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제2, 제3의 반란을 기다린다

세 초선의원의 항명... 이젠 386이 목소리 낼 때

등록 2000.08.04 08:43수정 2000.08.0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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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강운태, 이강래, 정범구 세 초선의원의 항명성 출국이 정국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세 의원의 전격적인 출국으로 단독국회 강행과 실력저지로 대치하던 한여름 정국은 당분간 냉각기를 갖게 되었다. 정범구 의원의 말처럼 3인의 출국이 정국경색을 푸는 길이 된 셈이다.

나는 이들이 당지도부의 격한 반발을 초래하면서까지 '거사'를 결행한 배경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일부의 얘기처럼 그동안 동교동계로부터 '왕따'를 당해온 데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것인지, 아니면 명분없는 단독국회를 막으려는 소신에 따른 것이었는지는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닌 듯하다.

다만 세 의원의 거사가 단독국회 무산과 정국냉각이라는 과녁을 놀랄만큼 적중시켰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그 정치적 의미는 클 수밖에 없다.

16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여야 내부에서는 당론과는 배치되는 소신발언이나 행동들이 있어왔다. 민주당에서는 이종걸, 정범구 의원 등 40대들이 초선의원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는 선언을 하였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당의 보수적인 대북정책을 비판하고 국가보안법의 개폐를 촉구하는 김원웅, 안영근 의원 등의 행동이 있었다. 물론 그때마다 해당 의원들은 당지도부로부터 따가운 눈총 혹은 질책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흥미있는 것은 그동안 있어왔던 소신행동들이 평소 개혁의 선봉장을 자임해왔던 386세대 정치인들이 아니라 40대, 때로는 50대 정치인들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는 사실이다.

정작 386 세대 정치인들은 당내에 이러한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이들의 '투박한' 행동에 동참하는 것을 유보하며 자신들의 보다 세련된 논리를 설파하곤 했다. "취지는 좋지만 방법과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말은 마치 성경의 구절처럼 사용되곤 했다.


나는 그동안 있어왔던 소신행동들이 투박하고 거칠은 것이었는지를 평가할 입장에 있지 않다. 그들의 행동이 이른바 현실정치의 정서에 적합한 것이었는지는 정치권 내부에서 따질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행동이 국민들에게는 신선한 청량제로 다가왔다는 사실이다.

당론이라는 이름 아래 소속의원들에게 냉전논리의 족쇄를 채우고, 명색이 헌법기관을 날치기의 행동대원으로 전락시키는 폭력에 저항하는 용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 세 의원의 반란을 지켜본 나는 제2, 제3의 반란을 기다린다. 방법이 좀 거칠면 어떻고 시기가 좀 부적절하면 어떠한가. 그보다 몇배는 더 거칠은 방법으로 소속의원들의 민족관까지 통제하였고 의원들을 날치기의 돌격대로 내몰았던 정당들이 아니었던가.

산적한 민생현안 심의를 중단시키고 날치기를 강행한, 그것도 모자라 이 한여름에 단독국회를 열고 의원들에게 대기령을 내린 당지도부는 어디 시기를 가린 사람들이었는가.

우리는 불과 세 명의 반란이 정국의 흐름을 바꾸어놓는 힘을 목격하였다. 그것은 세 초선의원의 힘이 세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행동이 민심과 함께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야 내부에서 제2, 제3의 반란이 이어지고 그 대열에 참여하는 숫자가 늘어간다면 정국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될 지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세 의원이 지펴놓은 이 불씨를 살려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거기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나는 이제 여야의 386 세대 정치인들도 개혁의 실천을 위한 행동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당신들보다 말을 아꼈던 40-50대 선배들이 온갖 불이익을 감수하며 외롭게 소신행동에 나설 때, 정작 무수한 말을 내뱉었던 당신들은 어디에 서 있었는가.

혹여라도 뛰어난 현실정치의 감각으로 지도부의 총애도 받고 개혁의 얼굴도 되는, 그러니까 '님도 보고 뽕도 따는' 꿈을 갖고 있다면 나는 그같은 부질없는 꿈은 포기할 것을 권유한다.

구정치의 주역들에게서 '총애'를 받는 세련된 정치인의 모습은 당신들의 몫이 아니다. 구정치의 주역들에 의존하여 정치적으로 성장할 꿈을 꿀 것이 아니라, 국민속에서 국민과 함께 성장할 생각을 가져라.

이제는 386세대 당신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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