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하이텔의 얄팍한 장삿속

가입은 초고속으로, 해지는 될수록 어렵게

등록 2000.01.31 00:00수정 2001.02.1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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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자정을 기해 나는 비로소 하이텔 회원을 탈퇴할 수 있게 됐다. 정말 어렵게 성공한 회원 탈퇴다.

지난 7월초 하이텔 회원에 가입한 나는 약 한달여만에 회원 탈퇴를 결심했다. 인터넷에서 무료로 다양한 서비스들을 이용하는 것에 비해 특별히 나은 점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이텔 회원 탈퇴를 결심한 나는 탈퇴방법을 알기 위해 고심을 거듭했다. 회원 가입은 인터넷 홈페이지 메인화면에서 바로 할 수 있는데 반해, 탈퇴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지 방법을 알려주는 곳을 좀처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좀 연관성이 있겠다 싶은 것들을 찾아 하이텔 2000과 인터넷 홈페이지에 있는 각종 아이콘들을 하나하나 눌러가며 찾던 끝에 나는, 마침내 회원 탈퇴와 관련한 항목을 하나 찾아냈다. 인터넷 홈페이지 도움말 기능 한 귀퉁이에 관련항목이 있었던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해당 항목을 클릭하자, '부득이한 사유로 회원ID를 해지하거나 이용중지 하셔야 하는 경우에는, idmaster@mailo.net에 ID, 이름, 주민등록번호, 생년월일, 성별, 집 주소,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그리고 해지/이용중지 사유를 적어 보내 주십시오. 처리해 드리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나왔다.

회원 가입시 이미 주민등록번호나 주소, 전화번호 등을 적어 낸 터에 새삼 그런 것들을 요구하는 하이텔측이 못마땅하게 여겨지긴 했지만, 목 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심정으로 요구사항을 모두 적어 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도록 하이텔측에선 아무런 연락도 없었고, 회원 탈퇴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나는 혹 중간에 메일이 잘못돼 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을 기다렸지만, 역시 하이텔측에선 묵묵부답이었다. 가입시에는 불과 몇 분만에 이용이 가능하도록 신속히 조치를 해주던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태도다. 화가 난 나는 항의메일을 보내는 한편, 어렵게 온라인 상담실이란 코너를 찾아내 해지 방법을 문의했다.

그러면서 '혹시 나처럼 해지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또 있지 않을까?’하는데 생각이 미쳐, '해지’라는 검색어로 온라인상담 코너 게시판을 검색해 봤다. 역시나 예상대로 내가 해지방법을 문의한 어제 하루동안만도 여러 명이 회원 탈퇴 방법을 몰라 그곳에 글을 올려놓고 있었다.


그런데 이 검색과정에서 나는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 말았다. 하이텔측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공시한 회원 탈퇴 방법은 완전 허위였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하이텔 인터넷 홈페이지의 안내에 따라 내가 무려 세 번에 걸쳐 회원 탈퇴 의사를 전달한 idmaser@mailo.net 이란 메일 주소는 'customer@mailo.net 로 변경되었으며 메일로 아이디만을 관리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회원 탈퇴를 원할 때에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선 불가능하고, 텔넷 등 통신용 프로그램을 통해 하이텔에 접속한 후 'go hibill’에서 탈퇴 신청을 하거나, 신분증을 복사해 첨부한 뒤 회원 탈퇴 의사를 팩스(02-3289-2201~3)를 통해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회원 탈퇴를 어렵게 만드는 하이텔측의 작전(?)에 말려들어 불필요하게 보름여를 더 회원으로서 발목을 잡혀 있었던 것이다. '하이텔이라는 이름있는 회사가 설마 일부러 고객을 기만하겠느냐’는 안일한 믿음 덕분에 억울하게 보름치 사용료를 더 물게 된 셈이다.

쉬운 가입과는 달리 해지시엔 그 방법조차 알기 어렵게 해놓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잘못된 해지절차를 안내하며, 그렇게 잘못 전달된 해지요청 메일에 대해선 일언반구 대꾸도 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해지를 지연시키고 있는 하이텔의 얄팍한 장삿속에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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