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총재 기자회견 "내 제의를 두 번 거절 말라"

등록 2000.10.02 11:27수정 2000.10.0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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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제의를 또다시 거부한다면 국민은 이 정권을 용서치 않을 것이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무책임 정쟁의 '무한질주'로 국회가 뇌사상태에 빠진 가운데, 서울 인천 부산 대구 등으로 장외투쟁에 매달렸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2일 오전 9시 30분 긴급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총재는 "국회정상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주 김대중 대통령에게 여야영수회담을 제의했지만, 김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고 여야 중진회담으로 협상토록 하겠다고 사실상 내 제의를 거부했다"면서, "다시 한번 조건없이 만나 문제를 매듭짓자"고 말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영수회담을 구걸하지는 않겠다"고 밝히고, "김 대통령이 또다시 제의를 거부함으로써 국민과 야당을 능멸한다면 국민은 결코 이런 정권을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말해 강경투쟁 지속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지금 국회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회에 들어가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것, 진정한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천, 서울, 부산, 대구의 민심은 민심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또한 "부총재단의 무조건 등원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우리 모두 등원을 희망하지만 어떤 틀로 들어가는냐가 문제다. 남북문제와 경제문제를 앉아서 날치기 당한다면 그런 국회에 들어가길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의 거듭된 영수회담 촉구와 '경고 메시지'에 청와대가 어떤 대응을 할지...

다음은 기자들과 일문일답.


- 현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정책에 있어서 그 속도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이 총재의 견해는?

"예전에 이미 밝혔듯이...너무 앞서간다. 그리고 요구하고 내어줄 것에 대한 선후 문제가 뒤바뀌었다. 아직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통일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일으키고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가 속히 정상화되어 남북문제를 여야가 같이 논의해야한다."


- 한빛 은행 건과 관련해 여당에서는 국정 조사를 한 뒤 조사가 미흡할 경우 특검제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여당의 이같은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국정조사가 제대로 되면 관계없지만 국정 조사가 특검제를 피할 수단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 한나라당에서는 얼마전 여당에게 여야영수회담을 제의했다고 하는데?

"대통령은 지금 모든 것은 국회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작금의 문제(남북문제, 한빛은행 사태 등)는 국회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김 대통령이 방침을 바꿔야한다. 일전에 여야총무협상을 통해 문제 해결을 모색했으나 여당에서는 대통령의 의중을 거스를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에 우리는 여야영수회담을 제의한 것이다. 여당은 사전조율이 안된다며 거절했다. 그래서 그냥 조건 없이 만나는 것은 어떠한지 제안을 했다."

- 요즘 한나라당이 단결노선을 고수하는 것을 보며 세간에서는 이회창 총재가 이를 통해 대권기반을 유리하게 조성하고 있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런 말 좀 안들었으면 좋겠다. 오히려 장외집회를 통해 나의 이미지가 강경하게만 부각됐다. 오히려 나의 개인적인 인기는 떨어졌을 것이다. 나는 제1야당의 총재나 차기 대권 후보 등의 입장을 벗어나 오로지 민생 현안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 세간에서는 요즘의 정가를 보며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가 기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말도 오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역대 야당 중 가장 세력이 센 야당의 총재로서 그 역량을 바탕으로 이제 국회에 들어가 민생현안을 풀어야 할 때도 되지 않았는지?

"난 싸움을 잘 하지 못한다(가볍게 웃음). 대통령은 나와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요구를 외면함으로써 국민과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이 힘이 센 야당이라고는 하지만 여당이 계속 다수의 힘으로 날치기 통과 같은 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다. 학원 폭력 문제로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를 억지로 학교에 보낼 수 없듯이 우리 또한 여당의 개선의지 없이는 국회에 등원하기 어렵다."

- 지금 한나라당 내 여론은 등원론이 우세하고 소수의 강경노선에서만 투쟁을 계속하자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은 바른 말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등원을 찬성한다. 다만 등원하고자 하는 국회의 형태를 구상함에 있어 그 지향하는 바가 다를 뿐이다. 나는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국회를 바라고 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그동안 한나라당 장외집회 때문에 여러 언론 종사자들의 노고가 컸을 것이다. 감사한다. 장외집회는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또다시 야당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이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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