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안 삭이던 분노가 이제 폭발했다

폭격파편에 부모 잃은 아이들에게 매화향기 나는 매향리를 되찾아 줄 것이다

등록 2000.06.07 10:37수정 2000.06.0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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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일 현장 스케치

오후 1시부터 매향리 대책위 사무실 앞으로 모이는 사람들.
이 곳에 사는 주민들 외에도 서울을 비롯하여 군산 등 여러 지역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속속들이 도착한다. 한총련 소속 학생들도 조금씩 도착한다.

이미 언론에 이곳 매향리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릴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경찰은 이 곳에 2천여 명의 병력을 배치한다고 전날 밝혔다. 문제의 쿤니 사격장이 가까워 오자 경찰들이 바리케이트를 쳐놓고 검문을 하였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 문제가 없이 대책위 사무실 앞으로 모여들었다.

오후 2시 경.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전국연합 소속 지역단체, 군산 미군기지 되찾기 모임, 한총련 등 많은 단체 소속 회원들과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약 1km 정도 되는 문제의 쿤니 사격장 앞으로 행진하였다.

이 곳 매향리 주민들이 대규모 만장을 들고 앞장선 가운데 도착한 쿤니 사격장. 이 곳에는 이미 경찰병력이 열을 지어 서 있었고 고 사격장 안에도 사람들이 모이기 전부터 대규모 경찰병력이 철조망 경계선을 따라 배치되어 있었다.

이 곳에서 참석한 사람들과 경찰들과의 심한 몸싸움이 전개되기도 하였다. 서로 치고 받고 격렬한 싸움이 전개되는 가운데 한 사람이 연행되었다가 금방 풀려 나왔다. 얼굴이 방패에 찍혀 다친 사람도 있다. 조금 진정이 된 후 집회가 진행된다.

SOFA 국민행동 집행위원장 최종수 목사 사회로 진행된 집회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시작으로 진행됐다. 전만규 대책위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임시 위원장을 맡은 최용운 씨는 "우리는 개만도 못한 삶을 살아왔다. 미국과 김대중 정부는 우리를 이간질시키고 기만적인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 온갖 비열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한국 땅을 되찾고 인간답게 살자는 데 전만규 위원장 구속이 웬 말이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SOFA 국민행동 공동 집행위원장 김용한 씨는 "민관 공동조사단을 구성해서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농섬으로 사격장을 이동하는 것은 파편문제와 관련하여 현실성이 없다고 지난 98년에 이미 폐기된 내용"이라는 것을 강조, 주민들을 기만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폐쇄를 강력히 요구했다.

집회 도중에 참석한 사람들에 의해 Welcome To Koon-ni 라는 간판은 스프레이로 얼룩졌으며 한 여학생은 배치된 경찰 방패에도 '미군철수'라는 글자를 새기기도 했다.


계속 이어진 규탄 연설.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홍근수 상임대표는 "미국을 상전으로 모시고 사는 것이 좋다는 국민 아닌 국민이 있다"면서 부모의 목숨을 폭격파편에 잃은 아이들에게 매화향기 나는 매향리 땅을 되찾아 주겠다면서 분노의 결의를 밝혔다.

문정현 신부는 "50년 동안 침묵해 온 것은 비굴해서가 절대 아니다. 삭이던 분노가 이제 폭발했다. 죽음을 각오하고 이 땅을 되찾을 것이다"면서 강력한 규탄 연설을 이어 갔다.

집회 마무리 행사로 쿤니 사격장 철조망 주변에 서서 손에 손잡고 인간띠 잇기 행사가 진행되었다. 분노한 참석자들은 절단기로 철조망을 잘랐으며 철근 기둥도 쓰러뜨렸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가까운 거리에서 투석전이 벌어지는 등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어느 한 사람은 실신해서 후송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갑자기 경찰의 무전기를 뺏어서 땅에다 내던지는 상황도 발생하였다.

철조망을 제거하면서 대치하고 있던 경찰들과 계속해서 심한 몸싸움을 전개하는 동안 하늘에서는 경찰헬기가 순회하면서 선무방송을 하고 있었다. 한참동안 진행된 분노의 철조망 제거 작업.

지켜보던 매향리 주민들. 어느 한 아주머니는 '잘 됐다. 저 철조망은 없어져야 했는데.'하면서 좋아하신다. 모든 행사가 마무리 된 사격장 주변. 여기 저기 플래카드가 찢겨져 있었으며 전경과 사이를 갈라놓던 철조망은 상당부분 없어지면서 경계선이 허물어졌다.

오후 4시 42분 매향리 대책위 사무실 앞 정리집회.
정리연설을 한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의 말은 사뭇 의미가 있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 땅에서 완전한 미군 철수다. 지난 55년간 민족의 자존심을 잃고 살아왔다. 미군에 의해 한국의 경찰이 동원된 현실. 이것은 바로 미국의 속국을 말하는 것이다. 오늘 투쟁을 계기로 미군 철수 투쟁을 강력히 전개한다."

마지막 전만규 위원장 부인의 말
"여러분이 있기에 전만규 위원장은 승리할 것으로 믿는다."
집회가 모두 종료된 뒤 매향리 주민들이 준비한 막걸리로 분노를 달래는 참석자들.

"미군 사격장에 미군 놈들은 모습도 보이지 않고 우리 나라 경찰들이 나와서 이렇게 부딪혀야 하니. 세상에 이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어. 우리의 분노가 엉뚱하게 우리 경찰에게 표현되고 미국은 코빼기도 안 보이니.... 뒷짐지고 웃고 있나 보군. 열 받네."
오늘 집회를 마치고 되돌아가는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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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우러러 한 점 없기를... 윤동주 시인의 문구를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또한 루신의 납함에 나오는 ' 희망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희망은 이 세상에 길과도 같다. 길은 태초에 이 땅위에 존재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땅 위에 길은 생긴 것이다.' 대략 이런 뜻의 문구를 가슴에 새기면서 살려고 노력하는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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