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 소재 노성 농협(조합장 양기성)이 지난 6월 7일 농협중앙회로부터 지원 받은 첨단원예시설 설치 자금 9백 만원을 농민들에게 지원하는 과정에서 지원 대상자 선정 기준을 마련하지 않는 등 지원 과정의 투명성을 놓고 농민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노성 농협은 농협중앙회로부터 지난 6월 7일 지원금을 지급 받고도 이러한 사실을 농가에 고지하지 않고 지원금을 책정 받은 두 달 후인 8월 1일 지원자 신청도 받지 않은 채 조합장과 전무, 상무가 임의대로 지원자를 결정해 공금을 유용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8월 1일 노성 농협이 노성 농민회 회원인 박상규 씨(노성 농민회 부회장)와 이광원 씨(노성 농민회 총무)에게 각각 1백 만원씩을 입금시키는 과정에서 이를 수상히 여긴 농민회의 자금 출처 확인 과정에서 드러났다.
박 씨와 이 씨는 "지난 8월 1일 조합장(양기성)이 돈을 입금한 뒤 전화를 걸어와 노성 농협이 크린상을 수상해 상부에서 상금 2백 만원이 내려왔다며 100만원을 입금했으니 요긴하게 쓰라고 했지만 논산시지부에 확인해 보니 사실과 달랐다"며, "계속 문제 제기를 하니까 첨단원예농가 시설금 900만원이 노성 농협에 들어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노성 농협은 이 두 사람 이외에 이틀 후인 8월 3일 각 마을별로 대상자를 선정 14명에게 각각 50만원의 지원금을 무통장 입금 형식으로 지급했다가 8월 6일 문제가 불거지자 당사자의 동의도 받지 않고 다시 인출해 물의를 빚었다.
노성 농민회 공금유용 주장, 농협 사실무근 반박
노성 농민회는 농협이 첨단원예시설 설치 지원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조합장과 전무, 상무가 공금을 유용하려 한 의혹과 지원금 중 일부를 농민회 회원을 매수하려 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민회의 한 간부는 "이번 일이 있기 전 노성 농협이 농협 사무실 내에서 상습적으로 도박을 일삼는 등 문제가 많아 농민회가 문제를 제기해 불편한 관계가 있었다"며, "농민 회원 2명에게 1백 만원씩 돈을 지급한 것은 이것을 무마하기 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확인 결과 중앙회로부터 지원금이 나온 건 6월 7일 경이었는데 8월이 되어서야 지원금을 지급해 두 달 동안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위가 의심스럽다"고 말하고, "돈의 출처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상금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자 지원금이라고 말했다"며 공금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노성 농협 조합장 양기성 씨는 "지원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는 인정하지만 공금 횡령과 농민회 회원을 매수한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이러한 사실을 부인했다. 지원 시기가 늦어진 경위에 대해서 양씨는 "지난 6월 이후 단위 농협에서 운영하고 있는 단무지 공장이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고 중앙회의 정기 감사(7월 3일-8일), 6월과 12월에 하는 가결산 심사 등으로 사실상 처리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성 농협 전무인 김정흥 씨도 공금 유용 부분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지만 농민회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으로 농민회 회원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려 했던 부분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 6월 농민회와 불편한 관계가 지속돼 거의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농민회 회원 두 명에게 1백 만원씩 지급한 것은 일종의 정책적인 고려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공금유용 무방비 노출, 제도보완 시급
이번 사건은 단위 농협 간부들의 도덕적 해이와 함께 허술한 제도적 문제로 인해 발생된 측면이 적지 않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6월 첨단원예시설 설치자금 5천 5백만원(충남도 배정액)을 지원하면서 해당 농가 선정 및 세부적인 지원계획을 단위 조합에 일임함으로써 단위 조합장의 재량권을 지나치게 많이 주고 조합장의 선심성 지원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농협중앙회 충남지역본부 이진항 씨는 "지원금 지급에 대한 농협 차원의 절차상 규정은 없다"며, "통상적으로 지역 사정을 잘 아는 단위 조합장의 재량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성 농협은 농협중앙회에 지원금을 신청하는 과정에서부터 농가에 대한 실사조사도 거치지 않은 채 신청서를 제출해 지원금을 배정 받고, 이후 농가에 해당 사실을 고지하지도 않고 신청자를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조합장과 전무, 상무가 논의해 지원자를 결정하고 이를 집행했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이러한 문제가 한 두 해의 문제만은 아니었다"고 말하고, "그 동안 각종 보조금이나 융자금 등이 명확한 기준 없이 농협에 잘 보인 사람들에게만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근본적인 제도보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농협중앙회는 이번 기회를 통해 그 동안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되어왔던 농협 자금에 대한 투명한 운영을 보장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노성 농민회는 지난 11일부터 노성 농협 앞에서 천막농성을 통해 관련자 사퇴를 요구하고, 이와는 별도로 농림부와 농협중앙회에 특별 감사를 요청해 지난 16일부터 노성 농협에 대한 특별 감사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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