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방영 연장을 위한 무리한 물타기 제작 등에 대해 일각에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허준」은 「국민 드라마」라는 호칭까지 누리며 계속해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드라마 허준이 이처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드라마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TV 드라마는 종종 일반인들이 현실에선 이루기 힘든 어떤 것들에 대한 대리만족을 주곤 한다. 예를 들어, 평범한 여자가 재벌 아들과 결혼해 잘 먹고 잘 살게 됐다는 신데렐라식의 드라마를 통해 일반인들은, 신데렐라가 된 극중 인물에 자신을 동화시킴으로써 별로 기대할 것도 없는 곤궁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대리만족을 얻는 것이다.
드라마 허준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대리만족 심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의원 허준은 의술을 인술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이다. 병든 자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다만 한 명의 환자일 뿐이며, 환자에 대해서는 차별없이 열과 성을 다해 치료를 하고, 대가를 염두에 두지 않는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병든 자를 긍휼히 여길 줄 알기 때문에 위급한 환자를 위해 자기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내 먹이는 등 자기 희생조차 아끼지 않으며, 모든 병에는 반드시 치료법도 있다는 신념하에 현재의 능력에 만족하지 않고 자기 개발에도 더없이 열심인 사람이다.
이런 허준이 환자를 치료할 때 일반인들은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 등이 치료를 받고 있는 듯한 대리만족에 빠진다. 현실에서의 의사라는 존재가 여러 면에서 허준이라는 의원과는 상반되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에서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허준에게서와 같은 환자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과 치료자세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만큼 더 허준이라는 인물은 일반인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것이다.
몸이 아픈데도 돈이 없어서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었던 경험을 가진 사람들, 실력있는 의사에게 진찰 한번 받아보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돈 있고 빽 있는 이들에게 허망하게 밀려나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 병원비니 치료비니 내야 할 돈은 꼬박꼬박 다 내면서도 손님 대접을 받기는커녕 부당한 처사를 당하고도 괜히 주눅이 들거나 무슨 불이익이라도 겪게 될까 두려워 의사에게 변변한 항의 한번 제대로 못한 사람들에게 있어 허준은 괴로운 현실을 사는 이들이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 못지 않게 심한 갈증을 일으키게 만드는 대상이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사람들에게 만족을 주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허준이 인기를 끄는 세상, 사람들이 허준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고, 허준 같은 의사를 목말라하는 지금 세상은 불행한 세상이다. 허준이 지금처럼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온단 말은 곧 현실 세계의 의사들이란 존재가 일반인들에게 그만큼 멀리 떨어져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원론적으로만 따진다면 허준은 결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허준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원으로서 인명의 소중함을 알고, 그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보통 사람에 불과하다.
그러나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상당수 사람들이 의사로서의 소임보다는 다른 것들에 더 많은 정신을 팔고 있는 현실 세계와 맞물릴 때, 허준은 특별한 사람이 된다. 좀 실력이 뛰어난 보통의 의원에서, 「심의(心醫)」, 「신의(神醫)」 등으로 격상되는 것이다.
드라마 허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지금, 허준이라는 의원이 결코 특별한 사람이 아닌, 우리 곁에서 함께 숨을 쉬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보통 사람이 돼주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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