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후보토론위는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들간에 토론회 일정을 정해 조정하고 이를 주최하는 것을 목적으로 1987년 설립됐다. 미국의 양대정당인 공화당과 민주당이 공동으로 설립하여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중립적 위치에 있는 민간인들이 참여하여 어느 당 일방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성을 무기로 하여 미국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국정수행능력, 정책비전 등을 검증해 보이는 활동을 수행한다.
미국은 일찍부터 미디어를 통한 정치가 발전한 나라이다. 물론 국토의 광대함과 언어·인종의 다양성에 기인한 후보자의 對 유권자 접촉이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TV를 통한 미디어 선거문화가 정착하게 되었고 대통령후보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TV토론회는 각 당의 전당대회 이후 지지율에 가장 절대적인 영향을 주게 되었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TV토론회가 도입된 이후 소위 '미디어선거'는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주어 후보간 지지도 격차가 미세한 경우, 토론회 이후 역전되거나 굳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도 역시 TV토론회는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있다. 민주당 고어후보에 비해 토론에 약한 것으로 알려진 공화당 부시후보는 토론회를 참여를 통해 얻는 실익보다는 상대적으로 고어를 부각시켜줌으로서 불리한 결과를 얻을 것을 두려워하고 있기에 토론회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대통령후보토론회는 이미 지난 1월 6일에 90분의 시간 동안 국제문제와 국내문제에 관해 균형있는 토론을 전개하며 후보상호간 직접적인 질문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운영하며, 사회자 역시 토론주제에 정통한 사람으로 선정한다는 기준까지 마련되어 있다 한다.
유권자들 역시 위원회 주관의 토론회를 가장 많이 시청하고 있으며 1988년 이래로 약 1억명 가까운 시청자들이 시청했으며, 대다수의 유권자들이 위원회 주관 토론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화당 부시후보는 수차례의 민주당 클린턴 정부의 실정을 외교, 국방 등의 분야에서 공격을 시도했다가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며 반격한 고어후보측에 밀리면서 오히려 지지도가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자, CNN의 '래리 킹 라이브'와 NBC의 '언론과의 만남'등 오락적인 토크쇼로 TV토론회를 대체함으로서 토론회 자체를 무산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론의 추이는 부시를 토론회 자리로 나오지 않을 수 없게끔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다. 공화당 선거대책본부 역시 만약 부시후보가 계속 토론회 거부의사를 보인다면 현재의 민주당 고어후보 우세가 굳어져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잘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나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능력 없음을 드러내지 않고 권력쟁취에는 필사적인 사이비 정치인들이 존재한다. 과거 미디어가 발달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후보자의 자질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검증될 수 없었지만, 21세기를 맞이하여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의 발달이 가져온 현대정치에서는 더 이상 검증되지 못한 정치인은 용납되지 않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며 외모나 번드르한 말의 성찬이 아닌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21세기형 정치가 주류를 형성하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미국의 대통령선거를 보면서 미디어정치가 갖는 폐해를 주장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많지만, 미국사회의 잠재력이 바로 이것이구나 라는 것을 느끼면서 우리도 저랬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그러나 한편으로 권력에 종속된 언론이 주류인 우리의 상황에서 요원하다는 생각에 암담함이 교차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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