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한겨레21>에서 베트남전 양민학살과 관련해 여러차례 보도를 했는데, 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보도를 꼽는다면 무엇인가?
"결정적인 증언은 당시 해병 2대대 7중대장 김기태 씨다. 대령으로 예편한 분인데 1966년 11월 용안작전에 대해 증언했다. 산골 수색 과정에서 29명의 베트남인을 발견했다고 했다. 비무장이었는데, 이들을 탄약줄에 죽 묶어서 포로수용소로 보내려고 하다가 철수중 무전이 왔는데 '긴급 매복조가 배트콩에게 당했으니 구출을 해라'라는 거였단다.
그들을 데려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놓고 갈 수도 없고 해서 죽였다는 거다. 물론 그 분은 아마 그들이 베트콩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기가 없는 상황이어서 양민이라고 판단된다."
<한겨레21> 기사/베트남전 참전 중대장 김기태 씨의 고백 - "모아놓은 주민들 집단 사살도 사실"
- 김기태 씨가 <한겨레21>의 증언 이후에 약간씩 말을 바꾸고 있다는 말이 들리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 만나서 증언한 적이 있나?
"계속 접촉은 하고 있다. 기사가 나가고 나서 나도 걱정했다. '이 사람, 용기있는 증언을 한 것은 고맙지만 개인적으로 상당히 피해를 입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기사가 나가고 바로 김씨에게 가서 기사를 보여줬는데 '괜찮다'고 했다. 그러나 오후부터 기사가 국방부에 릴리즈되고, AP 등 외국통신사에서 기사화하면서부터 김씨는 엄청난 외압, 비난과 욕설, 항의전화에 시달렸다. 그래서 중간에 다시 한 번 만났다. 그 땐 하소연을 하더라.
'내가 한 얘기가 한국군들이 피에 굶주린 야수처럼 비쳐졌다면 유감이다'는 말이었다. 불가피했던 상황이 기사에 나와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기사에서는 잘 부각이 안됐던 것 같다고도 했다. 이런 거다. '야 그만 좀 죽여'와 '그만 죽여'는 말의 뉘앙스가 다른 것 아닌가. 그런 대목들이다.
그러고 나서도 김기태 씨에게 베트남 전우회 등에서 계속 항의가 오고 어떤 액션을 취하라고 요구를 받은 모양이다. 그래서 김씨의 요구로 우리와 언론중재위원회에까지 갔다. 사실 그 분의 말을 인터뷰때 다 녹취했었고...어쨌든 그분의 입장이 참 곤란하게 됐다."
- 베트남전 관련 보도를 하면서 고민이 됐던 문제는 무엇이었나.
"사안이 사안인 만큼, 좀더 냉정해지고 팩트(사실)만을 보도하고 용어도 되도록 순화하려고 노력했다. '양민학살'이라고 표현할 때도 고심했다. 어떤 표현을 할까, '양민피해?' '양민사살?' 등을 놓고 고민했다. 그러나 양민학살이라는 단어보다 더 적확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양민학살'이라는 표현부터 못마땅해한다."
- <한겨레>를 제외한 국내 다른 언론은 적극적으로 보도를 안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언론이 이중적 잣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 노근리 문제는 이 쪽이 피해자니까 크게 보도를 하면서, 베트남 문제는 우리가 가해자니까 '국익을 생각하자, 무슨 도움이 되겠냐'하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보편적, 인류적 관점이 아닌 국내적, 이중적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또한 기본적 언론의 속성상 인력을 투입하지 않으면서 한겨레의 보도만 인용해서 보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도 같다.
간간이 <대한매일>에서 이런 문제가 보도가 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지만. 이번에 우리 신문사 난입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이런 보도가 있었는가' 하면서 다른 언론이 취재하는 것을 보니까 '언론조차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낮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보도 자체에 대해서 무감각했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 AP가 노근리를 보도했을 때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즈>가 크게 썼는데, 우리의 모습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한겨레21>에서 썼던 베트남전 관련 기사를 만약 연합뉴스에서 다뤘다면 과연 다른 언론사들이 그 기사를 많이 보도했을까? 그렇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언론의 속성상 크게 보도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 베트남전 기사와 관련해 덧붙일 말이 있다면?
"이 사안의 근본적인 문제는 '베트남전을 어떻게 바라볼까'하는 것이다. 이 전쟁이 애매모호하게 말해서 명분없는 전쟁이었다고 하는데, 아주 명확하게 '부도덕한 전쟁'이었다고 규정돼야 한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합의됐는데 우리나라만 냉전시대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베트남전의 성격 규정에 대한 명확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노근리도 그렇고 베트남도 그렇고 사실 참전 군인의 입장에서 변명 혹은 핑계를 댄다면 무한대로 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노근리 문제를 미국 언론이 중요하게 보도하면서 내세운 논리는 '전쟁중에도 인권은 중요하게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렇다. 지만원 씨가 5월23일자 <국방일보>에 쓴 시사논단을보면 참 기가 막힌다. 그 글의 뼈대는 '<한겨레21>의 기사나 논리는 꾸며낸 소설'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한겨레21>의 보도 태도가 주민과 군을 이간질하는 모택동 전술과 같다는 내용도 있다. 그 사람의 논리에 나름대로 공감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이런 글을 썼지 않겠는가. 그럴 때는 참 절망적인 느낌이 든다.
참전 군인들의 '당신들 전쟁해 봤어?'라는 말은 '이 땅에 전쟁은 없어져야 한다'는 말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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