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베이비 51> 죄(?) 짓곤 못산다더니 그 말이 맞는 모양

등록 2000.01.31 00:00수정 2001.02.1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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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우러 내가 작은방에 들어온 사이, 거실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큰딸 하늘이 때문이다.

큰딸 하늘이가 유난히 애지중지하는 장난감 중 강아지인형이 하나 있는데, 그동안 너무 열심히 끼고 돈 나머지 어느덧 너덜너덜해져 한쪽 귀가 덜렁거리는 등 좀 위태위태하더니,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급기야 귀 한쪽이 떨어져 나가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고야 만 것이다.


강아지인형의 귀가 떨어져 나가자 큰딸 하늘이는 “엄마, 멍멍이, 귀, 아퍼요. 엄마, 멍멍이, 귀, 아퍼요” 하며 집사람을 붙들고 늘어지기 시작한다. 세상에 태어난 이래 가장 긴 문장을 구사한 것을 보아하니, 강아지인형의 귀가 떨어져 나간 게 무척이나 크게 마음을 동하게 한 모양이다.

큰딸 하늘이가 이렇게 생애(?) 최대의 긴 문장을 구사한 것이 반가워 처음엔 좋아만 하는 기색이던 집사람은,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좋은 말도 한두번이라고,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처럼 끝없이 반복되는 큰딸 하늘이의 “엄마, 멍멍이, 귀, 아퍼요. 엄마, 멍멍이, 귀, 아퍼요” 하는 하소연에 그만 질려버린 것이다.

견디다 못한 집사람은 결국 또 나를 걸고 넘어진다. “하늘아, 아빠 오시면 아빠한테 ‘멍멍이 귀 아퍼요’ 하고 말씀드려~어. 그럼 아빠가 멍멍이 안 아프게 해주실 거야” 하며 강아지인형의 한쪽 귀가 떨어져 나간 사태의 수습을 슬며시 나에게 떠민 것이다.

담배 한대를 다 피우고 거실로 나가자, 아니나 다를까 큰딸 하늘이가 곧바로 뽀르르 달려온다. 달려오더니, “아빠, 멍멍이, 귀, 아퍼요. 아빠, 멍멍이, 귀, 아퍼요”하며 내게 매달린다. 이에 나는 방 안에서 대충 상황을 들으며 준비해 둔 대로 “우리 하늘이 멍멍이 귀가 아퍼~어? 괜찮아~아, 엄마가 멍멍이 귀 안아프게 잘 고쳐주실 거야” 어쩌고 하며 큰딸 하늘이를 안심시키려 든다.

엄마가 고쳐주실 거라는 나의 말에도 불구하고, 큰딸 하늘이는 도저히 안심이 안 되는 모양이다. “아빠, 멍멍이, 귀, 아퍼요. 아빠, 멍멍이, 귀, 아퍼요” 하는 말을 끝없이 반복하며, 도무지 끝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큰딸 하늘이의 반복되는 이 귀 타령에 집사람은 콧물이 흘러내리는 코를 좀 닦자고 한다는 게, “하늘아, 우리 귀 좀 닦자”하고 헛소리마저 내뱉고야 말 지경이다.


큰딸 하늘이의 이 같은 “멍멍이, 귀, 아퍼요” 타령에 한참을 시달리던 끝에 집사람과 나는 마침 아이들 잘 시간이 된 것을 생각해 내고는, “하늘아, 하늘이가 하룻밤 코 자고 일어나면 엄마가 멍멍이 안 아프게 다 고쳐놓으실 거야~아” 어쩌고 하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한다. 잠을 재움으로써 끝없이 반복되는 큰딸 하늘이의 “멍멍이 귀 아퍼요” 타령도 같이 잠재워 보겠다는 작전(?)이다.

집사람과 나의 간곡한 설득에 힘입어 잠자리에 누운 큰딸 하늘이는, 그러나 잘 듯 잘 듯 하다가도 중간중간에 뭔가 중요한 잊은 게 생각나기라도 했다는 듯 눈을 반짝 뜨고서는 “엄마 아빠, 멍멍이, 귀 아퍼요. 엄마 아빠, 멍멍이, 귀, 아퍼요”를 되풀이한다. 그때마다 집사람과 나는 “응, 그래. 하늘이가 코 자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멍멍이가 다 나아서 다시 같이 놀 수 있을 거야~아” 어쩌고 하며 큰딸 하늘이를 달랜다.


그렇게 잠들 듯 잠들 듯하다가 다시 깨기를 반복하는 큰딸 하늘이를 마침내 어렵게 재운 뒤, 집사람은 막바로 큰딸 하늘이의 강아지인형 치료에 들어간다. 바늘과 실을 찾아들고 떨어져 나간 귀를 제 자리에 갖다 봉합하는 대수술에 돌입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딸 하늘이의 강아지인형은 떨어져 나갔던 귀를 되찾는다.

다음날 아침, 큰딸 하늘이는 잠에서 깨기가 무섭게 “엄마 아빠, 멍멍이, 귀, 아퍼요”, “엄마 아빠, 멍멍이, 어딨지?” 어쩌고 하며 강아지인형부터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집사람은 선뜻 강아지인형을 내주려 들지 않는다. 내주기는 커녕 “하늘아, 멍멍이 귀 아퍼서 병원 갔어~어. 내일이나 돼야 치료가 다 끝나서 집에 올 거니까 하루만 더 참자~아” 어쩌고 하며 엉뚱한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기껏 다 고쳐놓고 왜 안줄까?’ 싶어 내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집사람은 큰딸 하늘이의 눈치를 힐끗거리며, “이 참에 저 강아지인형 아예 내다 버릴려고….” 하고 살짝 귀띔을 해준다. 그 전부터 다른 멀쩡한 인형들 다 놔두고 너덜거리는 그 강아지인형만 갖고 노는 게 영 보기 싫었던 데다가, 언젠가 인근 지역에서 개들이 사람을 물어 죽였다는 얘기를 들은 뒤론 우리 아이들이 유난히 개를 좋아하는 것 또한 못마땅하게 생각해 오던 집사람은 이번 기회에 강아지인형을 숙청(?)해 버리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그러나 집사람은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지금 그것이 얼마나 큰 실수였나를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 금방 잊어먹고 다른 인형이나 장난감들에 마음을 붙일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큰딸 하늘이는 시시때때로 “엄마 아빠, 멍멍이, 귀, 아퍼요”, “엄마 아빠, 멍멍이, 어딨지?” 하고 강아지인형을 찾으며 어서 내놓으라고 집사람과 나를 졸라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TV 같은 데서 개가 나오는 장면을 보기라도 하는 날엔 그 정도가 훨씬 심해져, 집사람과 나로 하여금 ‘새 강아지인형이라도 사다줘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갖게 하곤 한다. 어쨌거나 평상시 다른 일에 대해선 돌아서는 순간 쉽게 망각해 버리곤 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집착에 가까운 특별한 애착이다.

덕분에 집사람과 나는 요즘 들어 TV건 어디에서건간에 강아지 그림자만 비쳤다 하면 재빨리 채널을 돌려버리는 등 큰딸 하늘이의 눈을 가리기 바쁘다. 사람이 죄(?) 짓고는 못산다더니, 과연 그 말이 맞기는 맞는가 보다.

덧붙이는 글 |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마이베이비의 연재를 중단합니다. 그동안 오마이베이비를 애독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마이베이비의 연재를 중단합니다. 그동안 오마이베이비를 애독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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