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내 삶보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위안부 김군자 할머니 전 재산 고아들에 쾌척

등록 2000.08.30 18:01수정 2000.08.3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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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자꾸 몸이 아픈 게 갈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아요. 모은 돈은 얼마 안되지만 저처럼 공부 못한 아이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고 싶어요"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강제위안부 생활을 해야만 했던 김군자(74) 할머니는 고아들을 위한 장학금에 써달라며 평생 모은 돈 5천만원을 '아름다운 재단'(이사장 박영증)에 기탁하고 30일 재단 사무실에서 전달식을 가졌다. 당신 스스로도 관절염으로 고생하면서도 자신을 위해 돈을 쓰기보다는 나눔을 위해 '아름다운 돈 쓰기'를 결심한 것이다.

김 할머니는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어려서 부모님을 모두 잃고 동생들과 함께 어렵게 살아가다 17세 되던 해에 일본군에게 끌려가 중국 훈춘에서 위안부생활을 강요받았다.

해방 후 강원도 정선에서 옥수수 농사를 지으며 살아오다 1998년 3월부터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원장 혜진스님)에서 같은 고통을 겪었던 할머니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김 할머니가 전 재산을 기탁한 것은 배우지 못한 한 때문이었다. 김 할머니의 학력은 13세때 야학에서 8개월 공부한 것이 전부. 할머니는 자신의 한을 풀기보다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아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주는 것을 택했다.

김 할머니가 아름다운 재단에 기탁한 5천만원은 '고아'(시설아동)들의 장학기금으로 쓰인다. 아름다운 재단 박영증 이사장은 "할머니가 기탁하신 기금을 기반으로 '부모 없는 아이들을 위한 장학기금 운영위원회'를 결성 기금을 확대해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그러나 "대단한 일도 아닌데 요란스럽게 하지 말아달라"며 부끄러워 했다.


아름다운 재단은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참여연대가 출연한 공익재단으로 공익활동가와 소외이웃 지원을 목표로 지난 22일 결성됐다.

김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나눔의 집 원장 혜진스님은 "할머니가 기탁한 돈은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생활안정지원법'에 따라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과 생활후원금을 푼푼이 모은 것"이라며 "할머니들 중에 일본정부가 공식책임을 회피할 속셈으로 주겠다는 민간기금을 받은 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강제위안부 할머니들이 나눔과 베품의 삶을 실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타계한 김옥주 할머니는 참여연대가 전개한 '유산 1%남기기'운동에 동참했으며 전 재산 2천만원을 '베트남 라이따이한 자녀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또 중국에 거주하다 지난해 나눔의 집의 도움으로 영구귀국한 문명금(84) 할머니는 정부배상금 등 전 재산 4천3백만원을 '베트남양민학살기념관'건립에 써달라며 지난 6월 베트남민간인학살 진실위원회에 쾌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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