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0.06.30 16:26수정 2000.06.3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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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운영하는 백화점에서 주말에 잘 팔리는 물건에 대하여 조사한 적이 있다. 금요일 밤에 잘 팔리는 품목 중에는 어린이 기저귀가 포함되었다고 한다.
그 원인을 살펴보니 젊은 부부들이 늦도록 TV를 보다가 내일이 주말인 것을 생각하고 주부가 남편에게 빨리 가서 이틀간 사용할 기저귀를 사오라고 시킨다.
백화점은 여기에 착안하여 금요일에는 기저귀의 물량을 늘리고 진열대도 입구 쪽으로 옮긴다. 옆에는 냉장고를 비치하여 맥주도 함께 진열한다.
기저귀를 사러 온 남편은 늦은 밤에 기저귀를 사러 오는 것도 처량한데 에이 밤도 늦었는데 맥주도 한 잔 하자. 그래서 맥주 매상이 20%가 늘어난다고 한다.
첫 번째 서점
퇴근 후 저녁을 먹고는 길 건너 아파트 단지 내 상가 1층 구석에 있는 서점에 들른다. 입구에 혼자 앉아 있던 아주머니가 '어서 오세요'. 형식적인 인사다. 좁은 면적의 서점이라 한번 휘 둘러보니 주로 학생들 참고서가 진열되어 있다.
아래, 위 서가를 눈으로 확인하니 사다리를 타고 올라 가야 할 서가 맨 위의 한쪽 구석에 볼만한 책이 6권 한 질과 낱권이 몇 권 꼽혀 있다. 나는 낱권을 원했는데 내가 보고자하는 1권이 없다.
하는 수 없이 6권 한 질에서 한 권씩 팔지 않느냐고 물으니 아주머니는 낱권씩은 안 판단다. 낱권을 팔면 다음에 출판사에서 납본이 안된다나. 책이 꼽혀 있는 위치와 케이스 색깔이 많이 바랜 것으로 보아 진열해 놓은지가 오래 된 것 같고 누가 찾을 것 같지도 않은 위치다.
나 같으면 꼭대기에 진열해 두는 것보다 오히려 손님이 원할 때 한 권, 한 권 빨리 파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은데.
두 번째 서점
퇴근길에 역전 버스 정류장 옆 서점에 들렀다. 서점은 넓은 편이고 입구의 주인 외에도 안내하는 아가씨들이 서너 명은 된다. 이곳, 저곳 진열대의 책을 눈으로 찾다가 서가에 꼽혀 있는 책을 확인하려고 통로 한 칸과 진열대를 사이에 둔 위치에서 책 따라 눈길 따라 고개를 움직인다.
마침 주인 아저씨는 내가 서 있는 통로 끝에서 납본 받은 책 꾸러미를 끄르고 있고 앞의 진열대에는 안내하는 아가씨가 등을 기대고 있다. 내 모습으로 보아 아가씨 등 뒤의 서가를 확인하는 것을 알만도 할텐데 꿈적도 않고 그냥 서 있다.
눈을 마주치면 아가씨가 민망해 할까봐 오히려 내가 목을 비켜가며 서가를 확인한다. 주인 아저씨는 책 꾸러미를 하나 하나 끄르더니 통로를 따라 내 앞까지 온다.
어찌 하나 두고 보니 아니나 다를까. 책 꾸러미를 끌러야 할 테니 조금 비키라고 한다. 머뭇거리고 있으려니 아예 저쪽에 가서 보란다. 조금 있다가 하거나 책 꾸러미를 끌고 가면 될텐데. 두 말 없이 길 건너 반대편 서점으로 간다.
세 번째 서점
길 건너 서점은 출입구가 갈라져 있다. 한쪽은 들어오는 길, 다른 한 쪽은 나가는 길. 매장을 하나 하나 찾아보니 마침 동네 서점에서 찾으려 했던 책이 진열대에 올려 있다.
1권을 뽑아들고 접수대로 가니 낱권도 얼른 계산해 준다. 나오는 김에 문 앞에 진열된 헤비 메탈 '메탈리카' 악보도 한 권 추가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마케팅 전문가 민승규 박사는 우리 모두 이제는 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고객을 감동시키고,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한번 더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백화점의 마케팅처럼 적극적 사고로 고객을 감동시켜야 한다.
첫 번째 서점은 전혀 변하지 않고, 두 번째 서점은 고객을 감동시키지 못하며, 세 번째 서점은 그런 대로 변하고 있다.
내의를 뒤집어 입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그 이유는 내의는 내 몸에 직접 닿는 것이라 감촉이 좋아야 하는데 안쪽보다도 봉제 자국이 두드러지 않은 바깥쪽이 훨씬 부드러워 뒤집어 입고 다닌다고 한다. 누가 들여다 볼 걱정도 없을 테니.
발상의 전환이 그럴 듯하다. 우리 한번 더 고객을 생각해 보자. 그러면 책이 더 팔릴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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