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중계방송을 들으며

등록 2000.01.31 00:00수정 2001.02.1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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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일로 어딜 좀 가려고 차를 몰고 가다가 라디오를 틀었더니,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역사적인 만남을 위해 김대중 대통령이 공항에서 출발하는 상황을 중계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출발에 앞서 성명서를 낭독하는 소리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을 열창하는 어린이 합창단의 목소리 등도 생생히 들려온다.

‘아, 마침내 남과 북의 정상이 이렇게 만나는구나!’하는 감개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이 낯익은 노래가 왜 이리도 가슴이며 눈물샘이며를 자극하는지 모르겠다’는 느낌….

김대중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가 이륙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차에서 내려 볼 일을 본 뒤, 40~50분 남짓후 다시 차에 올라 라디오를 켜니 그새 비행기가 평양에 도착했다는 중계방송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도착 소식을 들으며 나는, 한 시간도 채 안걸리는 이 짧은 거리를 우리는 왜 55년씩이나 걸려, 이렇게 멀리 빙 돌아가야만 했을까 하는 생각으로 잠시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래, 얼마가 걸렸건간에 이제라도 남과 북이 이렇게 만난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데….’ 하는 심정으로 가슴 답답함을 잊고, 다시 열심히 라디오 중계방송에 귀를 기울인다.

중계방송은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도착 사실과 함께, 평양 현지의 분위기도 생생히 전한다. 들어보니, 정말 고맙게도 많은 북녘 동포들이 김대중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나와서는 꽃을 흔들며 ‘열렬히’환영해 주고 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몸소 공항까지 나와 김대중 대통령을 영접했다고 한다.


태극기도 인공기도 아닌, 정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꽃을 환영의 도구로 선택함으로써 정치문제 이전에 같은 동족으로서 김대중 대통령을 맞이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그 세심한 마음 씀씀이라든가, 국빈 방문시 외교부 장관 정도가 공항에서의 영접을 맡는 것이 통례임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영접을 나온 정성, 김대중 대통령을 먼저 차에 타도록 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자신은 나중에 차에 오르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 등 들리는 소식 하나하나가 모두 그저 고맙고 기쁘기만 하다.

사실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도착 소식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회담 결과에 대해 ‘뭐 별 게 있으랴’하고 얼마간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 정도라면 두 정상간의 회담 결과에 대해 한번 기대를 걸어봐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부디 이번 정상회담이 좋은 결과를 맺었으면 좋겠다. 좋은 결과를 맺어, 당장 통일까지는 힘들다 하더라도 최소한 앞으로는 동족끼리 서로 적대시하며 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번 회담을 시작으로 남과 북이 한 민족으로 거듭나고, 늦어도 우리 아이들 세대에서만큼은 남과 북이 삼팔선에 구애받지 않고 새들처럼 자유롭게 양쪽을 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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