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에 대한 일반인의 생각은?
비디오 아티스트.
그게 뭔데?
비디오 화면으로 이상한(낯선) 장면들 보여 주는 것?
1984년('굿모닝 미스터 오웰') 새해 벽두부터 이해할 수 없는 비디오 화면을 방송사에서 보여주었던 기억으로 자리잡은 사내, 백남준.
눈썹이 하얗게 샐까봐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백남준의 작품을 밤새 보았던 기억이 있다.
아나운서들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초등학교 6학년생이 이해할 수 있는 말은 그다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도 대부분 이런 생각으로 백남준을 떠올릴 것이다.
로댕 갤러리와 호암 갤리리에서 개최하는 백남준의 세계를 관람한다면 좀더 다양한 백남준의 모습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백남준은 매우 유복한 집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음악을 공부했다.
그의 초기 활동은 음악 퍼포먼스였다. 피아노를 도끼로 부순다거나, 손을 뒤로하여 줄을 등에 대고 첼로인양 연주케 한다거나 하는 행위를 통해 그는 알려졌다. 피아노 앞에서 4분 30초 동안 아무런 동작을 취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관객이 내는 숨소리, 부시럭거리는 소리를 음악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유명한 존 케이지와도 함께 활동했다고 한다.
백남준의 음악 퍼포먼스에는 아크릴 상자, TV 등으로 다양해지는데 전자제품, 기계 등을 예술의 재료로 그 폭을 넓혀 가며 결국 비디오 설치 작업, 레이저 설치 작업 등 오늘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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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뎅 겔러리 앞에 전시된 은색 자동차 역시 백남준의 작품 |
백남준은 한마디로 기계문명을 거부하지 않았던 사람이 아닐까?
과거에 사람들은 정보화 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요즘보다 오히려 기계문명이라는 말을 더욱 혐오했다. 하지만 그런 속에서 백남준은 바보상자로 늘 비난받아오던 텔레비전을 친근하게 보고 예술 재료로 삼았다.
텔레비전으로 친근감 있는 아기도,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만들었다. 마치 텔레토비나 젤라비 같은 느낌을 주는 귀여운 로봇을 만든 것이다.
텔레비전 정원 역시 자연물(나무) 속에 화려한 색채를 과시하며 쉼없이 움직이는 텔레비전을 배치함으로써 환상적인 공간을 창조해냈다. 어느 집에 그 정원을 실제로 설치한다면, 밤의 풍경이 무척이나 멋질 것 같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기계문명, 아파트와 자연 등 차가운 인공물들을 따뜻하게 보는 시선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와 같은 현상을 이미 오래 전부터 백남준은 해왔던 것이다.
로댕 갤러리에서는 몇점 전시되어 있지 않아 조금 실망할 수도 있으나 순환버스를 타고 호암갤러리에서 다양한 작품과 기록 비디오, 자료 등을 볼 수 있다. 백남준의 초기 활동부터 현재 근황까지를 다룬 비디오 상영을 하고 있으므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모두 본다면 좋을 것이다.
백남준이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 어떻게 작품을 제작하는지, 젊었을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글 자막이 없는 것도 있는데 이 점은 미술관에서 개선해줬으면 좋겠다.
일반 8000원의 입장료가 다소 비싸긴 하지만 인쇄물이나 방송으로 접하는 것보다 훨씬 화려한 색채감이 느껴지는 그의 작품들을 실제로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만족할 만하다. 방학도 끝나 좀더 조용한 분위기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로댕 갤러리 앞에 은색 자동차들이 전시돼 있는데 이것도 백남준의 작품이다. 놓치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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