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철학에의 초대] 서평

우리의 삶이 예술의 본질이고, 우리의 생각이 예술의 현재형이다

등록 2000.06.01 11:37수정 2000.06.0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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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가도 모를 것이 예술이다. 철학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누군가가 예술과 철학을 의식적으로 결합시켜 예술철학이라는 주제로 독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했다면, 그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저자인 강대석 씨는 기존의 도식을 무시해버리고, 자유로운 내적 성찰과 평이한 글쓰기를 시도한다.

현학성과는 거리가 먼 자신의 생기가 넘치는 현실인식을 그는 "누구를 위한 예술인가?"에서 찾고 있다. 그래서 [예술철학에의 초대]는 아름답게 그려진 철학자의 정신적 드라마가 아니다. 오히려 예술의 요람을 흔들고 있는 일반의 상식을 예리하게 해부하는 한편 긴장에 찬 주제를 갖고 만능에 찬 편견을 폭로한다. 26개의 소주제가 그것이다.


각각의 소주제는 그 자체로써 완결되지 않고, 다음 단계에서 변증법적으로 전화되어 내용을 더욱 구체화한다. 가령, '형식과 내용'은 '친일파 문학의 충격'으로, '유물론과 예술'은 '마르크스주의와 예술 이론'으로 전화한다. 각 소주제의 어느 부분을 읽더라도, 그것은 앞의 소주제의 결과이고, 뒤의 소주제의 원인인 것이다.

강대석 씨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예술의 진정한 목적을 도외시한 채 자신의 지각에만 의지하고 하찮은 디테일에만 몰두함으로써 사회적 현실을 무시하는 사이비 예술의 폐해와 예술작품에 포함된 사회적 현실성과 철학의 조화이다.

이 책에서 몇 가지 사례를 들자면, 그는 "예술은 원래 순수하다"는 주장에 대해 맹목적이며, 비과학적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자본주의의 역사성과 반민족주의 예술가들을 예로 들면서 순수란 스스로의 정체를 숨기기 위한 은폐이고 위장일 뿐이라고 내리는 결론은 너무나도 명백하여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또한 <예술과 휴머니즘>에서 그는 천박한 현실주의와 공허한 초월주의를 비판한다. 미는 사물의 본성에서 찾아야 하며, 예술의 진리는 이념에 의해서 좌우된다고 주장하는 그의 논리는 혼란과 고상함으로 경직되어 있는 환상의 왕국을 차근차근 해체시켜 나가기에 충분하다.

예술이 우리의 삶과는 별개의 영역이 된지는 오래다. 한 예로 고급 살롱을 연상케 하는 그림 전시회, 2∼3일 치 일당을 몽땅 털어야 볼 수 있는 연극과 오페라 등 실생활과는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심화되고 확대되어 가는 예술의 개념은 오히려 독자와 관중을 소외시키는데 한 몫을 한다. 그런 사이 우리는 예술이 절대정신인양 오해하고, 예술가들은 자신의 재능을 하늘이 내린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모차르트는 평생 귀족들을 조롱하며 살았다. 클래식은 대중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현대문학의 창시자인 브레히트는 부르주아를 경멸했다.

문학은 대중의 정신을 살찌우기 위해 창조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었다. 비틀즈는 독재와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곤 했다. 자신들의 음악에 열광하는 귀부인들에게 "박수대신 보석을 치라고" 야유하기를 서슴치 않았다.


[예술철학에의 초대], 이 한 권의 책이 예술철학의 숨구멍을 뚫어주고, 독자의 얼굴 앞까지 다가가서 시원시원한 호흡을 도와주는 것은 놀랍기만 하다. 또 아주 간단하게 약술하기는 했지만, 무척 쉽게 추상적이고 냉정하기만 했던 예술의 뿌리를 만져볼 수 있다.

당신이 진지함을 잃지 않고 이 책을 읽는다면, 강대석 씨의 가장 중요한 의도인 명확한 관점을 완벽하게 획득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독자가 보다 높은 수준의 미적 감각과 리얼리즘을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도록 쓰여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당신의 잠자고 있는 감성을 일깨워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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