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장관에게 강매한다고 외제차가 팔릴까?

시장주의에 입각한 정직한 승부 기대

등록 2000.01.31 00:00수정 2001.02.1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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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 중소기업 사장을 만난 일이 있다.

그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차에 관한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는 “자동차는 좀 비싸더라도 좋은 걸 타야 한다”고 주장했다. 몇 년전 사고를 당했을 때 이 같은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는 것이다.

현재 그는 4500cc급 에쿠스를 타고 있다. 약 8천만원에 달하는 최고급차다. 이 차를 구입할 당시 사업을 하는 다른 주변 친구들은 벤츠나 BMW 같은 외제차를 사라고 권했었다고 한다. 그 비싼 돈을 들여 뭐하러 국산차를 사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친구들의 그런 권유를 뿌리치고 에쿠스를 샀다. “국산차도 성능이 좋은데, 뭐하러 외화를 낭비해가며 외제차를 사느냐?”는게 그가 친구들의 권유를 물리친 이유였다.

그리고 그는 그 같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지금 매우 만족해 하고 있다. 벤츠 등 외제차를 사라고 권했던 다른 친구들도 지금은 그런 그를 부러워하고 있다고 한다. 벤츠 등 외제차를 이용하고 있는 다른 친구들의 경우, 차가 한번 고장이 났다 하면 부품을 제때 구하지 못해 최하 보름내지 한달씩 차를 세워놓아야 하기 일쑤인데다가 수리비도 엄청나 이중삼중으로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 자동차업체들의 불만해소책의 일환으로 국내 자동차시장 개방 의지 등을 보여주기 위해, 산자부 장관이 조만간 공개입찰을 통해 외제차를 타고 다닐 예정이라고 한다.

국내 자동차 시장 개방 의지를 보여준답시고 기껏 생각해 낸 방법이 관계부처 장관의 외제차 타기인가 싶어 한심하기도 하고, 혹 외제차가 너무 타고 싶어 그런 핑계를 댄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외국 자동차업체들에게 얼마나 시달렸으면 그런 궁여지책을 냈을까 싶어 안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론 미국 등 저희 나라 힘만 믿고 안하무인격으로, 시장 개척에 실패한 자신들의 책임마저 엉뚱한 사람에게 덮어 씌우려는 외국업체들의 오만방자함에 분노가 치민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란 게 중소형 차 중심으로 형성돼 있고, 벤츠 등 외제차를 구입할 수 있는 계층은 극히 한정돼 있는데다가, 자동차라는 게 사용을 하다 보면 애프터서비스의 역할이 다른 어느 제품보다 중요하다는 사실 등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고 ‘차가 안팔리니 책임져라’는 식이니 이야말로 소위 힘있는 자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과연 그들은 그동안 얼마나 한국시장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고, 한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얼마나 적합한 제품을 내놓았으며, 자신들의 제품을 구매해 준 고객을 위해 얼마나 신속·정확한 애프터서비스 노력을 기울였는지 궁금하다.

일국의 장관이 외국 자동차업체들의 시장 개방 압력에 못이겨 외제차를 타기로 결정했다는 것은 한 마디로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장주의자임을 자처하는 자들이 자신들이 불리해지자 관의 힘을 빌어서라도 시장을 확보해 보겠다는 몰염치함조차 느껴진다.

그러나 산자부 장관이 외제차를 타건 말건, 외국 자동차업체들이 궁극적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 곳은 시장이다. 아무리 정부와 관계부처에 압력을 가해도, 시장으로부터 외면받는다면 소용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외국 자동차업체들은 공연한 곳에서 힘자랑을 일삼을 것이 아니라, 시장 동향에 눈을 돌리고,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제품은 무엇인지, 소비자가 불만을 느끼는 요인은 무엇인지 등을 면밀히 파악한 뒤, 시장에서 정직하게 승부를 가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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