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의약분업 반대는 진정 국민건강을 위한 것인가?

등록 2000.01.31 00:00수정 2001.02.19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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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전 나는 의약분업 시행과 관련한 의료계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네티즌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게재한 바 있다.(기사 하단의 이어진 이전기사 참조)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의 대결 구도로 치달으면서, 정작 의약분업 시행의 중요한 한 당사자인 일반 국민들은 소외되는 양상을 띠는 것을 보고 이들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서 취재를 시작했고, 그 결과를 기사화한 것이었다.

형편상 길거리로 나서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직접 들을 수가 없어 나는 인터넷 상에 올라있는 네티즌들의 의견을 찾아보기로 했고, 최근 10일 남짓한 기간동안 1백여 개 이상의 의약분업 관련 글이 올라와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한 사이트를 둘러본 뒤 기사를 작성했다.

기사가 올라가자 많은 의료계 관계자가 의견을 달았다. 의약분업 시행은 잘못된 정책이라는 게 주된 내용이었고, 개중에는 논리보다는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자신의 얄팍한 밑천을 드러내 보인 사람도 있었다.

최근 의료계의 전에 없는 강력한 대응을 보면서, 의약분업 사안에 대해 의료계가 이번엔 정말 단단히 각오를 하고 있음을 느꼈고, 그래서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긴 했지만, 기대 이상의 격렬한 반응이었다.

의료계의 반응을 몸소 체험한 나는 호기심이 일었다. 의약분업 시행은 과연 의료계의 주장대로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몹쓸 정책인가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의료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하고 궁리하던 중 오늘 나는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 의사이면서, 동시에 일반 국민들도 이들의 의견이라면 신뢰할 수 있겠다 하고 느낄만한 사람들의 의견을 참고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다행히도 나는 언젠가 언론 등을 통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라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의사들의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의견을 구하면서 나는, 이들마저 의약분업에 반대한다면 이는 전적으로 의료계의 최근 움직임이 그럴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속죄(?)하는 뜻에서 의료계의 의약분업 반대 투쟁에 어떤 식으로든 작은 힘이나마 보태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나의 고민을 알았는 지 어쨌는 지, 고맙게도 이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 어제 일자로 의약분업 시행에 찬성한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한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의약품분류, PTP/foil 낱개포장 판매허용, 약효 동등성 검사 등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현재 의약분업안이 의약품 오남용이 완전한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현실보다는 질적으로 다른 의약품 오남용 방지대책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치 않는다’는 것이었다.

앞서 썼던 기사를 통해 나는, 의료계 사람들로부터 "의약분업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식의 질책을 여러 차례 들었다. 그리고 사실 의약분업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뭐라고 항변하지도 못했다. 항변하지 못했을 뿐더러 의약분업 시행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마저 흔들려 버렸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이 좀 틀려졌다. 의약분업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리고 그동안 매향리 주민들을 위한 무료 검진활동을 전개하는가 하면, 좀 멀게는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을 위해 힘써 일해오는 등 어려운 사람들의 편에 서서 살아온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의견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의약분업이 뭔지도 모르면서’라고 무지의 소치라고 일소에 부쳐버릴 수도 없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마저 의약분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나선 지금, 의료계에서는 과연 어떤 논리로 맞대응을 하고 나올 것인지 궁금하다.

의약분업이 의료계의 주장처럼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라면, 인도주의실천의사회의 의약분업 찬성은 국민건강을 말아먹기 위한 짓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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