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노조 추진해본 독자의 편지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경찰노조이야기 글을 보고 예전에 경찰노조를 추진해본 어느 독자가 이메일을 보내왔다. 독자들과 공유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전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준비위원회(약칭 공노준)에서 활동하던 당시 경찰들과 접촉하면서 겪었던 경험들을 토대로 몇가지 사실들을 공유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가 경찰노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6년도 여름 무렵 한겨레신문 사회면에 대구의 심모 경찰관이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소송 때문이었다.
소송내용은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은 월 120시간정도의 초과근무를 하는데, 경찰공무원수당규정에 의해 몇 시간을 초과근무하든지 상관없이 월70시간 정도만 수당이 지급되고 있는데, 이것은 헌법의 행복추구권 등에 위배된다는 내용이었다.
초과근무 수당 미지급 위헌소송이 계기
당시 그는 이 기사를 읽고 대구로 가서 심모 경찰관을 만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소송이 언론에 보도되자 바로 대구 모경찰서 감찰과에서 바로 그 경찰관이 근무하는 파출소로 와서 감찰조사를 하고, 비번으로 야유회를 가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상호출을 해서 당일로 조사하였으며, 그가 타자를 못 치는 것을 알고서는 타자를 쳐준 공범이 누구냐, 왜 타자 쳐줬냐는 등 억압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이때 감찰과장이 타자를 쳐 준 순경에게 인격모독적인 말을 하여 정말 어떻게 상급자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흥분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그리고 소송이 보도되자 전국의 많은 경찰관들이 격려전화가 쏟아졌고, 소송비용에 보태 쓰라며 계좌번호를 물어오는 분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 경찰관이 계좌번호를 가르쳐주지 않자 꽤 많은 분들이 우편환으로 돈을 보냈었다. 이를 본 감찰과장은 조직적으로 돈을 모금한다면 윽박지르기도 하였다.
해당 경찰관은 회유책의 일환으로 파출소 아닌 경찰서 민원실에서 근무하게 되었으며, 계속해서 소취하 압력을 받았지만, 소를 취하하진 않았다.
그 경찰관은 공노준 소속임을 밝히고 만났지만, 별다른 거부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으며, 그후 몇 번 재판이 열릴 때마다 대구를 내려가서 심경장님과 술자리를 같이 하곤 했었다고 하며, 그 술자리에는 소송을 낸 모경찰관과 민원실에 같이 근무하던 경찰관 한 분이 꼭 참석하곤 했었는데, 이 분은 술 한잔 들어가면 울분 어린 감정으로 경찰조직의 썩은 점등을 토로하곤 했었던 기억이 새롭다고 밝혔다.
한국의 경찰관, 겉과 달리 경찰노조 거부감 커
이 공노준 관계자는 저의 주목적인 조직화 차원에서 심모 경찰관 동의하에 소송 또는 그를 후원하는 모임을 조직하기 위하여 그에게 편지 및 전화연락 주신 분들 중 연락처가 있는 분들을 만났었다.
이때 왕십리 부근 파출소에 근무하는 한 분을 만났던 적이 있는데, 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모 경찰신문 기자와도 연락을 취하는 등 노력을 했으나, 결국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하였다. 당시 하이텔의 민중의 지팡이인가 하는 경찰모임에 심모 경찰관을 후원하기 위해 무언가는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가벼운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으나 별무 반응이었다.
그후 98년도 공무원 임용결격사유자 전원 직권면직 사태 당시 당사자인 경찰관들이 찾아와 만난 적도 있었지만, 연결이 여의치 않았다.
하여튼 이 공노준 관계자는 이래저래 교도직을 제외하곤 소방공무원까지 접촉해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떠한 모임이든 모인다는 것 자체에 대한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노조 소속의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고 한다.
외국 경찰노조 연대 파트너 없는 현실
이 공노준 관계자는 한 소방공무원의 경우 홍콩소방공무원노조의 간부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저에게 한국의 소방공무원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해서 연락했더니 만나기를 꺼려하더라는 지적도 하였다. 이것은 지금 섣불리 외국의 경찰노조가 연결하고자 해도 나설 한국의 경찰이 과연 있을까 생각을 갖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이와 같은 기피 현상은 경찰공무원이나 소방공무원 만의 문제는 아닌 한국의 대다수 공무원들의 공통된 현상이다. 하지만 경찰직의 경우 조금 더 두드러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경찰은 국가의 억압적 통치기구의 구성원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그런 단체나 모임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의식들이 다른 직군의 공무원에 비해 무척 강한 편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것이 자신이 피해를 볼까 두려워서 보다는 자발적인 의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국가의 공무원으로서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외국의 공무원노조 사례나 노동권, 인권에 대한 얘기를 들어도 대다수는 "아! 그래요" 하는 것이 고작이다. 물론 모르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말이다.
이 공노준 관계자는 일련의 경험 끝에 경찰공무원 보다는 일단 일반직 공무원노조를 건설하는 것에 매진하는 것이 경찰공무원의 의식개혁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공직사회의 개혁주체로서 공무원노조 설립추진
대구시청 공무원직장협의회(회장 박성철)는 지난 5월 6일 직장협의회로는 처음으로 '공무원 노동조합 도입 건의서'를 청와대 노사정위 노동부에 낸 바 있다.
이들은 "공무원노조는 제1공화국 시절에도 시행돼 우려할 일이 아니다"라며 "공무원노조가 도입되면 부정부패 척결, 행정의 생산성 향상, 대국민 서비스개선이 획기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히고, "정부가 아직까지 공무원노조의 허용에 대한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근로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규정과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사항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행자부 공무원직장협의회도 창립총회에서 "앞으로 협의회를 노조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정부는 공무원 노조설립이 시기상조라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개혁의 실질적인 주체로서 공무원노조, 경찰노조의 설립은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위하여 이 연재기사가 조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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