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을 받고 연내에 매각한다'
포드의 인수 포기로 인한 대우차 처리를 둘러싼 정부 및 채권단의 굳건한 의지는 이 말로 모두 압축된다. 그러나 대우차의 제값 받기는 과연 가능할 것인가? 연내 처리는 차치하고 제값을 받았느냐, 헐값을 받았느냐는 논란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제값을 받았느냐, 아니면 헐값이냐의 논란의 핵심은 과연 제값이 얼마이냐에 있다. 즉 대우차에 대한 정확한 가치 측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우차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세계경영'을 표방했던 대우차의 외형적인 잠재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국내외에 21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대우차는, 특히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와 동유럽, 중남미 등에서 비교적 잘 나갔던 것으로 보도되었다.
또한 국내에서도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 그리고 경차 마티즈 등을 출시하면서 기아자동차의 부도를 틈타 시장 점유율을 한때 30%대로 끌어올리며 국내 승용차 시장 2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대우차는 국내에 부평, 군산, 창원 등지에 승용차와 상용차 공장을 갖고 있으며, 지프형 차량에서 강세를 보였던 쌍용차를 지난 98년 초 인수했다. 대우차는 그러나 드러난 부채만도 막대하며 어디에 어떤 형식으로 얼마만큼의 부채가 또 숨어있는지 모른다.
뿐만 아니라 장부상이 아닌 실질적으로 흑자를 냈던 해가 거의 없었으며, 주 공장인 부평공장은 설비가 노후돼 생산성이 매우 떨어지고, 연구개발 능력 역시 굉장히 미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기다가 대우가 몇 년 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마치 소비자를 위한 것인양 떠들며 펼쳤던 중고차 가격 보상제 등의 마케팅 활동도 대우의 부실을 키우고 있다.
그렇다면 대우차의 제값은 얼마나 될까? 정부와 채권단(거의 대부분의 언론까지도)은 일단 포드가 써낸 7조여원이라고 평가하는 모양이다. 아무리 못돼도 GM이 써낸 4조원 이상은 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러나 본인의 생각은 좀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면, '빛좋은 개살구'이다. 대우차는 약 5천여억원에 팔린 삼성차와는 또 다르다. 삼성차의 경우, 부산공장이 최신설비이고 부실 역시 거의 대부분 투명하게 드러난 반면, 대우차의 경우 전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우차 처리에서 삼성차보다 더 좋은 조건은 단순히 생산능력이 삼성보다 많다는 것뿐이다.
대우차의 연구개발 시설은 자동차를 개발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개발진의 능력은 뛰어날지 모르나, 시설만큼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2만여개의 부품이 모여 완성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생산 및 품질 관리를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그러나 대우차는 80년대까지는 지분을 갖고 있던 GM이 대우차를 단순한 해외 생산기지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고, 김우중 회장 역시 차량이나 기술개발보다는 오히려 그것들을 밖에서 사오는데 주력했다.
르망은 GM이 개발한 월드카의 성격이 짙은 차이고, 아카디아는 설계도면은 물론 부품까지 그대로 사와 단순 조립한 것에 불과해 아카디아가 고장나면 차를 고치기 위해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해 올 정도였다. GM과 결별한 후에도 대우차는 신차개발에 주력하기보다는 기존의 차량을 껍데기만 바꾸는 형식으로 일관했다. 씨에로와 넥시아가 그렇고, 프린스 역시 그렇다.
최근 몇 년간 출시한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 마티즈 등의 개발 역시 주요 부분은 대우가 영국에서 사들인 워딩연구소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물론 신차종 하나를 개발하는 데 수천억원의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금사정이 썩 좋지 않았던 대우로서는 개발보다는 밖에서 사오는데 치중했을 수도 있다.
김우중 회장은 연구개발과 생산 및 품질 관리를 위한 기본적인 투자보다는 외형적인 확장에 치중했다. 세계경영을 표방하며, 동유럽, 인도, 중남미, 구 소련 지역 등에 대규모의 투자를 했다. 90년대 중반에는 그게 어느 정도 먹혔고, IMF 상황이던 98년엔 해외에서 잘 나가 불황을 모른다며 언론으로부터 '성공'으로 포장돼 화려한 스포트 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부실은 당연스러운 것이다. 삼풍백화점이 그랬고, 성수대교도 그랬다. 기초, 그것이 문제였다. 한마디로 대우차는 외형은 그럴 듯하지만, 정말 실속은 전혀 없는 '빛좋은 개살구'인 셈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포드의 인수포기를 타이어 리콜사건과 엔진결함 감추기 등에 따른 포드 내부의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포드 관계자는 대우차 인수와 타이어 리콜 등과는 전혀 무관한 문제라며 대우 구조조정협의회와의 약속에 따라 인수포기의 이유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본인이 생각하기로는, 드러나지 않은 막대한 부채와 인프라 부족에 따른 나쁜 생산성으로 경쟁력이 극히 취약한 게 주 원인인 것 같다. 장부상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인프라 부족은 그 중 더 심각한 문제였을 수도 있다. 인프라를 보충하는데, 어쩌면 또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야 하고, 자칫 잘못하다가는 정상화 자체가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포드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대우차를 인수하겠다고 뛰어든 자신들이 한심했을 수도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그러나, 대우차의 가치 측정을 외형적인 것으로만 보려고 하고 있다. 하기야 자동차 한 대를 개발하는 데 얼마나 많은 천문학적인 돈과 연구개발 및 생산 품질 관리 시설이 필요하다는 걸 실질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또 그것들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정부와 채권단이 대우차의 가치를 좀 더 실질적으로 판단하고 매각 처리를 했으면 한다. 그렇다면 헐값 매각 시비는 줄어들 것이다. 현재의 대우차는 매각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제값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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