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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양이는 암놈이었다
먹은만큼 정직하게 살이 오르는
푸른 안광으로 푸른 대숲 정적을
흔들어 밤새 깨우던
그 고양이는 암놈이었다
자취생들의 고등어와 식은 밥을
눈 못 뜬 새끼에게 물어나르며
새침하게 꼬리를 말아올리던
그 고양이는 암놈이었다
비대한 엉덩이와 젖가슴을
부끄럼 하나 없이 드러내고
피골상접의 나에게 자신만만 연애를 걸던
그 고양이는 암놈이었다
94년 초봄
시작 메모
군대를 다녀왔다. 세상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다시 여전히 '희망 없는 시 쓰기'밖에 매달릴 것이 딱히 없는 고급의 룸펜으로 귀환했다.
월 13만원의 단칸 자취방엔 나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가난한 학생들이 베니어 합판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자그마치 "다닥다닥" 8명이나 붙어살았다. 옆방에서 여자친구와 속삭이는 비밀스런 밀어(密語)도 꼼짝없이 들어야 했다.
고양이는 어느 날 느닷없이 나타났다. 정말이지 앓는 아이와 똑 같은 울음소리를 밤새 내는 그를 누구는 "극약으로 잡자"고 했고, 또 다른 누구는 새끼를 밴 그의 배에 발길질을 하고...
왜였을까? 동정심이 별로 없다 생각하던 내가. '고등어 통조림'을 거의 매일 샀다. 반은 내 불면을 달래줄 술의 안주로, 나머지 반은 그 암컷 고양이가 먹었다. 하루가 다르게 살이 오르는 고양이. "나도 누군가에게 희망 비슷한 것이 될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이 별스러웠다.
그리하여 그 고양이가 '쥐약 섞인 식은 밥'을 먹고 뱃속 새끼들과 함께 죽은 날, 나는 다른 날보다 과음을 했던가? 고등어 통조림 절반을 그 차가운 자취집 슬레이트 지붕 위에 던졌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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