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통일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미군없는 한국을 준비하자⑨ - 인터뷰 / 김창수 민화협 정책실장

등록 2000.06.28 16:21수정 2000.07.1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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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이후 남북간의 화해·협력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고, 평화와 통일에 대한 국민적인 열망도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러한 때에 민간통일운동진영에서는 어떤 생각과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김창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정책실장을 여의도 민화협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통일에 대한 전국민적인 관심과 열망이 높아지고 있는데, 민간통일운동단체에서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이번 기회를 살려 가급적 판을 크게 짜서 광범위하고 다양한 통일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있다"라며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김창수 실장은 지난 10여년간 평화·통일운동을 해오면서 학자 못지 않은 전문성과 식견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런 탓에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바쁜 시간을 쪼갠 인터뷰. 기자는 미안한 마음에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 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평화와 통일문제에 대한 정부의 주도권이 더욱 강화된 반면에 시민사회와 NGO의 역할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떻습니까?

그러나 김 실장은 여유가 있었다. 그는 서두르는 기자의 마음을 읽었는지 지그시 웃으며 "차 한잔 마시면서 하죠"라고 말했다. 녹차를 가져온 김창수 실장. 하지만 여유를 찾으려는 그의 바램과는 달리 그는 역시 바빴다. 여기저기에서 걸려오는 전화 받으랴, 기자의 질문에 답하랴….

"그런 의견은 소극적인 생각이죠. 정부와 NGO의 관계를 제로섬으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봐요. 정부에서 통일문제에 전향적으로 접근한다면 이를 돕는 것이 NGO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략적으로는 정부가 만든 환경, 즉 합법적인 공간을 NGO들이 어떻게 활용하는가도 중요합니다. 국가보안법이 개폐되면 통일운동에도 좋은 기회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 정부가 현실적으로 주도권을 잡고 많은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인정하더라도 민족문제를 푸는데 있어서 민간단체들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선 지난 운동에 대한 성찰이 필요할 텐데요. 10여년간 평화·통일운동을 해오시면서 민간통일운동진영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한다면?

"흔히 "통일'운동'도 통일 못하면서 무슨 '통일'운동이냐"는 말을 하지요. 통일운동 내부의 분열을 빗대서 한 말입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을 체제대안적으로만 접근한 것 같아요."


- 체제대안적으로 접근했다는 뜻은?

"북한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한면만 보고 우리의 대안이 되어야 한다든지 반대로 대안이 될 수 없다든지. 북한을 극단적인 이분법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운동진영 내부의 논쟁이 발전적으로 소화되기보다는 서로에게 상처를 준 측면이 많았지요.

이러한 접근 속에서는 북한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함께 살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우선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잘 나타났듯이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세 판단을 기초로 입장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아요. 사실 정상회담 이전과 이후의 인식에 많은 차이가 있는데, 이는 남북관계에 대한 이해와 시각의 부족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 통일운동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이 이전의 대북정책과는 명확한 차이를 드러내며 적지 않은 성과를 쌓아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에 비해 시민사회의 비판적 기능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평가도 있는데요. 시민운동가로서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의 한계를 짚어본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민간단체를 포함한 시민사회는 객관적인 정세 판단을 제대로 못했다고 봐요. 정확한 인식도 없는 상태에서 비판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에 머무를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물론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전 통일부 장관이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은 통일정책이 아니라 평화정책'이라고 말한 것에서 잘 알 수 있듯이, 김대중 정부는 통일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잘 나타났듯이 사실상 통일정책의 단계로 들어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고 평화체제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간에 통일논의가 갑자기 부각된 것은 좀 이상하다는 느낌입니다.

김대중 정부는 적어도 통일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민적인 합의에 기초하여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정상회담 이후 통일에 대한 열기가 눈에 띠게 높아지고 있는데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평화·통일운동가로서 통일의 필요성을 간단히 말씀해주십시오.

"통일은 갑오농민전쟁, 일제시대의 독립운동, 해방후 민족독립국가 수립운동, 그리고 분단시대 속에서의 통일운동 등 지난 100여년간의 민족사적 과제를 완성하는 의미를 갖습니다. 북한은 사실 이미 우리 사회 깊숙이 존재하고 있는 운명공동체입니다. 남북이 따로 떨어져 살면 얼마나 어려운지 지난 반세기가 잘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 그러나 우리가 통일세대라고 말하는 N세대는 이러한 설명에 쉽게 수긍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렵기도 하고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도 없는 것 같고.

"쉬리에서 나온 '키싱쿠라미'가 우리 민족의 운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마리가 죽으면 다른 한 마리도 죽는… 우리 청소년들도 북한을 너무 열등한 존재로 보지 말고 역지사지의 자세로 함께 살아야할 운명공동체로 인식할 필요가 있어요. 이를 위해서 통일교육을 시급히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물론이구요."

- '평화와 통일'이라는 과제의 크기만큼 일반 시민·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는 극히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일에 대한 대중적인 무관심의 이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NGO의 역할이 있다면?

"남북한 양체제의 중립적, 가교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어요. 남북한 정부는 체제와 이념의 관점을 벗어나기 힘들잖아요. 이런 것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NGO들이 '북한바로알기' 운동이나 체계적이고 다양한 평화·통일 교육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쉬운 점은 민간통일운동진영의 준비와 역량 부족으로 정상회담이후 일고 있는 통일에 대한 관심과 열망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최근 평화·통일단체들의 국제연대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 내용과 의의에 대해서 간략히 말씀해주십시오.

"이번 정상회담이 보여준 가장 분명한 것 중에 하나가 한반도 문제는 민족문제인 동시에 국제적 문제라는 것이지요. 즉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아시아의 평화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것입니다. 가령 주한미군의 역할에 변화가 생기면 주일미군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중일관계와 동북아 국제관계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제연대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아시아 평화라는 보편적 과제를 달성한다는 것과 연결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일이고 연대도 가능한 일이지요. 국제연대를 통해 통일에 대한 국제적지지 세력을 넓히는 것도 의미가 있구요."

- 마지막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을 위해서 바람직한 국가와 시민사회의 관계 및 NGO의 역할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오.

"국가와 NGO는 서로의 역할을 상호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는 NGO의 활동을 정책에 대한 간섭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못하는, 혹은 정부정책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NGO 역시 정부정책을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생산적인 비판과 감시'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현 단계에서는 남북간의 화해·협력분위기가 역행하지 않도록 시민사회에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령 민족문제해결에 수권 능력이 없음을 보여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과거의 대결시대로 돌아가는 일은 막을 수 있는 안전판을 구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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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조선(북한), 평화, 통일, 군축, 핵문제와 평화체제, 한미동맹과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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