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상화, 더이상 시간끌지 말라

길고도 지루한 여야협상을 지켜보며

등록 2000.09.25 15:12수정 2000.09.2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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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길고도 지루한 씨름이다. 국회정상화라는 숙제를 앞에 두고 여야가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여간한 인내력없이는 지켜보기가 힘들다.

25일 민주당 서영훈 대표가 국회파행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야당에 중진회담을 제의하였고,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여야 영수회담을 제의했지만, 아직도 뜸들이기 수준에 불과한 느낌이다. 본론에 들어가려면 아직도 서로의 조건도 더 맞아야 하고 시간이 걸릴 상황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여야 모두가 동의하는 국회정상화가 어째서 이렇게 지체되어야 하는가를 이해하기 어렵기만 하다. 여당측은 불법대출 외압의혹과 실사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의사를 밝힌 상태이고, 야당측은 국정조사라도 보장된다면 특검제 요구가 수용되지 않더라도 일단 등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여야간 쟁점에 대해 어느정도는 의견접근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런 상황은 이미 일주일전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이 정도의 접근이 이루어졌다면 사실 여야 지도부의 결단에 의해 국회는 오늘부터라도 당장 정상화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그래도 국민을 의식하는 정당들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전제조건, 시기와 방법을 둘러싸고 지루한 씨름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뜯어보면 여야 각자의 명분과 체면을 위한 것일 뿐, 이미 사안의 본질과는 무관한 것이다. 국민들 입장에서야 중진회담이면 어떻고 영수회담이면 어떻겠는가. 그리고 서로에 대한 '성의표시'야 자신들끼리 알아서하면 되는 문제 아니겠는가.

야당은 바로 등원결정을 내리면 된다. 그리고 여당은 의혹사건들에 대한 국정조사를 명확히 보장하고 국정조사를 하고 나서도 미흡하면 특검제를 할 수 있다는 합의를 해주면 된다.

한나라당은 부산집회 직후에는 등원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세세한 몇가지 조건을 더 챙기려다 실기(失機)를 하여 마치 여론과 당내 비주류의 압력에 밀려 등원하게 되는 것으로 비쳐지게 된 것이다.


야당부터가 여당이 아닌, 국민을 상대로 하는 큰 정치의 모습을 보이려 한다면 국회정상화를 위한 결단의 모습을 진작에 보이는 것이 옳았다. 국회정상화를 위한 야당의 구체적 요구조건이 무엇인지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지지부진 시간만 끄는 것은 오히려 자신의 처지를 어렵게 만들 뿐이었다.

민주당은 여야간 쟁점들에 대한 해결책을 좀더 책임있게 명시적으로 밝혀 국회정상화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 국회법 처리는 물론이고 실사개입 의혹, 불법대출 외압의혹 같은 현안들에 책임있는 집권당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회피자세로 일관함으로써 국회파행을 장기화시킨 책임을 민주당은 면할 수 없다.


여야는 조만간 국회정상화를 위한 타협을 어떤 형태로든 도출해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뻔하기까지 한 그 답을 만들기 위해 여야는 이렇게까지 지루한 씨름을 해야 하는 것인가.

심화되는 경제불안, 금융불안에 기업과 투자자들은 하루하루 마음을 졸이고 있는데, 우리 국회는 어째서 이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인가. 정국구상에 며칠, 회담제의 하는데 며칠, 상대방 반응 살피는데 며칠... 하루하루가 숨가쁜 우리네 시민들의 눈에 정치권의 시계는 너무도 늦게 가고 있는 것만 같다.

여야의 승부가 협상 끝에 나오는 합의문 문구로 결정지어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진정한 승부는 누가 그래도 짜증나지 않게, 속시원하게 정국을 풀어가려는 결단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느냐에 달려있다. 작은 승리에 집착하지 않고 큰 승리를 향해 가는 정당의 모습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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