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의 부녀자 사고로 분노가 극에 치달은 염티 마을 주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에는 그 어떤 행동도 불사할 각오가 가득 차 있었다.
"너희도 마누라가 있고 누나가 있을 것 아니냐. 사람을 죽여가며 철탑을 꼭 세워야겠느냐".
육십이 넘어 칠십의 나이가 가까운 서너명의 할머니들이 로프가 크레인과 연결된 철구조물에 앉아 로프를 온몸에 칭칭 감고 분노가 넘쳐 울부짖었다.
"젊은이들은 비켜라. 살날이 얼마 안 남은 우리가 몸을 던지겠다".
여든이 가까워 지팡이를 짚고 산정상에 올라온 할아버지의 절규였다.
이러한 주민들의 격양된 모습과는 달리 이를 지켜 보고 있는 공사장 인부들의 얼굴에는 '그러다 말겠지. 우리가 이런 일 한두 번 겪나'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염티 마을 주민들의 분노는 전날의 사고만으로 야기된 것은 아니다.
마을 앞산에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345kv 송전철탑 5호기와 6호기의 문제가 끝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 이미 세워져 있는 5호기와 6호기에 연결될 4호기의 공사진행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이번 사태에 앞서 마을주민들은 지난달 26일 한전 본사사옥을 방문해 이미 건설된 5호기와 6호기의 이전설치를 요구하며 시위를 한 바 있다. 그러나 한전측에서는 문제의 합의점을 찾기도 전에 4호기의 공사를 진행시킨 것이다.
따라서 한전측은 4호기의 공사진행으로 5호기와 6호기의 이전의사가 없음을 주민들에게 보여준 것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염티 마을 상황은 "한전이 설계상의 과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은 채 공사만을 진행시키고 있다. 이로써 염티 주민들은 재산적, 신체적 피해를 감수해야 하고, 피할 수 있는 자연환경 훼손을 자행하고 있는 한전의 철탑공사를 몸을 던져서라도 끝까지 저지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주민측의 주장과 "국책사업인 전력사업이라는 특수성으로 4호기의 공사중단은 물론이고 이미 건설된 5·6호기의 이전 또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주장이 맞물려 앞으로 벌어질 사태가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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