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술은 '입술'

【오마이베이비40】

등록 2000.01.31 00:00수정 2001.02.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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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을 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여느 때처럼 잠자는 숲속의 미녀(?) 흉내를 내며 잠에 취해 침대에 누워있는 집사람에게 키스를 하고 돌아서 나오려 하는데, 문득 뭔가가 나를 붙잡는다.

돌아보니 어느새 잠이 깼는지 큰딸 하늘이가 주둥이를 쭉 잡아빼 입술을 나팔꽃 모양으로 벌린 채 나를 말똥말똥 바라보고 있다. 보아하니 엄마에게만 해주지 말고 자기한테도 뽀뽀를 해달란 뜻이다. 그 작고 부드러운 입술에 뽀뽀를 해주자 그제서야 만족했다는 듯, 큰딸 하늘이는 인형같은 손을 흔들며 내게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들어준다.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요즘 들어 뽀뽀에 한창 재미를 들였다. 좀더 어릴 때는 집사람과 내가 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며, “하늘아, 뽀뽀 한번만 해주라, 으~응?”, “바다야, 뽀뽀 한번만 해줘~잉”하기 일쑤였는데, 요즘 들어선 저희들이 먼저 뽀뽀를 하자며 달려드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나 집사람과 내가 일부러 아이들 보란듯이 그 앞에서 뽀뽀라도 하고 있으면, 한바탕 난리가 벌어진다. 두 녀석이 힘을 합쳐 집사람을 내게서 떼어내겠다고 필사적으로 달려드는가 하면, 그 자리에 저희들이 대신 들어와 뽀뽀를 하자고 덤벼드는 폼이 아무래도 질투를 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큰딸 하늘이의 경우 뽀뽀에 대한 집착(?)이 둘째 바다에 비해 특히 강해, 이렇게 뽀뽀를 하자고 달려 들었을 때 집사람이나 내가 예전에 “싫어, 아 싫어” 하며 튕겨대던 것에 대한 앙갚음을 할 요량으로 때로 장난 삼아 “안해”, “싫어” 하고 튕기기라도 하면,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곤 한다.

밀고 들어와선 집사람이나 내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어 입술 공략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되면, 그때부턴 무차별 융단폭격을 가하곤 한다. 어깨건 배건 다리건간에 틈만 보였다 하면 아무 곳에나 입술을 들이밀며 뽀뽀 세례를 퍼붓는다.

집사람이나 내가 기겁하는 시늉을 내며 도망이라고 치면, 악착스레 쫓아다니며 기어이 하고 싶은 만큼 뽀뽀를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그러면 집사람이나 나는 마지 못한 척 이를 받아준다.


누군가 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술은 입술이라고 얘기하더니만, 아이들의 뽀뽀 세례를 받고 있노라면 그 말이 꼭 맞는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거기다가 한 마디 덧붙인다면 입술 중에서도 아기들 입술이 가장 달콤하다는 것.

간혹 집사람은 옆집 사는 동갑내기 여자아이 수빈이를 부러워한다. 한 일주일 정도 앞서 태어났을 뿐인데도 우리 아이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말을 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수빈이가 조금도 부럽지 않다. 말은 제법 하지만, 수빈이는 아빠에게 뽀뽀를 잘 안해주기 때문이다. 수빈이 아빠는 완력(?)으로 하지 않는 한 수빈이에게 결코 뽀뽀를 받아낼 수 없다며 맨날 투덜거린다. 그래서 나는 말은 좀 늦더라도 뽀뽀를 잘해주는 우리 아이들이 훨씬 사랑스럽다.

얼마전 부모님 댁에 갔을 땐 몇 달만에 만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인데도 집사람과 내가 “가서 뽀뽀해 드려야지?”하고 시켰더니 기다렸다는 듯 달려가서는 뽀뽀를 해드림으로써 두 분 노인네를 기쁘게 해드리기도 했던 우리 아이들.

아빠로서 나는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누구에게건 스스럼없이 살갑게 대해주는, 다정다감한 아이들이 돼줬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머리나 재능보다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돼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이건 아주 아주 사소한 바람에 불과하긴 하지만, 앞으로는 제발 뽀뽀할 때 입술가에 침을 잔뜩 바르고 덤벼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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