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 송환문제, 소탐대실 경계해야

등록 2000.01.31 00:00수정 2001.02.1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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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야당인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이 비전향 장기수 북송과 연계해 국군포로도 송환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국을 위해 몸 바쳐 싸우다가 불행히도 포로의 몸이 되어 수십년째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을 그들에 대한 송환을 추진하는 것은 남북간 신뢰를 한층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그러나 이와 관련한 야당과 일부 언론의 최근 움직임은 이 같은 발전적인 남북관계 정립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정부와 정부의 남북 정책에 일부러 흠집을 내고, 남북 화해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인다.

자신의 의사에 반해 북측에 억류돼 있는 국군포로는 반드시 송환돼, 이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 대명제에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는 이번 비전향 장기수의 북송과는 또 다른 방법을 통해 우회적으로 접근해야만 비로소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국군포로 문제에 대해 북측은 ‘전쟁포로는 모두 송환했고, 단 한 명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측 비전향 장기수들이 그동안 간헐적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그 존재를 대내외적으로 알려온 것과는 반대로, 북측의 국군포로는 지난 수십년간 그네들이 철저한 폐쇄정책을 펴온 탓에 인원수라든가 존재 여부가 현재 불분명한 상태다. 다만 월남 귀순자들의 증언을 통해 국군포로의 존재가 일부 확인되고 있을 따름이다.

그런데 이 월남 귀순자들의 증언이란 것은 국군포로가 존재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로는 아무래도 좀 무리가 있다. 투항을 한 자가 적진에서 적에게 이로운 발언을 한 꼴인 이 증언을 우리가 아닌 상대방 북측이나 제 3자가 객관적인 증거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 등이 모든 경로를 총동원해 국군포로의 존재를 입증한다고 해도, 이들의 송환은 장담할 수 없다. 제네바 협정에 따르면 ‘전범자나 귀순자 등은 포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돼 있고, 최근 우리 정부만 해도 비전향 장기수 북송과 관련해, 본인들의 강력한 북송 요구에도 불구하고 2명의 장기수에 대해 전향서를 썼다는 이유로 송환대상에서 제외시킨 바 있다. 북측이 ‘국군포로가 과거엔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전향했다’고 주장한다면, 우리측으로선 별다른 방법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월남 귀순자의 증언 등 완벽한 증거를 갖추었다 할지라도 ‘전쟁포로는 단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북측의 면전에 이를 들이밀며 ‘거짓말 그만 하고, 어서 국군포로를 내놓아라’고 요구하는 건, 분단 50여년만에 가까스로 화해의 물꼬를 튼 남북 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북측을 거짓말쟁이로 매도하며 상호 신뢰를 쌓고, 남북 관계의 발전을 기대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저런 사정들을 고려해 정부에서는 현재 국군포로 송환을 ‘국군포로’ 문제가 아닌 ‘넓은 의미의 이산가족’ 문제 차원에서 접근하고 해결하려 들고 있다고 한다. 남북 관계의 특수성과 현재까지의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비전향 장기수와의 연계 송환보다는 훨씬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라는 판단이 든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비전향 장기수 북송과 연계해 국군포로 송환을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야당과 일부 언론의 태도는 납득할 수가 없다. 재향군인회나 가족들은 전우와 혈육을 하루 빨리 만나고 싶어서 앞뒤 가리지 않고 그런다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남북 관계의 특수성이나 남북 화해와 관련한 최근까지의 흐름을 누구보다도 잘알고 있는 그들이 어떻게 그런 터무니없는 요구를 들고 나올 수가 있단 말인가? 그 저의가 심히 의심스럽다.


생사를 넘나들며 조국을 위해 몸바쳐 싸우다가, 잘못 포로신세가 돼 다시 수십년간을 고통 속에 시달려 온 국군포로는 물론 당연히 송환돼 더 늦기 전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비전향 장기수와의 연계 송환을 운운하는 것은, 명분은 어떨지 몰라도 국군포로의 실제 송환에는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이은 비전향 장기수 북송 등을 통해 남북 화해관계가 점점 무르익고, 상호간의 이해와 신뢰가 좀더 견고해지면 국군포로 문제를 비롯한 모든 남북간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공연히 당리당략이나 기타 불순한 이유로 남북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려 드는 행위는 있어선 안될 일이다.

국군포로 송환문제 또한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너무 조급하게 덤벼들어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분단조국의 아픈 현실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개개인을 위해 국군포로 송환을 추진하고 단 몇 명의 이산가족이라도 더 만나게 해주는 것보단, 그런 분단조국의 아픈 현실을 불식시킬 수 있는 근원적인 방법인 남북 통일을 이루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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