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이야기(12) - 통방과 비둘기

감시속에 공공연히 이뤄지는 소내 이동

등록 2000.08.31 19:57수정 2000.09.0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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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방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잘 아시겠는데요, 감시와 규율이 강할수록 그 '빅 브라더'의 시선을 피해 은밀한 자율을 즐기거나 변칙적인 파워를 가지고 그것에 반항하는 것은 그야말로 아찔한 스릴 넘치는, 이만저만한 재미가 아닙니다.

통방이란, 서로 다른 방에 있는 사람들이 교도관의 눈을 피해 혹은 묵인속에 서로 연락을 주고 받는 일을 말합니다.

이는 과거에 장기수선생님들이 그랬듯이 벽을 두드려 모르스신호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최근에 깡패들이 그러듯이 "어이, 김주임. 나 용갑이 동생 좀 보러갈께"하고 공공연히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비둘기란 교도소에서 사용되는 은어인데, 통방이 대체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동과 사방에서 이루어지고 대개 면대면에 의한 것이라면 비둘기는 미결사동과 기결사동처럼 멀리 떨어져있고 감시나 규율이 심해 직접이동이 불가능할 경우 편지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을 '비둘기를 띄운다'고 하는데, 전령사 역할은 대게 부패한 교도관이나 소지(사동에 출역나온 기결수), 영선(목공수, 마룻바닥이나 창틀등을 고치러 자주 오는 기결수), 똥포(정식명칭은 모르겠습니다. 똥푸러오는 기결수를 말합니다)등이 담당합니다.


오늘은 주로 통방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사실 비둘기를 띄우는 경우는 흔한 일도 아니고,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은밀한 거래나 협잡을 위한 것이라기보단 기껏해야 안부를 전하는 정도여서 이야기거리가 없습니다.

통방은 교도소에서 대단히 흔한 일입니다. 마치 당연히 그러는 것 아니냐고 여길만큼 자연스럽고 일상적이죠.


전편에서 자주 말씀드렸들이 이런 일탈과 불법이 일상화(?)되어버린 이유는 교도소가 가지는 구조적 결함 때문입니다.

먼저는 300 ~ 500명의 재소자를 교도관 한명이 담당해야 하는 해괴한 현실속에서 담당교도관과 깡패들의 유착은 필연적입니다.

동시에 빈약하기 짝이 없는 예산과 인력, 그리고 교도소장 이하 주요간부들의 인권의식의 부재는 행형법의 존재 자체를 무색케 합니다. 자신들부터 법을 지킬 의지도, 지킬 재간도 없으니 수용자나 재소자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강요하는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어불성설이고 낯부끄러워지는 일이지요.

하지만 언제고 통방따위의 부정행위가 자유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교도소도 엄연히 인간이 모여사는 곳이니 만큼 당연히 피말리는 정치행위와 권력다툼이 있습니다. 이 정치행위의 지형은 "양심수 + 조직폭력배 : 교도관"이 됩니다.

양심수와 조폭들이 항상 단결투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양심수들은 괜한 오해를 꺼려 언제나 조폭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소내 처우개선의 문제가 불거질 때면 의도하지 않은 조폭과의 연대투쟁(?)이 일어나기도 하지요.

아무튼 이런 항시적인 권력다툼에 의해 자율과 통제의 지형은 시시각각 변합니다. 제가 교도소에 있을 때만 해도 양심수와 조폭들의 권력은 하늘을 찔렀지요. 부패할 대로 부패해 버린 교도관, 떼거지로 몰려든 조폭들과 양심수에 의해 싸움은 싱겁게 재소자들의 승리로 끝났고 통방, 독보(교도관의 동행없이 혼자서 이곳저곳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것)는 기본이고 독자여러분들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일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실례로, 미결 1, 2사동의 각방에 있는 조폭과 범털(돈이 많은 사람)들이 매일 2사 상층 8방, 9방에서 매일 판돈 수백만원짜리 고도리와 포카를 즐겼으니 말입니다.

양심수들에게 이런 권력이 필요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 입니다. 하나는 조직생활을 안정적으로 해 나가기 위해서이고(조회, 종례, 투쟁계획 등) 학습상의 필요성 때문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레닌의 제국주의론이나 김하기의 '완전한 만남'같은 소설 정도도 불온서적으로 지정, 반입을 통제하는 한심한 수준의 교도소에서 막강한 힘과 간부들의 비리 몇가지를 꼬투리고 가지고 있어야 함은 기본이 됩니다.

그런데 일선교도관의 입장에서 양심수가 상당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리 불만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처우개선 투쟁에서 꼭 빼지않고 교도관의 근무환경 개선을 같이 주장하고, 교도관들에게 상당히 예의바르게 처신하기 때문입니다. 힘이 생겼을때 교도관을 발톱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 조폭과 비교하자면 이건 천지차이지요.

그래서 교도관과 양심수의 사이는 꽤나 친한 편인데, 간혹 상부직원의 비리를 알려주는 교도관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사이이니 양심수중 누군가가 옆방 선배와 어제 읽은 책과 관련한 토론을 하고 싶다고 할때 문을 열어주고 행여나 상부직원이 올까 망을 봐주기까지 하는 것은 그야말로 기본중의 기본일 정돕니다.

제가 이 연재기사 원고료로 후원을 하고자 하는 양심수 정동찬이 얼마전에 징계를 받았는데, 이유는 출소하는 선배양심수들의 짐을 꾸리는 걸 도와주고 안부인사를 할테니 방문을 열어달라는 요구를 했는데 교도관이 이를 묵살하자 과거의 사례를 들며 적극항의했고 이에 교도관이 반말과 욕설로 대응하자 문을 차며 항의하는 등 '난동행위'를 했다는 것입니다.

1년전만 같아도 그런 통방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고 심지어 하루종일 독방의 문을 열어주었는데, 녀석이 전에 출소한 후 교도소내의 권력지형이 변했고 이것을 서로 이해하지 못했던데서 발생한 일이지요.

통방에 관해선 그리 재미있는 기억이 없네요. 독자 중 한분이 통방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고 해서 써보려 했는데, 이건 순 교도소내 권력관계(?)에 대해서만 쓰고 말았군요. 아쉽지만, 다음편을 기대해 주시구요, 아래 광고 누르는 거 잊지 말아 주세요.

덧붙이는 글 | 박광욱기자는 전직 엔엘운동권출신 전과2범으로 현재는 아무 생각없이 살며 괜히 변절해가지고 열심히 사는 후배들 헷갈리게 하는 학생입니다.

덧붙이는 글 박광욱기자는 전직 엔엘운동권출신 전과2범으로 현재는 아무 생각없이 살며 괜히 변절해가지고 열심히 사는 후배들 헷갈리게 하는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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