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위에서 주워온 한 마리 달팽이

등록 2000.06.26 15:33수정 2000.06.2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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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다니는 녀석이 토요일 오후에 학교를 파하고 집에 들어오면서 달팽이 한 마리를 들고 들어왔다.


아스팔트 위에 있는 것을 주워왔단다. 누군가의 발에 의해 아니면 자동차의 바퀴에 깔려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죽어갈 녀석을 살려온 셈이다.

플라스틱 용기 안에 당근 조각과 상치 조각을 넣은 다음 그 위에 달팽이를 놓았더니 입으로 상치를 조그만 칼로 도려내듯 오려내며 먹는다. 놀라운 일이다. 달팽이도 입이 있고 그 입에 또 날카로운 이빨 같은 것이 보였다. 이슬 정도 먹고 사는 줄 알았는데 달팽이가 그렇게 식성이 좋은 동물인 줄 전혀 몰랐다.

포식을 하고 나더니 녀석은 몸을 껍질 안으로 집어 넣고 잠을 청했다. 한잠 푹 자고 일어나서는 또 먹고 싸고 저녁 무렵에 달팽이를 집 뒤 숲에 놓아 주었다.

달팽이도 제 먹을 것만큼만 먹고 사는 삶에 감사하며(?) 살건만, 달팽이보다 훨씬 이성적인 사고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왜 욕심의 노예가 되어 상대적 빈곤감에 허덕이고 제 잘남에 도취되어 있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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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현대자동차 연구소 엔지니어로, 캐나다에서 GM 그랜드 마스터 테크니션으로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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