS : 어떤 사이트에나 있는 게시판은 없는가? 있다. 학습지 교사, 웹디자이너, 인턴, 대학강사, 조교 등의 클럽게시판, 자유게시판, 대자보, 공개설문조사란 등이 마련돼 있다. 자유게시판에는 텔레마케터의 '고용관계'를 질문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게시판이 활성화돼 있지는 않다.

My Desk : 상단 맨 오른쪽에 있는 'My Desk'에는 오늘의 운세, 바이오리듬 등이 나와 있다. 가볍게 운세를 보는 재미도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놀이터가 되려면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커뮤니티'는 아직 문을 안열었지만 일하는 사람들이 직업, 취지, 관심분야에 따라 다양한 모임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자, 여기에서 자랑할만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웹진' 밑부분에 있는 'VOICE ENGLISH'라는 곳을 클릭해 보라. 지금은 마틴 루터킹 목사의 연설문 하나를 영한대역으로 실어 놓았다. 자, 그 다음. 유명한 'I HAVE A DREAM'을 킹 목사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I am happy......'하고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어보길......

'우리는 비정규직이다'라는 제목의 이근중(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소장, kjlee@kcwn.org)의 절규로 끝낸다.

우리는 비정규 노동자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우리는 4대보험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다.
우리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노동3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자유로이 해고되며 낮은 임금으로 힘들고 위험한 일을 오랜 시간 동안 한다. 우리는 인격적으로 멸시받는다. 우리는 정규 노동자와 다른 표식를 달고 있으며 차별 대우를 받는다. 심지어 우리 중의 일부는 인신매매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천덕꾸러기이다.
우리는 정규 노동자의 일을 조금씩 대체해 가며, 그들이 파업할 때 더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일감이 적을 때는 단칼에 잘려 정규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안전판의 구실을 한다.

우리는 때로 민주노조를 괴롭게 한다.
우리도 노조에 가입하겠다고 하면 노동조합은 대단히 고민한다. 우리의 요구 조건을 함께 걸고 싸우자고 요청해도 고민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자유로이 가입할 수 있는 산별노조를 건설하는 일도 일부 노동조합에게는 고민스러운 일인 것 같다. 우리는 별종의 하층 노동자, 천덕꾸러기 노동자이다.

우리가 원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원래 별종 노동자가 아니다. 단지 나라 정책 만들고 회사 운영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다. 우리도 법률의 혜택을 받고,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고, 임금 복지 수준이 높은 대기업의 노동자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정보도 없었고 뽑는 곳도 드물었고 벽도 너무 높았다. 우리 중의 일부는 정규직 노동자였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계약직 노동자가 되고 용역 노동자가 되었다. 우리는 정부와 회사 경영자들이 '노동시장의 유연화', '구조조정', '신자유주의'의 이름으로 만들어낸 노동자들이다.

우리는 천덕꾸러기가 아니다.
우리는 법률과 노동조합의 보호로부터 밀려난 노동자들이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천덕꾸러기가 될 수밖에 없다. 고용주에게 잘못 보이면 우리의 목숨은 하루아침에 끝이 난다. 그러면 우리는 또 얼마나 일자리를 찾아 헤매야 하는지! 어떤 비참함을 또 맛보아야 하는지!

우리는 다르지 않다.
우리는 당신과 다른 노동자가 아니다. 당신과 나의 이름이 다른 것은 타고난 신분이 달라서가 아니라 정부와 회사 경영자들이 우리를 가르기 위해 서로 다른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이 마치 어떤 신분을 상징하는 양 만들어갔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노동자다.

우리는 지금 받고 있는 부당한 대우를 묵묵히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우리의 이익을 대변할 조직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우리는 차별대우와 부당한 대우가 철폐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래서 우리는 생존을 걸고 항의를 할 것이며 스스로 조직할 것이다. 몇몇 친구들은 이미 그러한 길에 나섰다. 제조업 하청 노동자들, 건설 일용노동자들, 학습지 교사들, 간호 조무사들, 자동차운전학원 교사들, 골프장 캐디들, 방송사 노동자들, 판매영업직 노동자들 등등. 그리고 더욱 많은 노동자들이 앞선 친구들의 뒤를 따를 것이다.

우리는 행동할 것이다.
우리에겐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노동조합에 속한 동료 노동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는 계약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내걸고 함께 투쟁한 한국항공 조합원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우리는 단체협약을 바꿔 비정규직이 노조에 가입하도록 한 많은 노동조합들을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는 비정규직의 경제 이익을 위해 자신들의 이익을 양보한 노동자들에게 감사한다.

우리가 일방적인 도움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정규직 노동자들과 어깨 걸고 함께 싸울 것이며 그 싸움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일어서지 않으면 계속적인 정규직 축소, 임금 복지 축소, 노무관리 강화, 노조 약화, 고용 불안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함께 싸우지 않으면 막아낼 수가 없다. 노동자의 정치 세력화는 이미 700만에 가깝게 늘어난 비정규 노동자를 제쳐 두고 말할 수가 없다. 사회 개혁, 사회 변화 또한 이 사회의 말단 노동자인 우리가 일어서지 않고는 이룰 수가 없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미조직과 조직 노동자, 사회 양심 세력이 서로의 어깨를 걸고 투쟁하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외침이 우러나와 온 세상을 뒤덮는 것이다.


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우리는 노동자다.
노동자는 하나다.


지금 바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워킹보이스'(www.workingvoice.net)에 가보자!

이미 정부는 공공부문의 대대적인 인력감축을 예고하고 있다. 밀려나는 인력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판에 새로운 실업군, '비정규직의 예비군'들이 쏟아져 나올 판이다.
아니! 지금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바로 당신이 비정규직의 '값싼 보충대'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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