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먹고도 모자라 부실은행이 됐나?

등록 2000.01.31 00:00수정 2001.02.1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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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A씨는 오늘 거래은행을 찾았다. 2년전 마이너스 대출을 받은 700만원을 상환하기 위해서다.

아직 1년 정도 더 상환을 연기해도 되긴 했지만, 대출을 받을 당시 은행측의 권유(?)를 받아들여 월 20만원씩 들어가는 적금을 들어둔 게 어느덧 500여만원이 됐고, 8월분 월급과 보너스 등을 통해 200여만원의 돈이 통장에 들어있는 김에 대출부터 상환해버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A씨가 다소 무리를 해가며 대출부터 상환키로 한 주원인은 최근 겪었던 한 가지 불쾌한 경험 때문이다. 어느날인가 은행에서 웬 우편물 하나가 왔길래 뜯어보니, 그 달치 대출이자를 제때 내지 않았으므로 빨리 내지 않으면 대출금을 회수하겠노라는 정중한 내용의 협박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대출이자가 보통 28~30일경 빠져나간다는 것을 아는 까닭에 날짜 맞춰 여유있게 계좌 잔고를 챙겨둔데다가, 그 전에 받은 대출을 포함해 몇 년간 은행거래를 하면서 단 한번도 대출이자를 밀려본 적이 없는 A씨는 화가 나서 은행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담당직원에게 항의를 했다.

그러나 담당직원은 자신들은 잘못한 게 없다며, “매월 마지막 토요일 다음주 월요일이 이자가 빠져나가는 날인데, 이번 경우엔 마지막 토요일 일자가 좀 빨라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왜 말일이면 말일 하는 식으로 날짜로 정하지 않고 그렇게 복잡하게 해놨느냐?”고 A씨가 다시 항의하자 담당직원은 은행 운영 시스템이 어쩌고 저쩌구 하며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결론은 고객이야 불편하거나 말거나 저희 은행 편한대로 이자를 받아먹겠단 얘기다. 돈 빌려간 놈이 좀 참으라는 얘기이기도 할 것이다.

어쨌거나 이런저런 사정을 배경으로 대출을 갚기 위해 거래은행을 찾은 A씨는 그곳에서 다시 한번 불쾌한 경험을 접하게 된다. 사실 불쾌한 경험이라기보단 주머니에 있는 돈을 강도 당한 듯한 느낌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대출을 갚기 위해 2년간 부어온 적금을 해지했는데, 원금 480만원에 6월말 현재까지의 이자 34만원 등 총 514만원이던 누계액수에서 10만원이나 되는 돈을 중도해지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빼앗긴 것이다.

원래 3년짜리 적금이었던 까닭에 어느 정도 중도해지 수수료는 예상을 했지만, 6월 이후 2~3개월간 500만원 가까운 돈을 예치해두고 있었던만큼 그 이자로 충분히 상쇄가 돼 최소한 514만원이라는 현재까지의 누계액수는 대부분 챙길 수 있으리라던 기대와는 완전 딴판이다.


그동안 적금을 꼬박꼬박 부은 결과 생긴 이자가 적금 해지라는 나중 행위에 의해 축이 난다는 것도 A씨로선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결국 A씨는 허리띠 졸라가며 2년간 500여만원을 적금으로 넣으면서 겨우 24만원을 이자로 받는데 그친 것이다. 700만원의 대출금에 대해 많을 땐 월 8~9만원씩, 적을 땐 5~6만원씩 무려 2년간에 걸쳐 꼬박꼬박 은행측에 이자를 바쳐온 것과 비교하면 밑져도 너무 밑지는 장사다.

대출을 상환하고 허탈한 심정으로 은행문을 나서며 A씨는 솟구쳐 오르는 욕지기를 참지 못하고 기어이 한 마디를 내뱉고야 만다.

“이런 ×××들! 그렇게 서민들을 등쳐 먹고도 모자라 부실은행이 돼갖고서는, 서민들 혈세로 조성한 공적자금을 또 받아 쳐먹고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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