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KBS 2-TV 추적 60분에서는 「매향리 그후, 우리의 정부는 어디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미군의 폭격훈련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매향리에 관한 내용이 방송됐습니다. ‘매향리’라는 이름과, 공영방송이 ‘우리의 정부는 어디 있는가?’라는 주제로 방송을 한다는 사실에 끌려 열심히 TV를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방송을 보다 보니 정말 화가 나더군요. 특히 클린턴 대통령이 일본에서의 여중생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머리 숙여 사과하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분노를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땅에선 미군이 성추행 정도가 아니라, 성폭력이나 살인 같은 중범죄를 저질러도 미국 대통령은 고사하고 주한미군 사령관에게조차 변변한 사과 한번 받아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그 잘 나가는 미국 대통령께서 성추행 사건 하나 때문에 머리를 숙여 사과하는 모습이라니요?
매향리에서의 피튀기는 시위대와의 공방전만 해도 그렇습니다. 도대체 누가 임명해 준 대통령이고, 누구의 혈세로 운영되는 정부인데, 그 귀한 혈세를 낭비하고 국민의 아들들을 방패로 내세워가며 국민의 권리를 억압하고, 국민들로 하여금 피를 흘리게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전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민간인들 머리 위에서 폭격훈련을 해대는 걸 중단해 달라는 게 그렇게 처참하게 두들겨 맞고, 그걸로도 모자라 범죄자로 몰려 재판정에 끌려가야 할 짓입니까?
「매향리 그후, 우리의 정부는 어디 있는가?」를 보고 난 뒤, 공영방송으로서는 정말 모처럼 시청료가 아깝지 않은 방송다운 방송 한번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방송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매향리의 아픈 현실을 알게 되고, 마음으로나마 그곳 주민들의 외로운 투쟁에 성원을 보내주리라는 기대와 함께.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아무래도 제목을 잘못 뽑은 것 같습니다. ‘우리의 정부는 어디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의 정부는 있는가?’라고 해야 보다 정확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언젠가 TV 뉴스를 통해, 아이에게 미국 시민권을 안겨주기 위해 출산예정일에 맞춰 미국으로 향하는 일부 사람들을 보며 욕을 한 적이 있는데, 지금 매향리를 둘러싼 우리 정부의 행동을 보노라니 어쩌면 그들이야말로 정말 현명한 사람들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 드는군요.
제 땅에서 제 나라 국민이 외국 군대에 의해 억울한 피해를 당하고 있는데도 외면만 하고 있는 우리 정부보다야, 자기네 국민이라면 엄청 아끼고 챙기는 미국 정부가 훨씬 믿음직스럽겠지요.
일반 국민들 앞에서는 그리도 기세가 당당한 정부가, 미국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왜들 그렇게 저자세로 일관하는지, 안타깝다 못해 절망스럽습니다. 언제쯤이나 우리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정부를 가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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