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소년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바로 두발 규제이다. 특히 경남 진주여고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두발을 자유화했다는 소식 이후로 는 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두발 자유화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다시 한번 일고 있다.
지난 9월 23일, 광주 YMCA에서도 두발 자유화를 비롯해 체벌금지 등에 대한 대대적인 서명운동이 있었다.
너무나 가난했고 어두웠던 1960년대 시절. 이 때의 일명 '빡빡머리'나 '까까머리'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다. 사회가 급변하면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기준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연 이 시대의 이 머리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의 생각과 모습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기존의 것과는 다른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제 학생을 지도하는 기준이 다시 한번 달라져야 할 때이다. 유행에 지극히 민감해 연예인을 무작정 모방할 수도 있다. 자신의 분수에 맞지 않는 옷을 사들이고, 남들이 하는 것은 주체성 없이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10대라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어떤 법칙을 사회에 적용할 때 사회원 모두에게 들어맞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바로 사람마다 주관이란 것이 있고 개성이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인 옷, 신발, 소지품 그리고 두발..
이 '개성'의 의미는 다른 곳도 아닌 두발을 단속하는 학교에서 배운다. 아래는 교과서에 나온 개성이 가지는 사회적인 의미이다.
◎개성의 사회적 의미
. 개성 있는 삶은 무미 건조하고 획일화 된 모습에서 탈피
→ 다채롭고 풍요로운 사회를 이룩
. 한 개인의 개성 있는 삶은 결과적으로 사회의 발전에 공헌
'다채롭고 풍요로운 사회를 이룩'하는 개성. 이 개성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개성을 짓밟는 일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선생님께 "왜 두발을 단속하세요?"라고 물어보면 그 대답은 언제나 같다. "머리에 투자할 시간에 공부나 해. 머리에 신경을 쓰다보면 공부할 시간이 없어질 것 아니냐.."
긴 머리 한번 더 빗는 시간이 선생님의 눈을 피해 머리를 관리하는 시간보다 더 길까? 착실하게 머리카락을 자르더라도 글쎄..과연 이 시간이 한 달에 한 번 이상씩 머리카락을 자르는 시간보다 길면 얼마나 더 길까?
어차피 개성을 강력히(?) 추구하는 아이들은 머리카락 하나 없어도 꾸미기 마련이고, 꾸미는 것에 별반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좀더 길어진 머리를 그냥 묶는데서 그칠 것이다.
"머리를 기르면 공부를 못한다"는 것은 도대체 우리 나라 학교 이외의 그 어느 곳에서 성립이 되는 법칙인지, 머리 조금 길어졌다고 미치는 악영향이 그렇게 클 것인지가 과연 의문이다.
청소년들이 이토록 갈망하는 두발 자유가 단순히 개성을 표현하겠다는 것도 있겠지만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인해 잃어버린 인격을 찾겠다는 목적 또한 클 것이다.
세계 그 어느 나라도 이렇게 학생들의 두발을 금지시키는 나라가 없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선진국의 여러 나라들은 두발 금지라는 단어조차 생소할 것이고, 우리 나라에게 "두발 규제"라는 심의를 심어놓은 일본조차도 이제는 이 잘못된 교칙을 버렸다.
일본의 통치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이한 지 5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약 47년 동안 헤어져 있던 이산가족도 상봉하는 시대에 학생의 두발이 규제되고 있다는 건 도대체 무슨 처사인가?
우리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자 자유 국가이다. 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얻기 위해 많은 선조들이 피를 흘리며 싸워야 했다. 이렇게 어렵게 차지한 민주주의와 자유가 학교에서 머리카락이 잘려나감으로써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우리 나라의 헌법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있다.
제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그 어느 곳에도 "학생은 제외한다"라는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 이것뿐만 아니라 모든 헌법에서도 사회적 신분으로써 학생을 제한하는 사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학생도 학생이라는 신분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다. 지금 이들이 외치고 있는 이 두발 자유는 '너무 과분한 요구'도 아닌, '특별한 배려'도 아닌 당연히 자신들이 누려야 할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뿐이다.
사회에 적응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곳이 바로 학교이다. 교실붕괴 현상조차 일어나고 있는 요즘 학교..
개성이 강하고 자기 주장이 뚜렷한 요즘 10대들에게 무조건적인 통제와 강압이 과연 효과적인지, 이 통제와 강압이 꼭 두발에서 적용되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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